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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두 에세이] 청춘, 잠시 쉬어갈 용기
게시물ID : lovestory_8521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황희두
추천 : 1
조회수 : 38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4/16 22:4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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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후, 인기 개그맨 정찬우 씨가 공황장애로 활동을 잠정 중단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개인적으로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겪어보지 못 한 사람은 절대 공감하지 못하는 것이 '공황장애'이기 때문이다. 정말 많은 연예인과 유명인들이 공황장애를 겪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요새는 일반인들에게도 쉽게 찾아오는 증상이라고 한다.     


만약 나도 비슷한 경험을 해보지 못했더라면, 전혀 공감을 하지 못한 채 별 거 아니라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불안감이 극에 달해 신체에 영향을 끼치면서 시작되는 증상, 공황장애


나는 매사에 일을 벌이기 좋아하는 탓에 항상 무언가를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다.

집에 멍하니 누워 있으면, 유유히 흘러가는 시간에 서서히 불안해지는 기분이 들고

결국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혼자 뒤처지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가끔, 그런 나를 보며 주위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한다.


“가만 보면.. 정말 바쁘게 사시는 거 같아요.” 


그럴 때마다 나는 멋쩍은 웃음을 짓고는 집으로 돌아와 혼자 생각한다. 왜 이렇게 사는 걸까?     

고민 끝에 나온 결론, '불안함' 가만히 있으면 너무나 불안해지기에 바쁘게 사는 것이다.

바쁜 것만이 인생의 정답이 아니란 사실을 너무나 잘 알면서도 나는 매일 같은 일상을 반복한다.

언젠가 이런 비슷한 글을 본 적이 있다.


마음의 병, 불안함.

현대인들은 다양한 마음의 병을 안고 살아간다.


이로 인해 생겨나는 우울증과 각종 공포증, 불안 장애들의 종류가 무척 많다고 한다. 대다수 현대인들은 각자 마음의 질병을 하나쯤 안고 살아간다. 

    

2년 전 어느 날, 나는 바쁜 일정으로 전부 빡빡하게 채워져 있던 달력을 보던 중 딱 하루

일요일의 일정이 텅 비어있는 것을 우연히 발견한 적이 있다.

‘아무 일정이 없네’라는 생각이 들던 순간, 나는 갑자기 알 수 없는 불안함을 느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불안함과 점점 커져가는 두려움으로 인해, 당시 나는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했던 기억이 난다.     


식은땀이 미친 듯이 흐르며 나의 옷을 적셔갔고 심장이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요동쳤다.

알 수 없는 불안함을 떨치고자 좋아하던 예능인 <무한도전>을 보기도 하고,

가만히 침대에 누워있기도 했지만 도저히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심장은 더 빨리 뛰기 시작했고, 숨이 막히는듯한 답답함까지 느껴지며

어느 순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문득, ‘이러다 내 인생 망하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평생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마음이 들며 깊은 불안 속으로 빠져들었다. 


어느덧 정신을 차려보니 해가 뜨고 있었다. 그렇다. 뜬 눈으로 꼬박 밤을 새운 것이다.


아침 해가 뉘엿뉘엿 뜰 때까지 벌벌 떨던 나는,

생전 처음 느껴보는 불안함으로 인해 베개가 축축해질 정도로 눈물을 흘리며 불안에 떨었다.

도대체 무엇이 나를 그토록 불안하게 만들었던 것일까,

달력 속 텅 빈 일요일 하루?


다행히 며칠 지나지 않아서 나는 일상에 복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의 불안함과 두려움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어제 일처럼 기억 속에 뚜렷이 남아있다.

    

당시 누군가가 말했다. 공황장애 증상이랑 비슷한 거 같다고.

항상 바쁘게 살아야만 한다는 강박증이 생긴 탓에 불안함이 나를 뒤덮은 거 같다고. 


나는 그때 처음 느꼈다. 이유도 알 수 없는 불안함, 그것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당시 느꼈던 감정은 평소에 느꼈던 불안함과는 차원이 다른 불안함이었다. 즉, 불안함이 낳은 더 거대한 불안함이다.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당시 나의 불안함이 공황장애인지 아닌지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확실한 것은, 그 당시의 불안함이 다시 나를 찾아온다면 이번엔 더 깊은 방황에 빠질 것이란 사실이다. 더 재미난 사실은 그런 미래를 알면서도 여전히 바쁘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증에 빠져있다는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모습이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히려 나보다 더 치열하고 바쁘게 살아가는 청년들이 너무나 많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잠시 쉬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휴식을 유예한 대가가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직접 느껴봤기에. 불안함이라는 감정이 어느 날, 어느 순간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느꼈기에.


그렇기에 청춘, 우리들에겐 잠시 쉬어갈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이에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주위에 너무도 쟁쟁한 사람들이 많고,

심지어 그런 사람들끼리 서로 끝없이 경쟁하면서,

미친 듯이 바쁜 일상을 보내는 중인 흔한 청춘들.   


이로 인해 스스로에게 잠시의 휴식이라도 허락하기 위해선 그 어떤 것보다 더 큰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여전히 나는 용기가 부족하다. 가끔 주위를 돌아보면 엄청난 용기를 가진 친구들이 보인다. 무서운 영화를 잘 보고, 모험심이 많은 그런 친구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두려움 없이

가끔은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온전히 자기만의 시간을 보낼 줄 아는 사람, 그런 친구.


문득 경찰을 준비한다면서 아무 때나 술을 마시는 한 친구가 떠오른다. 하고 싶을 땐 축구도 하고, 갑자기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가끔 잔소리를 하면 그 친구는 해맑게 웃으며 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뭐 어때, 인생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사는 거지"


매사에 긍정적이며, 지칠 때마다 스스로에게 달콤한 휴식을 주는 그 친구.

불안이란 단어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그 친구.

지금의 나와 비교할 수 없는 용기를 가진 그 친구.


다들 앞만 보며 경쟁하기 바쁠 때, 오히려 천천히 쉬어가며 소소한 일상 속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그 친구의 모습을 보면 무척 존경스럽다.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이 영화 <안경> 속 주인공 타에코처럼 '사색에 무슨 요령이 있는지'도 알지 못한 채 그저 바쁘게만 살아가고 있으니.


그렇기에 나에게도 쉬어갈 시간, 그런 용기가 너무나 필요하다.

미래가 불안하다는 이유만으로 앞만 보며 달리다가는

어느 순간 또 다른 거대한 불안이 나를 집어삼킬지 모르니.


아이러니한 것은,

쉬면 쉬니까 불안하고

달리면 달리니까 불안해지는

청춘이라는 시기.


어쨌든 확실한 것은,

우리에게는 잠시 쉬어갈 용기가 필요하다는 사실.


어쩌면 잠시의 휴식이라도 허락된 순간이

지금 이 순간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출처 http://brunch.co.kr/@youthhd/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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