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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다방
게시물ID : lovestory_8544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땡삐1942
추천 : 1
조회수 : 279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5/18 08:46:34


<단편소설>

티켓다방 

                                                

                                                                                              윤 호 정

 

 

입 걸고 술 걸고 돈 걸다는 장삼걸 사장은 영천에서는 내로라하는 재력가로 늘도 젊도 안한 나이에 큰돈을 모아 하늘 높은 줄도 땅 두꺼운 줄도 모르는 사람이며 그의 사무실인 금호농자재상회에는 언제나 또래의 친구와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고 고스톱 판이 벌어져 고성이 오가거나 통닭구이에 소주잔을 기울이며 음담패설을 늘어놓기가 예사였다.

오늘도 가까이 있는 김용복이와 윤춘봉이는 이미 출근을 했고 금호강 건너 서동익이,

장 사장어제 서울 추도식에 갔다더니 언제 왔노?”하며 들어섰다.

어제 새벽에 차 가지고 가서 소망교회 목사님의 집례로 추도식 끝내고 바로 내려왔다.”

동작동 국립묘지는 거창하제?”

그래나도 처음 가봤는데 진짜로 대단하더라간 김에 김대중이 묘소도 참배하고 저승과 직통전화가 가설되어 있기에 선상님과 통화도 한번하고 왔는데 자네 안부를 묻더라그라고는 내보고 노무현이를 손 좀 봐 달라 카더라괘씸해 죽겠다 카면서...”

이미 죽었는데 뭐 또 죽겠다 카노노무현이가 뭐를 잘못했는데?”

선상님이 저승문턱에 들어서니 노무현이가 마중을 나왔더란다그래서 얼싸안고 자네는 요즈음 어떻게 지내느냐고 물었더니, ‘저는 최진실이 장자연이 등과 어울려 재미있게 잘 지냅니다’ 카길래 그라마 나도 거기 좀 끼워 달라고 했더니, ‘선상님은 여기 들어올 수 없습니다선상님은 여운계하고나 노십시요’ 카더란다그러면서 내가 아무리 늙었기로 서니 일국의 대통령을 지냈는데 물도 안 나오고 다 늙어빠진 여운계하고 같이 놀 수야 없지 않느냐’ 카면서 서럽게 울더라그래서 내가 노무현이 좀 바꿔 돌라케가 자네는 선상님 대접을 그렇게 하면 되겠나’ 카면서 나무랐더니, ‘장 사장님 그게 아닙니다 아니고요우리클럽은 자살클럽이기 때문에 자연사한 선상님은 여기 못 들어오십니다’ 카더라.”

그거 듣고 보이 이바구되네그건 그렇고 미성다방에 커피 좀 시켜라양귀비가 울고 갈만한 아이가 새로 들어왔다 카던데 상견례 한번 해야지.”

어림도 없는 소리 하지마라다른 사람 못 먹게 벌써 농협조합장이 침 뱉어놨다고 소문났더라.”

침만 뱉어 놓으면 뭐하는데차 대가리하고 좆 대가리는 먼저 밀어 넣는 놈이 임자지.”

장 사장단도리 단디 해레이그 정도 인물이면 뭇 잡놈들이 다 덤벼들 낀데......”

걱정하지마라 내가 누구고장 킬러 아이가화투하고 계집은 돈질만 잘하면 된다어이 홍 마담새로 들어온 미스 양인가 양귀빈가 그 아이 빨리 뒷물시켜가 커피 좀 보내라.”

수화기를 내려놓기가 무섭게 홍 마담이 커피보따리를 들고 들어섰다.

미스 양 보내라 켔는데 와 다 늙어빠진 니가 오노니꺼는 질겨서 못 먹는다.”

모르는 소리 하지 마이소고기는 좀 찔겨야 씹는 맛이 있심더미스 양은 배달도 안하고 티켓도 안 끊기로 약조하고 들어왔기 때문에 그 애를 보려면 다방에 직접 와야 됩니더.”

그 가시나는 니노지에 금태를 둘렀나 와 그래 비싸게 노노내 방앗공이에 다이아몬드가 박혀있는 줄도 모르고....”

금태를 둘렀는지 은태를 둘렀는지 안 봤으니 모르겠고 제 발로 걸어 들어와서 월급은 주는 대로 받겠다 카이 나로서는 호박넝쿨에 수박이 열린 셈이지요그 만한 아이 데리고 올라카마 월급 이백만원에 육 개월 치 선금은 줘야 됩니더.”

도대체 그 가시나 정체가 뭐꼬돈도 싫다카고.....”

글쎄요주민등록증 카피는 받아놨는데 다방생활도 처음인 것 같고아마 실연을 했거나 약혼했다가 파혼을 당한 건 아닌지 하여간 의문투성인데 시간이 가면 뭔가 들어 날낍니더.”

홍 마담그 가시나 내가 찍었다보통 애들의 다섯 배 오십만 원이면 되겠나진짜 아다라시(숫처녀)면 백만 원도 줄 수 있다선금 달라면 주고....”

장 사장님한테 선금 받았다가 성사 안 되면 그 감당을 내가 우예 다 할라고금호땅에서 못살고 쫓겨나려고장 사장님의 뜻은 잘 알았으니 좀 더 두고 보입시더.”

이제 일 다됐네장 사장 오늘 시내 가서 잔치술 한잔 내라.”

야 이 사람들아동상례(東床禮)는 첫날밤을 지내고 나서 내는 거지 아직 손목도 못 잡아 봤는데 술은 무슨 술오늘은 소머리국밥집에 가서 점심 먹으며 반주나 한잔하자.”

그라마 커피 값은 내가 내께얼마고?”

배달은 몇 잔이든 간에 무조건 육천 원 아입니껴.”

그라마 천원 더 보태가 칠천 원 주께 젖 한번만 만져보자.”

하도 여러 사람이 만져서 이젠 다 닳아 없어졌습니더이거는 뽕 브랍니더.”

그냥 농담 삼아 해본소리다집에 가면 공짜로 만질 수 있는데 뭐 할라고 돈을 천 원씩이나 주고 만지겠노천 원이면 막걸리가 한 병인데....”

포도농사를 오천 평이나 지으면서 아직도 돈타령인교서 사장님 같으면 다방아가씨들 다 굶어 죽겠심더자가용만 타지 말고 영업용도 한번 타보이소.”

야야오뉴월 땡볕아래서 콩죽 같은 땀을 흘리며 농사 한번 지어봐라지망지망하게 돈을 쓸 수 있는강연애 한번 할라카마 두 시간 티켓비 사만 원여관비 이만 원떡값 십만 원거기다가 술이라도 한잔 걸치면 이십만 원이 훌쩍 날아가는데 쉬운 일이 아니잖아장 사장처럼 에어컨 밑에서 손쉽게 돈 버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돈 버는 모퉁이는 다 죽을 모퉁인데 수월하게 버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껴누구나 다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쓰는 거지소첩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더잘 놀다가 가이소.”

하여튼 홍 마담 저게 장사는 잘해애들 관리도 잘하고....”

농촌에는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소일거리와 건전한 오락이 없다보니 화투나 치고 오입질이나 하지 이제 경마장까지 들어서면 거지되는 놈 많이 나올 거야.”

경마장 보상비가 풀리면 다방하고 술집은 살판났네자 점심이나 먹으로 갑시다.”

조금만 더 기다려 봐라양 박사가 농자재대금 가지고 올라켔다오거든 같이 가자.”

그 친구는 젊은 사람이 정말 대단해대학 강사자리 때려치우고 귀농한 것 보면....”

사립대학에서 시간강사를 삼년이나 하고 일본에서 박사학위까지 받았는데도 전임교수 시켜 돌라카이 돈을 일억이나 내 노라 카더란다그래서 더러버서 귀농했뿟다 카더라.”

마누라도 없이 남자혼자 농사짓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빨리 장가를 가야지...”

박사 아니라 박박사라도 농사짓는 노총각한테 누가 시집오겠노...”

 

소머리 수육에 낮 소주를 한잔 걸치고 나니,

장 사장점심 잘 묵었다내가 차 한 잔 살게 미성다방에 가보자양귀빈지 황진인지 구경이나 한번 하그로.” 하면서 자린고비로 소문난 김용복이 앞장을 섰다.

이층에 있는 다방 문을 어깨로 밀고 들어서니 어서 오세요’ 하며 반라의 아가씨들이 합창을 하고 홍 마담이 숨넘어가는 소리로 인사치레를 했다.

오늘 무슨 바람이 불어서 여기까지 오셨습니껴오전에 봤는데 그단새 또 보고 싶든교?”

아무리 착각은 자유지만 육갑 그만 떨고 자네는 썩 물러가고 미스 양 좀 보자케라낮 소주에 취하면 안사돈도 여자로 보인다는 말 못 들어 봤나오늘 일 내지 싶으다.”

나이 사십도 안 됐는데 자꾸 늙었다고 괄시하마 죄받습니더지금 내실에서 점심 먹고 있는데 곧 나올 거라예미스 양 보러 왔구나그러면 그렇지.”

드디어 미스 양이 긴 생머리에 오렌지색 미니 원피스를 입고 나타났다.

듣던 대로 양귀비가 환생한 것 같구나.”하고 모두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첨 뵙겠습니다미스 양이라고 합니다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입 걸기로 소문난 장삼걸이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미스 양우리는 다방 아가씨들 등쳐먹고 사는 야쿠쟈들인데 이 친구는 도끼로이마까라상이고 저 친구는 깐자리또까라상이고 양 박사는 우리조직의 막내로 포도농사우예지꼬상이다그라고 나는 오야붕이고 다방아가씨 킬러인데 묵꼬묵꼬또묵꼬상이라 칸다오늘 초대면이니 신고식을 해야 될 꺼 아이가그러니 우선 니 앞으로 달아놓고 냉커피 다섯 잔만 가져오고 오늘밤에 수청들 준비나 하고 있거라만약에 내말 안 들으면 너는 오늘이 제삿날이 되든지 아니면 일본오사카유흥가에다 팔아넘겨 삐린다내말 알아듣겠제?”

장 사장님순진한 애 놀래그로 와 그카십니껴이 홍 마담 얼굴을 봐서 대충대충 넘어가입시더.”

오냐두말 않겠다울며불며 보따리 사기 싫거든 니가 알아서 해라그건 그렇고 양 박사 오늘 자재 값을 결제해줘서 고맙다금년에 포도농사는 어떻노무농약은 힘들제판로는?”

아무래도 무농약은 잔손이 더 가지요판매는 인터넷을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공급하는데 작년에는 처음이고 홍보가 덜 돼서 고전을 했지만 금년에는 이미 예약이 다 끝났습니다.”

배운 사람은 다르네공판장에 안내고 인터넷으로 판매를 한다니참 좋은 세상이다.”

농사에도 현대적인 경영기법이 도입되고 전산화가 돼야 합니다저의 농장이야 이천 평 남짓 하지만 우리 홈패지나 QR코드에 접속해 들어오면 유기농업의 전 과정을 동영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있고 맛도 차이가 많이 납니다.”

내가 먹어보니 확실히 맛이 다르더라나도 내년에는 무농약포도를 한번 해볼까...”

친환경농업도 일정한 규모 이상 집단화돼야 경쟁력이 있습니다포도뿐만 아니라 금호에서 생산돼는 복숭아배 등도 친환경으로만 지으면 농사짓기가 좀 힘들어 그렇지 판로는 얼마든지 있고 생산만 안정되면 ISO환경인증을 받아 수출도 가능 합니다.”

역시 양 박사는 생각하는 게 우리하고는 다르네금호에 귀농하게 된 동기는?”

대학에 있을 때 금호채약산포도영농조합의 경영진단을 해 본적이 있는데 우선 포도농사를 계량화표준화객관화기계화해서 생산원가를 대폭 절감시키고 경쟁력을 제고 하여 고령화와 FTA에 대처하면서 벤처농업으로 금호포도산지를 레벨 업 시켜보려고 합니다.”

말귀를 잘 못 알아들어도 대충 무슨 뜻인지는 알겠는데 그만한 각오가 되어 있으면 장가부터 가야지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고 살림할 사람이 없으면 혼자서는 농사 못 짓는다.”

농사꾼한테 누가 시집오겠습니까?”

농사꾼이면 다 같은 농사꾼이가해외박사에다가 장래가 구만리 같은데눈이 바로 박힌 여자라면 와 안 오겠노내가 딸이 있으면 당장 사위 삼겠다박사 마누라가 될라카마 학력은 어느 정도면 되겠노?” 하면서 윤춘봉이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농사꾼의 아내야 고등학교정도 졸업하면 충분하지요.”

그렇다면 내 중신 한번 서 보께양 박사 고향은 어디고 어른들은 다 살아계시나?”

고향은 대구고 제가 맏이며 결혼한 여동생이 하나 있습니다부모님들이 아직 젊으셔서 바쁠 때는 일도 도와주시고 밑반찬도 해주십니다.”

부모님가슴에 못을 박은 불효자구나외국 유학시켜 박사 만들어 놓았더니 대학교수는 안하고 농사꾼이 되었으니커피 좀 더 도고와이래 양이 적노눈에 넣어도 모자라겠다.”

야들아커피 좀 더 가져 오너라오라버니들금년여름도 다 끝나 가는데 우리가 휴가는 못 가드라도 애들 데리고 피서 겸 야유회 한번 가입시다점심은 제가 준비 할게요.”

그거 조오치점심준비 할 꺼 없다그날 내가 개 한 마리 잡으께금호에서는 남의 눈 때문에 안 될 거고 다음 하양장날 물더미에 가자승용차 두 대면 안 되겠나거기는 물도 좋고 숲도 있고 해서 무슨 지랄을 해도 아무도 모른다홍 마담그날 달거리 하는 애들은 데리고 오지마레이그라고 양 박사는 처음이니까 무임승차하고 친구들 느그 셋은 저녁에 노래방에서 뒤풀이 하는 거 책임져라양 박사 총각딱지도 떼 줘야 될 거 아이가.”

오야붕이 책임지라 카면 져야지 우야겠노셋이서 그 정도야 부담 못하겠나....”

그 뿐만이 아니고 노래방 끝난 뒤 러브호텔 가는 것까지 각자가 알아서 준비해라더 이상 예기 할 거 없제그라마 홍 마담서방님은 이만 가실란다아무한테나 헤프게 주지 말고 고이 간직하고 잘 있거래이가서 편지하께,”

서방님지금 떠나시면 언제 또 오시겠습니껴?”

가봐야 알지....”

가시는 듯 다시 오시고 가시는 걸음걸음 조심해 가입시더.”

오냐빨리 나서자 가다가 해떨어지겠다.”

긴장해 있던 미스 양의 얼굴에 안도의 빛이 떠올랐다.

미스 양아장 사장 첫인상이 어떻노?”

말은 좀 거칠어도 유머와 위트가 있고 재미있는 분이네요.”

그렇제금호읍뿐만 아이고 영천시에서는 내가내다 카는 사람이다시내에 있는 농자재상회는 땅값만 해도 수십억이나 되고 이 촌구석에서 한여름에도 캐주얼 양복입고 에쿠스 타고 다니는 멋쟁이다말 잘 하고 술 잘 먹고 돈 잘 쓴다고 장삼걸이 아이가.”

그저께는 조합장보고 멋쟁이라고 치켜세우더니....”

지랄하네그라마 본인 앞에서 멋쟁이라 카지 뭐라 카노조합장은 인물만 번듯하지 나이도 많고 짠돌이에다가 왕소금이다그러나 장 사장은 입이 좀 험해서 그렇지 생긴 대로 기마에(선심)도 화끈하고 사땡(마흔넷)이면 한창나이 아이가니도 야유회 꼭 가야 된데이.”

저는 못갑니다쉬는 날 대구 가서 정리해야 할 일이 남아있습니다.”

가시나 이거 또 사람 허파 뒤비고 있네.”

 

장 사장님금영다방입니더요즈음 와 그래 뜸 하십니꺼배달도 안 불러주시고....”

한 마담미안 미안요즘 내가 치매가 와가 건망증이 좀 심해서....”

우리 집에 멋진 아가씨가 새로 왔는데 선 한번 보실랍니꺼?”

요새 집토끼고 산토끼고간에 봐줄 형편 안 된다나는 인자 화류계에서 은퇴했다.”

(재수 없게 아침부터 웬 떡방아 타령이고그런데 홍 마담 이년은 영 가물치 콧구멍이네영업정지를 당해봐야 정신을 차릴라 카나이 장삼걸이를 우습게 봤다 이 말이제....)

장 사장요즘 사업 잘되고 있습니까?”

아니 김 사장님이 우짠 일로 여기까지 귀한걸음을 하셨습니까?”

어제 신녕에 있는 처가에 왔다가 오는 길인데 거두절미하고 본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평소 우리 방충망()을 많이 팔아줘서 고맙다는 인사부터 드리고 권혁수 현 산림청장이 내 처남인데 이번에 영천에서 국회의원에 입후보 합니다장 사장좀 도와주시오.”

꽃매미망의 독점판매권을 주셔서 제가 더 고맙지요여당공천은 받을 수 있습니까?”

솔직히 그건 좀 불확실합니다공천을 못 받아도 반드시 무소속으로 입후보 할 겁니다.”

이곳 현직국회의원이 고향에서 인기가 없어 재공천이 불투명하지만 참 어려운 싸움이 되겠네요커피나 한잔 하십시다어이 홍 마담모닝커피 두잔 갖고 오너라.”

홍 마담 현신(現身)이오간밤에 침수(寢睡편히 드셨습니껴?”

점잖은 손님 앞에서 제발 흐들갑 좀 떨지 마라니는 영천장에 콩 팔러 갔디나 아니면 강원도 포수가한 달이 넘도록 와 그래 소식이 없노니 금호 땅에서 그만 살고 싶으나?”

내대로는 최선을 다 해봤심더암만 꼬셔 봐도 방구에 대침이고 나도 그 가시나 때문에 허파가 근질근질 하고 자궁이 답답해서 죽을 지경입니더때려죽이지도 못하고....”

언제는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왔다고 난리더니니가 잠자는 호랑이의 코털을 건드려 놓고도 무사할 것 같으나그 가시나를 내 보내든지 니가 뜨던지 둘 중에 하나 선택해라.”

하이고 오라버니한번만 살려 주이소.”

무슨 일인데 분위가가 이리 살벌합니까?”

하하하김 사장님 우리끼리 하는 농담입니다신경 쓰지 마이소차 다 마셨으니 니는 빨리 가서 알라나 봐라우리 다시 본론으로 들어갑시다좁은 시골바닥에서 사업이라고 하다보면 현직 국회의원이나 기관장들하고 등지고는 살 수 없는 게 현실 아닙니까제가 명색이 영천의 유지로서 무소속을 지원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따릅니다.”

안동 권 씨 문중이 총 동원되어 일전을 치룰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영천이라고 해서 기적이 안 일어나라는 법이 있겠습니까그간의 정의를 생각해서라도 제발 좀 도와주시오.”

그러면 저도 단도직입적으로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제가 물려받은 선산이 백여만 평 있는데 산 좋고 물도 좋으나 도로가 없어 접근이 불편합니다골프장 할 사람이 눈독을 드리고는 있습니다만 이걸 산림청이 매입해서 도로를 내고 휴양림으로 개발하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결과가 나오지 싶습니다정 매입이 어려우면 제가 장기임대를 해 드릴수도 있습니다성사만 되면 선거비용도 좀 내놓겠습니다.”

이게 성사되면 장 사장께는 어떤 이익이 있습니까?”

승용차타고 묘사를 지내러 갈수 있다는 거지 무슨 큰 팔자 고칠 일이야 있겠습니까.”

도로가 나면 땅값이 엄청 올라갈 것이라는 속셈은 감추어 두었다.

내가 확답을 드릴 처지가 아니니 일간 서울 같이 올라가서 의논을 해 봅시다인동 장 씨 문중 표에다 영천의 과수업자들은 모두가 장 사장의 고객이 아닙니까나는 오늘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입니다영천의 선거공약으로는 어떤 게 좋겠습니까?.”

겨울에 포도나무동해가 심하니 농산물재해보험대상에 과실뿐만 아니라 과수도 포함시켜주고 대구도시철도를 영천까지 연장만해주면 더 이상 바랄게 없지요.”

장 사장은 입후보도 안 해보고 선거를 훤히 꿰뚫고 있군요장 사장 같은 분 세 사람만 있으면 선거 실컷 치러 내겠는데.....”

(낫살이나 먹었다고 날 갖고 노는데 어림도 없어내가 노랑돈 몇 푼 얻어먹고 선거운동이나 하는 사람인 줄로 알았다간 큰 코 다치지미끼를 던져 놓았으니 물든 말든 이제 공은 당신한테로 넘어 간 거야두고 보면 알겠지그런데 오늘은 왜 한 놈도 안보이지...)

홍 마담거기 우리 친구들 누가 왔나이것들이 오늘은 코빼기도 안 보이네.”

글쎄요아무도 안 왔는데요,.......일도 알아서 잘하고 속도 안 썩히는데 티켓만은 안 끊을라 카네요,.......나도 미치고 환장 하겠심더,.......예예알았심더.”

(내 알몸이 비너스조각보다 더 아름답다 칼 때는 언제고 미스 양만 찾고 있노 망할 자식)

홍 마담은 아침부터 벼르다가 기어코 말을 끄집어냈다.

미스 양아 내 좀 보자도대체 니 정체가 뭐꼬온지 한 달이 넘었으니 이실직고 해봐라.”

이실직고라니요저는 아무 할 말이 없습니다.”

야 이 가시나야화류계 사랑은 돈 놓고 돈 먹기다금호만 해도 다방이 열 개나 되는데 오십 명이나 되는 아가씨들이 다 그 짓해가 먹고 살고 있다곰보 째보라도 조갑지만 달고 있으마 한 달에 사오백만 원은 거뜬히 버는데 니가 무슨 일편단심 민들레라고 청승을 떨고 있노돈이 싫으마 아예 여승이나 수녀로 가지 지랄한다고 티켓다방에 왔나?”

내 몸은 내가 알아서 하는 거지 언니가 왜 그런 것까지 간섭합니까?”

니 때문에 단골손님이 다 떨어지게 생겼으니 하는 말 아이가장 사장이 최후통첩을 하더라니가 그만 두던지 내가 뜨던지 양단간에 결정하라 카더라우얄래?”

장 사장 자기가 뭔데 그만두라 마라 합니까호랑이 없는 산골에는 토끼가 왕 노릇 한다더니 주제파악도 못하고...., 저는 장 사장이 겁이 나서 그만두는 일은 없을 테니 그렇게 아세요그러면 언니가 떠나야겠네요?”

(보통 가시나가 아이네기세가 등등한걸 보니우리약점을 다 알고 있는 건 아닐까...)

장 사장 말투가 원래 그렇잖아신경 쓸 거 없다삐쳤는지 오늘은 커피를 한번 밖에 안 시키네그런데 민 양 이 가시나는 티켓도 안 끊고 두 시간이나 되도록 감감 무소식이고.”

이때 민 양이 계면쩍은 얼굴을 하며 들어섰다.

야 이 가시나야엎어지면 무르팍 닿을 데 배달 가서 두 시간이나 안 들어오마 우야노?”

형편이 그렇게 됐심더두 시간 티켓비조로 이만 원 낼게요.”

와 연락은 안 하노핸드폰은 놔뒀다가 곰 해 처먹을라 카나?”

연락할 형편이 못됐다 안 캅니까그리고 티켓비도 낸다고 했잖아요.”

야 이년아내가 돈 때문에 카나오토바이 사고라도 났는가 싶어 걱정이 돼서 카지.”

고양이가 쥐 걱정 하고 있네.”

저년 저거 말하는 꼬라지 좀 봐라대번에 두 동네를 한 동네로 만들었뿔라 마.”

 

포도수확이 끝나면 하릴없는 친구들이 아침부터 모여들기 시작한다.

장 사장미성다방의 미스 양은 떠났다 카네고걸 못 잡아묵어 원통해서 우짜노?”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고 이번에는 내 작전이 안 먹혀 들어가더라.”

무슨 사연이 있어서 왔는지는 몰라도 다방레지 할 아이는 아이더라괜히 헛물만 켰네.”

홍 마담이 질투가 나서 내 보낸 거 아이가홍 마담도 처음 왔을 때는 순진하고 이뻤는데 이젠 구미호(九尾狐)가 다됐으니다방주인이 된 걸보면 눈먼 영감하나 물었지 싶으다.”

잘 하면 대창면에 있는 우리선산이 팔릴 것 같다골프장과 휴양림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다녀갔다오늘 점심은 포항가자내가 한턱 쏠께운전은 술 안 먹는 사람이 해라.”

영천에서 신흥재벌 나오게 생겼네오늘 목구멍의 묵은 때 한번 벗겨보자.”

포항의 명물 죽도시장횟집에서 배를 두드려가며 먹고 마시고는 돌아오는 차안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스마트폰이 울렸다모르는 전화번호였다.

장 사장님미성다방에 있던 미스 양인데 대구에서 한번 뵐 수 있겠습니까?”

무슨일로?”

점심이든 저녁이든 제가 식사를 한번 모시고 싶습니다.”

(요것 봐라보통 년이 아니네화대(花代)를 혼자서 다 먹겠다는 심산이구나단골손님들 전화번호는 다 알고 있을 꺼고이때까지 다방을 옮길 때 마다 늘 이런 식으로 해 처먹었구나.)

이튿날 대구 수성못 아래 오이시이 초밥 집에서 마주한 미스 양은 진 보라색 정장을 하고 있어 더욱 단정해 보였으며 네까짓 게 뛰어봤자 부처님 손바닥 위지요걸 회를 쳐 먹을까 찜을 쪄 먹을까’ 하고 장 사장은 입맛을 쩝쩝 다시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장 사장님 한 가지 여쭤볼 게 있어요.”

뭔데?”

스무 살 즈음에 금호장에서 아버지를 도와 잡화점을 하면서 교회를 다니셨어요?”

그랬지그건 왜?”

그러시다면 주막집 딸 금덕례라는 여인을 아시는지요별명이 금달래인....”

알다마다지금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지그런데 니가 금달래를 어떻게 아는데?”

금덕례에게 딸이 하나 있다는 것도 알고 계십니까?”

소문을 들어서 알고는 있지야가 점점 이상한 소리만 하네.”

제가 그 금덕례의 딸 금세빈이에요아버지 정말 보고 싶었어요.”하고는 큰절을 한번 하더니 장 사장의 목을 안고 엉엉 우는데 천하의 장삼걸이도 이쯤 되고 보니 멘붕(멘탈붕궤)상태에 빠져 떡 먹고 언덕에서 굴러 떨어진 꼴이 되고 말았다.

뭐라꼬아버지라꼬세상에 이럴 수가....., 어디 다시 한 번 찬찬히 얘기 해봐라.”

외할머니에게 들은 대로 얘기 하겠습니다엄마가 아직 나이도 어리고 주막집 딸이라고 부모님들이 결혼을 극구 반대하자 아버지는 만삭이 된 엄마를 나 몰라라 하고 군에 입대해 버렸고 엄마는 그 수치감을 감당하지 못해 백일이 갓 지난 저를 두고 큰 홍수가 난 금호강물에 투신을 하여 시체도 찾지 못했으며 할머니는 저를 엄마의 동생으로 출생신고를 한 후 금호를 떠나 대구 칠성시장에서 국수장사를 하며 젖동냥으로 키웠다고 합니다저는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도 할머니를 어머니인줄 알고 자랐으며 삼 개월 전 할머니가 위암으로 돌아가시기 직전에 어머니와 아버지에 관한 얘기를 모두 제게 해 주었으나 아버지에 관해 알고 있는 것은 성이 장 씨고 금호장에서 잡화점을 하며 교회에 다녔다는 것뿐이었습니다할머니의 장례를 치루고 난후 저는 아버지를 찾기 위해 금호의 미성다방에 위장취업을 하여 비밀리에 이개 월여의 수소문 끝에 장 사장님이 저의 아버지임을 확신하고는 다방을 그만두고 나와 전화를 드린 겁니다아버지를 찾았으니 이제 저는 원도 한도 없습니다.”

내가 군에서 첫 휴가를 나와 보니 모든 상황이 다 끝난 뒤였고 풍문으로만 소식을 듣고는 대성통곡을 했었지모두가 다 내 잘못이야이 죄를 어떻게 다 감당을 할꼬...., 우리 이럴게 아니라 금호로 나가자가족과 이웃에도 알리고 잔치를 해야지.”

아니에요아버지가 저를 자식으로 인정만 해주시면 그걸로 족하지 더 이상 욕심이 없어요그리고 현재 아버지의 가정과 행복을 깨트리고 싶지 않아요.”

인정하고말고내가 뿌린 씨는 당연히 내가 거두어야지뭐 좀 도와줄게 없겠느냐생활은 어떻게 하고 있느냐?”

할머니가 남겨주신 아파트도 있고 국수가게를 처분한 돈도 조금 있어요제가 회계학과를 나와 공인회계사자격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취직도 금방 할 수 있어요.”

고등고시만큼이나 어렵다는 공인회계사자격도 갖고 있구나나는 대학도 못 나왔어.”

대학이 뭐 대수(大事)인가요사람 짓을 해야지요이젠 티켓다방에 출입하지 마세요.”

그래야겠지사귀는 남자는 있느냐?”

없어요, 그간 공부하느라고 연애한번 못해봤어요.”

엄마아버지가 없어도 참 곱게 자랐구나엄마를 많이 닮았네하느님 감사합니다.”

얼굴형은 엄마를 닮았어도 눈매와 콧날은 아버지를 닮았어요교회는 왜 안 나가세요?”

술 담배에 나쁜 짓만 골라하다 보니 절로 거리가 멀어졌지집으로 가자결혼도 해야지.”

저의 존재가 알려지면 아버지만 난처해져요결혼은 취직하고 천천히 해도 돼요.”

난처할 것 없다아들 둘뿐인 내가 이렇게 예쁘고 똑똑한 딸을 얻었는데 이런 축복이 어디에 또 있겠느냐남의 눈치볼일 전혀 없다이번 토요일 열시까지 금호사무실로 오너라.”

장 사장은 돌아오는 길로 아내에게 자초지종을 얘기하고 어렵게어렵게 양해를 구했으며 사무실에 커피자판기를 설치하고 다방과는 담을 쌓았다그리고 양 박사를 불렀다.

양 박사각설하고 내 사위가 돼도.”

난데없이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내게 숨겨둔 딸이 하나 있는데 나이는 스물셋이고 인물은 미스 코리아 수준이며 공인회계사다이만하면 자네 짝으로 손색이 없겠제?”

그 정도면 저한테는 과분하지요그런 아가씨가 시골에 와서 농사를 짓겠습니까?”

농사야 못 짓겠지전공을 썩히기에는 너무 아깝잖아그 대신 이 혼담이 성사되면 자네에게 땅 삼천 평을 더 사주어 기계농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영천에도 경제자유구역공업단지가 들어서고 있으니 시내에 공인회계사 사무실을 열어 주겠네내일모래 토요일 오전에 여기 오기로 했으니 우리 점심이나 같이하세.”

장본인의 의사가 제일중요하니 그것부터 확인해 주십시오.”

길고 짧은 거는 대 보면 아는 거고 일단 한번 만나보는 거야결혼도 경영이니까 경영학 박사의 실력을 한번 발휘해 보시게자 그럼 지금 우리 딸에게 전화하겠네세빈이냐 아빠다이번 토요일엔 꼭 나와야한다어머니께 인사도 드리고 양 박사와 선도 봐야지.”

아빠 고맙습니다꼭 나갈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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