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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두 에세이] 모든게 부러운 사람
게시물ID : lovestory_8545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황희두
추천 : 1
조회수 : 50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5/19 00: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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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어쩜 이렇게 세상이 불공평할까 싶을 정도로 모든 걸 갖춘 사람. 살다보면 한 번쯤은 만난다. 

보통 잘난 사람들을 보면 시기질투와 경쟁심이 생겨나기 마련이지만, 개중에는 도저히 따라갈 엄두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잘난 사람도 있다. 우리는 그들을 '엄친아', '엄친딸'이라 부른다.


나에게도 그런 부러움의 대상이 한 명 있다. 오래전부터 모든 걸 부러워하며 동경해오던 형. 나는 그의 모든 것이 부러웠다.


185cm의 큰 키,

잘생긴 외모,

사기적인 비율,

프로게이머를 거쳐 밴드, 배우 등의 다양한 경험,
그를 따르는 수많은 팬들까지….


나는 그 형을 보며 세상이 정말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너무나 부러웠다.


정확히 10년 전 처음 프로게이머를 꿈꾸던 시절부터,

내가 굳이 MBC 게임 히어로 팀을 선택한 이유도 그 형과 한솥밥을 먹고 싶었기 때문이다. 당시 프로게이머 지망생에 불과한 나는 이미 스타가 된 그 형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며 부러워했다. 함께하는 날만을 그리며.


노력 끝에 꿈에 그리던 MBC게임 히어로 팀에 입단했지만 공교롭게도 그 형은 비슷한 시기에 군대를 갔다. 그가 전역하여 돌아올 즈음 나는 스타크래프트2로 넘어갔고, 그 형은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하며 다시 찢어졌다. 이후 공중파 시트콤에서 나름 영향력 있는 캐릭터를 소화하는 그를 보며 점점 커져만 가는 부러움.


그렇게 엇갈린 운명으로 인해 우리는 엄청나게 끈끈한 사이가 되진 못했지만, 그래도 팬과 스타의 사이에서 선후배, 아니 적당히 친한 친구 사이가 되었다. 돌이켜보면, 오히려 너무나 가깝지만은 않은 사이인 덕분에 10년이란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가 부러운 걸지도 모른다.


몇 주 전, 나는 오랜만에 그 형을 만났다.

그사이 외모는 더 잘생겨졌고, 웹드라마 촬영으로 해외까지 다녀왔다는 소식을 접했다. 여전히 그 형이 너무나 부러웠고 나는 초라해보였다. 그가 걸어온 길은 많은 청년들에게 힘이 될 거 같았기에 이런 말을 했다.


"형은 제가 아는 사람 중에서 제일 부러운 사람이에요. 다음 생에는 형처럼 태어나고 싶네요."

"무슨 소리야. 인생.. 어떻게 될라나."


대화 내내 그 형은 "어떻게 될라나"라는 말을 했다.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는 미래. 엄청나게 부러워하던 내가 머쓱해질 정도로 그는 한숨을 쉬었다.


적잖게 당황했다. 분명 나에게는 모든 것이 부러운 그런 형인데.

가만보니 그 형도 누군가 동경하는 사람이 있었다. 주위에 말하기 힘든 탓에 혼자 안고 있는 고충도 너무나 많았다. 하루하루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을 것만 같았던 형의 모습의 이면에는 고민과 불안이 존재했다.


문득 오래전 연말, 우리 팀 멤버들끼리 다 같이 모였던 것이 떠올랐다. 갑자기 거기서 누군가가 나에게 이런 말을 건넸다.


"희두야, 형은 너가 참 부럽다."


믿기지 않았다. 그는 현역 당시에도 에이스였고, 은퇴 후에도 개인방송으로 한 달에 천 만원이 넘는 돈을 벌고 있었다. 물론 인생에서 돈이 전부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큰 수입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심지어 그 형은 함께 놀이공원을 갔을 때도 여기저기서 사인을 해달라며 난리가 날 정도로 인지도가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고작 나를 부러워하는 게 말이나 되는가.


"에이.. 저는 형이 부러운데, 형은 아쉬울 게 없잖아요. 요새 저는 단체 만들고 이런저런 활동하면서 빚만 잔뜩 쌓였어요."


의아한 표정을 지은채 대답하자 그 형은 이렇게 말했다.


"그건 맞지. 하지만 나는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 있다는 확신이 없잖아. 그래도 지금 너가 이것저것 하는 거 보면 미래에 뭐라도 하고 있을 거 같아. 그게 부러운 거야."


지금 이 순간, 너무나도 초라해 보이는 나. 정작 부러워 보이던 형들에게서 이런 말을 들으니 기분이 참 묘했다.


이런 모습들을 곰곰이 생각해보니 드는 결론. 결국 인생의 모든 부분에서 만족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절대 없을 거란 확신이었다.


혹여라도 하루하루 만족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그만큼 욕심이 없다는 의미와도 같다. 돈, 명예 등 무언가 목표가 높고 뚜렷하다는 것은 그만큼 대단한 경쟁자도 많다는 뜻이니. 그러다 보면 우리는 그들과 본인을 비교할 수밖에 없고, 결국 내가 갖지 못한 걸 가진 누군가를 부러워하게 되는 것이다.


모든 게 부러움과 동경의 대상인 그 형도 불안해하며 고통받는 걸 보면 세상은 참 공평한 거 같다.


돈이 많거나, 명예가 높거나, 잘난 귀족 출신들도 가진 인간 모두의 공통점. 바로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


정답은 없고, 무수한 해답만이 존재하는 지구에 덩그러니 놓인 우리들. 이로 인해 불안해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내일, 아니 당장 10분 후에도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질지조차 우리는 절대 알 수 없으니.


어쨌든 나는 여전히 그 형이 부럽고,

그 형도 여전히 다른 누군가를 부러워한다.


누군가도 지금의 나를 부러워하겠지.

 자신은 이해할  없을지라도.


그렇다는 것은,
지금 누군가도 당신을 부러워하고 있을 것이다.

당신은 이해할 수 없을지라도.

출처 http://brunch.co.kr/@youthhd/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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