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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고통들이 전시되었다
게시물ID : lovestory_8588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41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7/21 12:09:20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bgmstore.net/view/Ga81F






1.jpg

배용제퓰리처상 사진전

 

 

 

고통들이 전시되었다

세련된 관객들을 위하여

빛은 그 순간마다 얼마나 발광했을 것인가

관객들은 고통의 방식과 종류를 관찰하며

탄성을 지른다

정지된 슬픔과 죽음과 울음과 추락과 광기와 공포는

해마다 비슷한 이미지들이 인화되었고

상패의 제목이 새겨졌다

완벽하고 투명한 고통이 선정되는 황홀한 한때

벌거벗은 고통들은 갖가지 포즈를 취한다

찡그린 고통 멍한 고통 웅크린 고통 입벌린 고통

달아나는 고통 놀란 고통

기념 팸플릿으로 집어드는 고통

사각의 틀 안에서 빛나는 고통

부드럽게 발음되는 고통

채집된 화석처럼 사진 속 황홀한 주인공들은

지구의 표본실에 유효기간 없이 저장된다

감각이 정지한다

햇살이 쉴 새 없이 발광하고

우주의 거대한 필름에 지상의 장면들이 채집된다







2.jpg

임선기나무를 우러르며

 

 

 

나무가 아름다운 것은

아무도 모르는 깊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 깊이 속에

우리가 아직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 나무를 우러르며

내가 걷는 것은

 

내가 아직 그 무엇을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3.jpg

강인한꿈꾸는 돌

 

 

 

나는 당신 호주머니 속에 들었어요

당신은 나를 가졌어요

아주 가까이 나는 당신의 심장 뛰는 소릴 들어요

 

손가락에 꾹 힘을 주고 벽을 밀어요

의심하지 말고

조용히 숨을 멈추세요

오래지 않아 당신 몸이 스르르 벽을 통과하듯이

 

다음 백 년 너랑 살자

달 없는 밤 나를 끌어내 손잡고 도망치는 모습

간절하게 간절하게 마음속에 비춰보세요

단단하게 뭉치고 또 뭉쳐 보세요

 

이것이어요꿈꾸는 돌

이 돌 속으로 걸어 들어간 내 하얀 맨발이

달 없는 밤이면 보일 거여요

 

당신 가슴에 대고당신 붉은 피를 스르르 흘려 넣은

한 덩이 꿈같은 사랑

가지세요모두 가지세요







4.jpg

박정수파꽃

 

 

 

햇살 끝 염전 같았다

차가운 땅 밑에서 머리를 올려

터져버리면 그 많은 기억들

사람 모이는 큰 시장 가장 작은 자리에

엄마는 늘 팟단처럼 앉아 계셨다

어린 나는 그곳을 피해 먼 길로 다녔다

잘 묶여진 팟단을 풀면

십 원짜리 동전 소복한 시장 골목이 보인다

 

노모의 병든 뼈마디처럼

속이 텅 빈 채

어린 시절 부끄러운 고집을 하얗게 쏟아 놓는다







5.jpg

박후기감기

 

 

 

숙주를 파고드는 병과

함께 누워

약을 먹는 밤은

쓰다

 

목에 걸린 알약처럼

삼킬 수도

뱉을 수도 없는 육신아

물 한 모금 겨우

눈물 한 모금 겨우 삼키며

너를 안고

너를 앓는다

 

누가

내 안에 들어와

기어이

사흘 밤낮을

울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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