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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자라지 않는 나무
게시물ID : lovestory_8599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
조회수 : 36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8/07 19:00:16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bgmstore.net/view/Obia6





1.jpg

나태주아무르

 

 

 

새가 울고

꽃이 몇 번 더 피었다 지고

나의 일생이 기울었다

 

꽃이 피어나고

새가 몇 번 더 울다 그치고

그녀의 일생도 저물었다

 

닉네임이 흰구름인 그녀

그녀는 지금 어느 낯선 하늘을

흐르고 있는 건가

 

아무르아무르 강변에

새들이 우는 꿈을 자주 꾼다고

나도 메일을 보냈다







2.jpg

김상미자라지 않는 나무

 

 

 

우리는 너무 우울해 먹은 것을 토하고 토하고

우리는 너무 외로워 귀를 막고 노래를 부르고 부르고

 

그래봤자 우리는 모두 슬픈 뱀에게 물린 존재

상처가 깊을수록 독은 더 빨리 퍼져

 

우리는 키스를 하면서도 썩어가고

우리는 사랑을 나누면서도 썩어가고

 

그래봤자 우리가 소유하는 건 날마다 피로 쓰는 일기 한 페이지

나부끼고 나부끼고 나부끼다 주저앉은 바람 한 점

 

그래도 우리는 문을 열고 밖으로 밖으로

가급적이면 더 치명적인 비극희망을 향해 바퀴를 굴리고

 

그러다 만병통치 알약처럼 서로를 삼키고

사막같이 바싹 마른 가슴에 불치의 기우제를 올리는

 

우리는 수많은 이름들을 발가벗겨 구름 속에 처박고

어찌할 줄 몰라 밤에게 된통 걸려버린 나무 그림자

 

밤새도록 춤춤만 추는 자라지 않는 나무







3.jpg

허만하낙동강 하구에서

 

 

 

바다에 이르러

강은 이름을 잃어버린다

강과 바다 사이에

흐름은 잠시 머뭇거린다

 

그때 강은 슬프게도 아름다운

연한 초록빛 물이 된다

 

물결 틈으로

잠시 모습을 비쳤다 사라지는

섭섭함 같은 빛깔

적멸(寂滅)의 아름다움

 

미지에 대한 두려움과

커다란 긍정 사이에서

서걱이는 갈숲에 떨어지는

가을 햇살처럼

강의 최후는

부드럽고 해맑고 침착하다

 

두려워 마라흐름이여

너는 어머니 품에 돌아가리니

일곱 가지 슬픔의 어머니

 

죽음을 매개로 한 조용한 전신(轉身)

강은 바다의 일부가 되어

비로소 자기를 완성한다







4.jpg

정윤천경첩

 

 

 

너를 열고 싶은 곳에서너에게로 닿고 싶을 때

아무도 모르는 저 은밀한 해제의 지점에서

쇠 나비 한 마리가 방금 날개를 일으켰다는 일이다

그의 차가운 두 닢이 바스락거리기라도 하듯이

한번은 펼쳐 주어야만나는 너에게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너를 한번 열어너에게로 간다는 사실은

어딘지너 이전의 지점 같기도 한 보이지 않은 곳에서

숨긴 날개의 쇠나비 한 마리가

비로소 활짝 펼쳐 주었다는 일이다

사랑의 경계에는 한사코 쇠나비 한 마리가

접은 날개의 기다림으로 깃들어 있었다는 뜻이다







5.jpg

고진하묵언의 날

 

 

 

하루 종일 입을 봉하기로 한 날

마당귀에 엎어져 있는 빈 항아리들을 보았다

쌀을 넣었던 항아리

겨를 담았던 항아리

된장을 익히던 항아리

술을 빚었던 항아리들

하지만 지금은 속엣 것들을 말끔히

비워내고

거꾸로 엎어져 있다

시끄러운 세상을 향한 시위일까

고행일까

큰 입을 봉한 채

물구나무 선 항아리들

부글부글 거리는 욕망을 비워내고도

배부른 항아리들

침묵만으로도 충분히

배부른 항아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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