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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본색을 들키다
게시물ID : lovestory_8600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32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8/09 19:15:34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bgmstore.net/view/JSxci





1.jpg

박재삼추억에서

 

 

 

진주(晉州장터 생어물전에는

바다 밑이 깔리는 해 다 진 어스름을

 

울 엄매의 장사 끝에 남은 고기 몇 마리의

빛 발()하는 눈깔들이 속절없이

은전(銀錢)만큼 손 안 닿는 한()던가

울 엄매야 울 엄매

 

별밭은 또 그리 멀리

우리 오누이의 머리 맞댄 골방안 되어

손 시리게 떨던가 손 시리게 떨던가

진주(晉州남강(南江맑다 해도

오명 가명

신새벽이나 별빛에 보는 것을

울 엄매의 마음은 어떠했을꼬

달빛 받은 옹기전의 옹기들같이

말없이 글썽이고 반짝이던 것인가







2.jpg

문정희돌아가는 길

 

 

 

다가서지 마라

눈과 코는 벌써 돌아가고

마지막 흔적만 남은 석불 한 분

지금 막 완성을 꾀하고 있다

부처를 버리고

다시 돌이 되고 있다

어느 인연의 시간이

눈과 코를 새긴 후

여기는 천년 인각사 뜨락

부처의 감옥은 깊고 성스러웠다

다시 한 송이 돌로 돌아가는

자연 앞에

시간은 아무 데도 없다

부질없이 두 손 모으지 마라

완성이라는 말도

다만 저 멀리 비켜서거라







3.jpg

이준관길을 가다

 

 

 

길을 가다 문득

혼자 놀고 있는 아기새를 만나면

다가가 그 곁에 가만히 서 보고 싶다

잎들이 다 지고 하늘이 하나

빈 가지 끝에 걸려 떨고 있는

그런 가을 날

혼자 놀고 있는 아기새를 만나면

내 어깨와

아기새의 그 작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어디든 걸어 보고 싶다

걸어 보고 싶다







4.jpg

천양희옷깃을 여미다

 

 

 

비굴하게 굴다

정신차릴 때

옷깃을 여민다

 

인파에 휩쓸려

하늘을 잊을 때

옷길을 여민다

 

마음이 헐한 몸에

헛것이 덤빌 때

옷깃을 여민다

 

옷깃을 여미고도

우리는

별에 갈 수 없다







5.jpg

한혜영본색을 들키다

 

 

 

화학비료로 키운 비트는

굵은 소금을 뿌려보면 대번에 안다

붉은 물이 빠지면 가짜다

 

굵은 소금 한 주먹에게

나도 본색을 들킨 적이 있다

사랑이 가짜라는 사실에

당황붉은 물

뚝뚝 흘리며 달아난 적이 있다

 

자신까지도 깜빡 속이던

색의 정체를 다 알아버린 인생이라면

너무 재미없지 않나

 

행복한 한때라고

단단히 믿는 그대여 조심하시라

 

사방이 염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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