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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입술 한 번 뻥긋한 적 없다
게시물ID : lovestory_8635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35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10/18 19:46:37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z9KC5hDz6Ww






1.jpg

이인원혼잣말

 

 

 

분명 제가 뱉은 말이지만

입술 한 번 뻥긋한 적 없다

아무도 모르는 사이 꽃망울이 열리듯

겹겹 홀쳐맨 사향주머니가 흘리는 향기 같은 말

상륙전까지는 무섭도록 조용하지만

찬란한 끝장을 갈망하는 태풍의 눈 같은 것

 

들으라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제 귀에 조차 안 들리는 말이다

소라껍질 속에 갇힌 파도소리처럼

물기란 물기 다 증발해 버린 오래 묵은 속울음 같은 말

제 몸속을 뜨겁게 달리고 있지만

스스로 발소리를 숨기는 피돌기 같은 것







2.jpg

유안진벌초하지 말 걸

 

 

 

떼풀 사이사이

패랭이 개밥풀 도깨비바늘들

방아깨비 풀여치 귀뚜라미 찌르레기 소리도

그치지 않았는데

살과 뼈 녹여 키우셨을 텐데

 

다 쫓아버렸구나

어머니 혼자

적적하시겠구나







3.jpg

박소유자줏빛 자()

 

 

 

이 빛을 보면 불안하다

몸 아픈 곳을 짚어내는 빛이며

깊게 스며들어 뼛속까지 아린 자주감자고

혓바닥까지 늘어진 자목련 꽃잎이며

피 터지게 싸우고 난 수탉의 볏이다

구구절절피 멍 든 생들은

처음부터 그런 빛 그런 몸을 지녔으니

더 아플 것 없겠다 쉽게 말하지 마라

세상이 온통 자줏빛이다

누구는 상처를 꽃으로 읽지만

나는 벌써 꽃이 상처로 보인다







4.jpg

강은교아무도 몰래

 

 

 

이런 날에는 아무도 몰래 그 떨림을 만지고 싶네

빛을 향하여 오르는 따뜻한 그 상승의 감촉

이런 날에는 아무도 몰래 그 떨림의 문을 열어보고 싶네

 

문안에 피어 있을 붉은 볼 파르르 떠는 파초의 떨림

이런 날에는 아무도 몰래 그 떨림에 별똥별 하나 던져 넣고 싶네

닿을 듯 닿지 않는 그 추락의 별똥별을추락의 상승이라든가 추락의 불멸을

 

이런 날에는 아무도 몰래 떨리는 추락의 눈썹에 빗방울 하나 매달고 싶네

그 빗방울 스러질 무렵이면

돌아오는 귀이고 싶네







5.jpg

천상병장마

 

 

 

내 머리칼에 젖은 비

어깨에서 허리께로 줄달음치는 비

맥없이 늘어진 손바닥에도

억수로 비가 내리지 않느냐

비여

나를 사랑해다오

저녁이라 하긴 어둠 이슥한

심야라 하긴 무슨 빛 감도는

이 한 밤의 골목어귀를

온 몸에 비를 맞으며 내가 가지 않느냐

비여

나를 용서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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