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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와르르 쏟아지고 있다
게시물ID : lovestory_8675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
조회수 : 47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1/03 13:17:14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bsLRwZtUNo






1.jpg

이진엽벽의 바깥

 

 

 

한 중년 사내가 엉거주춤한 자세로

마을 앞 산책로에서 오줌을 누고 있었다

남의 시선은 아랑곳 않은 채

그 길섶에서 방뇨를 즐기고 있을 때

주인의 퉁퉁한 엉덩이를

덩치 큰 세퍼드가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개가 없을 때는

그저 스쳐갈 일상의 장면이었지만

개로 인하여 인간의 조건이 씁쓸해진

그 순간에 사르트르가 생각났다

오줌에 젖은 사내에 겹쳐져

내 감춰진 본능도 거울에 비친 듯 드러날 때

자꾸만 구토증이 나는 것일까

사람은 깊고 높은 것

그러나 포장을 찢고 벽의 바깥으로 나오면

저렇게 실존하는 한 인간을 만난다

지금그리고 여기서

온몸을 꿈틀대는 나를 만난다







2.jpg

구석본낙화

 

 

 

꽃이 떨어진다

꽃이 파닥거리며 지워진다

꽃이 지워지며 그려내는 투명한 허공

그 속에서는

3월의 설렘과 기다림이

한때의 쓸쓸함과 눈물도 바람일 뿐이다

허공이 근육을 모아 뱉어내는 바람

순간

무르익은 허무가

와르르 쏟아지고 있다

 

지상의 봄은

한 시절 내내

허무를 피워 올렸던 것이다







3.jpg

이재훈잿빛이 나를 위로하네

 

 

 

늦은 여름 바닷가에 갔었네

텅 빈 모래밭

빗줄기 몇 가닥 바다에 금을 긋고

햇볕은 숨어드네

모든 소리가 잿빛에 파묻히는

해거름 바다

잿빛이 풍경을 비우게 하고

나는 숨죽여 울어보네

통곡은 이제 지루한 것

혀의 불행을 따르지 말아야 하는데

거센 파도 소리에 좀먹는 물의 통곡

잿빛이 내 등을 두드려 주네

바다도 잿빛

하늘도 잿빛

구름도 잿빛

유리병 안에 갇힌 내 자존심

누군가 구경하고 지켜보는 처절한 내 몸

비웃음이 도처에 널려 있네

쉬쉬쉬쉬 파도는 숨죽이네

낮의 비애에 젖지 않으며

검은 바다 깊숙이 잠겨 묵언할 것

그것으로 내가 세상에 제출한 주문은 살아 있는 것

터널 안 얼룩진 불빛처럼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랑을 하고 싶네

잿빛의 풍경 속에 홀로 어슬렁이는

해거름 바람이 되고 싶네

당신께 이 고요를 드리고 싶네







4.jpg

정윤천해를 바라본 자를 위하여

 

 

 

해는 바라보는 게 아니리

춥거나 따가움만큼으로

느끼는 것이리

만약에너를 바라본다는 일

하나만으로

눈이 멀기로 작심한 이가 있다면

그는 해를 향하여 직진으로 걸어간

붉은 가슴의 사람이었으리

너로 인하여 절명(絶明)을 기도한

붉은 얼굴의 가슴이었으리







5.jpg

염창권부유(浮游)

 

 

 

바다가 제 스스로 깊어지면서

지난여름의 부유와 갈망을

잠재우는 동안

겨울이 천천히 다가왔다

 

그걸 바라보는 사람의 모습이 쓸쓸하다

 

부유를 견디면서

내면을 향해 물길을 돌리면

외로움조차 맑게 빚어질까

 

도요새가 밀물을 따라 걸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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