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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도저히 피할 수 없다
게시물ID : lovestory_8678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4
조회수 : 39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1/07 13:50:52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atvUzzdoRn0







1.jpg

김상미때로는

 

 

 

아주 오래된 지도

지구가 둥글다는 걸 몰랐던 시절의 지도

때로는 그런 지도 위에서 살고 싶어질 때가 있다

지구가 끝나는 곳이 두 눈에 보이고

그곳으로 곧장 걷고 또 걸어가기만 하면

그 끝에 가 닿을 수 있는

그래서 다시는 처음으로 되돌아갈 수가 없는

뛰어내리기만 하면

몇 시간이고 몇 날이고

하염없이 떨어지다

결국

()가 되는

무한이 되는

때로는 그런 지도 위에서 살고 싶어질 때가 있다

너무나도 간절하게







2.jpg

윤제림매미

 

 

 

내가 죽었다는데매미가 제일 오래 울었다

 

귀신도 못되고그냥 허깨비로

구름장에 걸터앉아

내려다보니

매미만 쉬지 않고 울었다

 

대체 누굴까

내가 죽었다는데 매미 홀로 울었다

저도 따라 죽는다고 울었다







3.jpg

김인숙날은 도처에 숨어 있다

 

 

 

짧은 반바지 아래 하얀 종아리를

풀잎이 베어버렸다

선연한 한 줄기 핏자국

 

프린터기에 종이를 채우는데

손가락이 따갑다

종이에도 날이 있었구나

 

그와 얘기를 하다

순간할 말을 잃었다

가슴을 찌르는 칼날 같은 말 한 마디

말의 날카로운 날이 뼛속까지 파고든다

믿었기에 상처는 더욱 깊다

 

날은 도처에 숨어있다

시퍼런 눈 번뜩이며

누군가를 노려보고 있다







4.jpg

최정란마릴린 먼로

 

 

 

지붕 위에

마릴린 먼로가 앉아 있다

 

박꽃 진 자리

 

새봉분처럼 둥근 엉덩이

하얗게 까붙였다

 

구멍 뚫린 어둠에

바짝 붙어 앉아

눈을 반짝이는 별들

찰칵몰래

카메라의 셔터를 누른다

 

샤넬 No, 5

향기가 찍혀나온다

 

아찔한 외출이다







5.jpg

함성호절정

 

 

 

돌보지 않아도 피어나는구나

봄비 내리는 오후

절음발이 비둘기들의 초췌

물오른 어린잎들의

칼날 같은 끝

 

도저히 피할 수 없다

아름다움은 어디로 가는가

무화과의 달콤함

젖은 꽃잎의 부드러움

다시 보러갔던 그 산수유나무

 

글쎄

또 한 시절이 가는구나

무슨 소용인가

몸은 습관만 알아보고

사랑은 사라지지 않고

마음은 한곳에만 있네

 

젖을수록 더 붉고더 부드러운 꽃

너의 은밀함

덮쳐오는 물그림자처럼

치명적으로 하강한다

 

도저히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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