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BGM] 누가 알기나 했을까
게시물ID : lovestory_8710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
조회수 : 35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3/05 15:00:07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z8xncDaPpaA






1.jpg

이규리불안도 꽃인 것을

 

 

 

누가 알기나 했을까

불안이 꽃을 피운다는 것을

처음으로 붉은 피 가랑이에 흐를 때

죽고 싶다 할 때마다 조마조마 꽃이 피었던 걸

불안으로 한 아이를 낳고

불안으로 젖을 먹이고 몸을 씻기는 동안

불안 속에서 꽃이 피고 있었네

불안은 불안을 결코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 속에 오래 있으면

기막히게 불안에도 쾌감이 있다는 걸

아이가 젖꼭지를 깨물었을 때라 할까

아니면 불륜불법불신불가능의 한 때라 할까

불안으로 시험을 치고 낙방을 하고

사랑을 하고 사랑을 잃고

그때마다 불안의 꽃이 피었던 걸

그 다음 시절이 일러주었네

수많은 당신이 불안이었던 걸 말해도 될까

초경 때처럼 깜빡 죽고 싶었던 걸 말해도 될까

눈부신 구름 꽃 바람 꽃

비가 되었던 물의 꽃

꽃은 불안을 알지 못하지만 불안은 꽃을 알아보더군

천날 만날 내일이 불안하고 휴일이 불안하고

지나온 길

그 불안으로 꽃을 피웠으니

여기 이 꽃 무덤들이 불안의 무게들







2.jpg

홍윤숙낙법(落法)

 

 

 

일찍이 낙법을 배워 둘 것을

젊은 날 섣부른 혈기 하나로

오르는 일에만 골몰하느라

내려가는 길을 미처 생각하지 못하였다

어느덧 전방엔 더는 갈 수 없음

붉은 표지판

 

석양을 등지고 돌아선 너의

한쪽 어깨 이미 어둠에 묻히고

발밑에 돌무더기 시시로 무너져내리는

아슬한 벼랑 끝에 외발로 섰다

 

세상에 진 빚과 죄로

몸보다 무거운 영혼의 무게

추슬러 이마에 얹고

남은 한 발 허공에 건다

 

아득하여라

해 아래 떨어지는 모과의 향기

바람에 섞이듯 그렇게

사라지는 소멸의 착지(着地

아름다운 낙하를







3.jpg

김선호종이 인형

 

 

당신의 손끝에서 태어난

지문을 먹고 자랐다

심장에 붉은 꽃을 색칠하며 내 몸에 무늬를 그리던

색연필로 그려진 입술이

크게 웃지 않는다는 이유로

성급히 구석에 처박고

발자국 소리를 마침표로 남기고 떠난 후

기를 쓰고 늘려도 자라지 않는 키와

무릎에서 펄럭임을 멈춘 스커트 자락

글썽이는 눈물은 눈썹에 맺혀 떨어질 줄 모른다

나는 처음부터 만져지는 얼굴은 아니었다

구겨지고 나서야

눌려진 감정은 원상태로 돌아갈 듯 움직이고

파지 조각으로 자릴 때마다 터지는 웃음

뒷면에 흰 백지를 남겨놓고

당신의 잃어버린 무늬를 기다린다







4.jpg

장덕천내 마음의 보수공사

 

 

 

집에 페인트 칠을 한다

햇잎 같은 연초록색이다

 

때 절은 나무결

툭툭 부딪혀 패인 자리

좀먹어 허물어진 모서리

못에 박혀 흠집 난 구멍들

오랫동안 돌보지 못한

집의

 

거미줄처럼 진을 치고 있는 허물들을

하나씩 지워나간다

 

투명하게 걸러진 햇살이 집 안에 환하다

초록빛 향내가 그득하다

 

이제 내 마음의 낡은 집도 칠을 해야 한다

때 절고 허물어진 자리마다

 

햇잎처럼 갓 피어난

순수한 빛깔로

영혼의 보수공사를 해야겠다







5.jpg

유훈옥작아져서

 

 

 

작아져서 작아져서

아주 아주 작아져서

내 아픔 콕콕 쑤셔대던

너의 핏줄로 들어가서

너의 온몸 구석구석 떠돌아다니며

너랑 함께 오래도록 살아보고 싶다

경계도 없고 보초병도 없는

국경은 더더욱 필요도 없는

너와 나

애증그 피끓는 혈관에서

꿈도 잠도 필요없이 함께 살고 싶다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