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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그림이 있는 풍경] 눈 오는 날 - 17 /김용국
게시물ID : lovestory_8717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푸헤헹
추천 : 1
조회수 : 28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3/14 19: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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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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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노바스코샤, 사진 김민재


 
눈 오는 날


눈은 하늘의 기도이니 들리지 않고
이날 세상은 순결함으로 더없이 온전합니다.

내 오랫동안 소망한 흰빛 들판을
가만히 바라보는데,

누가 발자국 모양도 없이 와서는
나를,
사정도 없이 그리움으로 흔들어 놓는지요.


 
가을도 깊어져서 산과 들은 오색의 눈부신 단풍으로 가득하다가
어느 날 밤인가 비 내리고 바람이라도 세차게 불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단풍의 세상은 끝입니다.
낙엽이 져서 나뭇가지 사이로 하늘이 휑하게 보이기
시작하면 이젠 겨울입니다. 푸른 잎도 없고 아름다운 꽃도 없지요.
세상은 일순 무미건조한 회색빛으로 변합니다.
좀 더 두꺼운 옷을 껴입고 움츠려 듭니다. 그래서 겨울을 죽음의 계절이라고 하지요.

죽음은 신화나 종교에서 과오나 과도한 욕망, 죄에서 기인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내리는 눈에 본능적으로 열광하는 것은 눈이 순결한 흰빛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흰빛은 정화(精華)를 상징하니까요. 정화되므로 과오나 죄를 용서받고
 용서를 받아야 새로운 생명을 받습니다.
그래서 눈 오는 날이 축제처럼 즐거운지도 모르지요.

눈 내리는 날 밖으로 나가 눈을 맞으며 눈싸움이라도 하면 즐겁지만,
창을 통해 눈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우리는 정결한 행복감을 느낍니다.
눈은 우리를 정화시켜주는 하늘의 기도이고 순결함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눈 내린 새벽 자신의 발자국을 최초로 남기고 싶어 할지도 모르지요.
첫눈 내리는 날을 기다려 약속을 잡는지도 모릅니다.
눈 내린 들녘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고요한 신생新生의 체험을 합니다.
지난 오욕을 지우고 축복된 미래가 이 눈 속에 있다고 믿기 때문은 아닐까요.

눈이 기다려집니다.
출처 http://www.newsroad.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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