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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그림이 있는 풍경] 생각의 나라 - 19 /김용국
게시물ID : lovestory_8722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푸헤헹
추천 : 1
조회수 : 28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3/21 18:50:50
10764_10920_367.jpg

로마서7;12. ceramic, 17x25cm. Sculpture. 손미경



생각의 나라


생각에도 무게가 있는지
생각을 하면 무거워집니다.
물건에 질량이 있듯이
생각 생각에도 걸맞는 질량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생각이 많은 생각일수록
많은 만큼의 중력에 시달립니다.

생각에도 국경이 있습니다.
불안한 나라처럼
생각의 지경地境에도 초병이 있습니다.
무장한 채로 생각을 지킵니다.
그래서 생각은 생각을 조심해야 합니다.
생각이 생각을 넘는 일을
생각의 법은 금하기 때문입니다.

생각의 무게와 생각의 국경과 생각의 법이
생각의 나라를 만듭니다.
생각도 하나의 입헌국이라서
생각의 통치자들은
생각의 법에 어긋나 생각들을
생각의 감옥에 가둡니다.
생각을 많이 사용한 생각에게
생각의 세리稅吏를 보냅니다.
재고 측정하고 기록하여
세금고지서를 보냅니다.
많이 생각한 생각일수록
누진생각세가 적용됩니다.

-- 생각을 조심하세요.
-- 생각을 조심하세요.이것이 매일 생각의 부탁입니다.



어렸을 때 내 머리와 가슴이 만들어낸 꿈이나 상상이나 희망 등은 자유롭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비록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이렇게 꿈꾸는 것, 상상하는 것 자체는
내 멋대로 내 의지대로 된다고 믿었지요. 그때까지만 해도 아무리 외부적 환경이 변한다고 해도
나의 생각이나 의식은 비교적 자유롭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래도 되지 않은 시절이었지요. 정치적으로 암울한 때, 언론, 문단, 영화 등 문화인들에 대한
검열이 수시로 있었지요.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나는 내 시를 무의적으로 자기검열을 했지요.
내가 쓴 시를 내가 수정하는 게 아니라 정치적 상황이 정한 기준에 의해
내 스스로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많이 고통스러웠습니다. 

우리의 몸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생각이나 사상도 사회의 도덕적 기준과 정치적 상황에 따라
자동적으로 순응을 하는 겁니다. 사회에서 모난 사람, 불량한 사람, 부적응한 사람으로
낙인찍히지 않기 위해서 자신의 무의식이 알아서 스스로 통제하는 겁니다. 

라캉[Jacques Marie Emile Lacan(1901~ 1981)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은
'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고 말했습니다.
인간은 사회 속에서 자신의 욕망대로 사는 게 아니라 타인의 욕망에 길들여진다는 말입니다.
가정에서는 부모에 의해, 학교에서는 교사에 의해,
회사나 군대에서는 상사나 상급자에 의해 그렇게 된다는 겁니다.
 
‘생각의 나라’에도 ‘국경’이 있고 ‘초병’이 있고 ‘통치자’가 있고 ‘감옥‘과 ’세리‘가 있습니다.
그러니 ‘생각을 조심하세요.’입니다. 이렇게 생각이 자유스럽지가 않습니다.
우리의 생각이 교도소에 철저하게 갇혀 있습니다. 

누가 이 ‘생각의 나라’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요.
출처 http://www.newsroad.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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