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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허공의 무게
게시물ID : lovestory_8808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359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9/07/26 22:22:28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D68QmHIgjAo






1.jpg

문태준엎드린 개처럼

 

 

 

배를 깔고 턱을 땅에 대고 한껏 졸고 있는 한 마리 개처럼

이 세계의 정오를 지나가요

나의 꿈은 근심 없이 햇빛의 바닥을 기어가요

목에 쇠사슬이 묶인 줄을 잊고

쇠사슬도 느슨하게 정오를 지나가요

원하는 것은 없어요

백일홍이 핀 것을 내 눈 속에서 보아요

눈을 반쯤 감아요벌레처럼

나는 정오의 세계를 엎드린 개처럼 지나가요

이 세계의 바닥이 식기 전에

나의 꿈이 싸늘히 식기 전에






2.jpg

신대철박꽃

 

 

 

박꽃이 햐얗게 필 동안

밤은 세 걸음 이상

물러나지 않는다

 

벌떼 같은 사람은 잠들고

침을 감춘 채

뜬소문도 잠들고

담비들은 제 집으로

돌아와 있다

 

박꽃이 핀다

물소리가 물소리로 들린다






3.jpg

송찬호이곳에 숨어산 지 오래되었습니다

 

 

 

이곳에 숨어산 지 오래되었습니다

병이 깊어 이제 짐승이 다 되었습니다

병든 세계는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황홀합니다

이름 모를 꽃과 새들 나무와 숲들 병든 세계에 끌려 헤매다 보면

때로 약 먹는 일조차 잊고 지내곤 한답니다

가만땅에 엎드려 귀 대고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를 듣습니다

종종 세상의 시험에 실패하고 이곳에 들어오는 사람이 있습니다

몇 번씩 세상에 나아가 실패하고 약을 먹는 사람도 보았습니다

가끔씩 사람들이 그리우면 당신들의 세상 가까이 내려갔다 돌아오기도 한답니다

지난 번 보내 주신 약 꾸러미 신문 한 다발 잘 받아보았습니다

앞으로 소식 주지 마십시오

병이 깊을대로 깊어 이제 약 없이도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듯 병든 세계를 헤매다 보면

어느덧 사람들 속에 가 있게 될 것이니까요







4.jpg

정군칠환청

 

 

 

매미가 울었지요

여름 이미 지나고

겨울이 바로 턱밑인데

매미가 울었지요

구실잣밤나무 등피에 붙은

매미 한 마리

탈피각으로 속을 다 비워내며

울었지요

기껏해야 그것

내 몸의 저승으로나

울었지요






5.jpg

김승해허공의 무게

 

 

 

나무 한 그루베어지고 없다

 

감또깨 떨어지면 떫은 풋그늘도 제법 만들던

남의 집 나무

창만 열면 보이던 감나무가

아침에 보니

없다

 

나무 없는 이 자리로

바람이 왔다가 멈칫거릴 순간

새들이 왔다가 길을 잃을 순간

그런 순간 같이

내 것 아닌 것이

내게로 걸어와 내 앞에서 멈칫거리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은 안 보이던 것들이

새삼 두렷두렷 만져지기도 했다

 

까치가 물어온 가지들이 허공에서 쏟아진다

없는 자리를

허공의 무게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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