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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나는 희망한다
게시물ID : lovestory_8838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32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9/10 08:35:43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hQpdSkOQVm4





1.jpg

남진우밤비와 놀다

 

 

 

단 하나의 빗방울로도

내가 기대고 있는 이 밤은 부서져나간다

숲의 나무들 소스라치며 부산히 서로의 잎사귀를 부비고

꺼져가던 바람도 힘을 얻어 풀밭 위를 달린다

 

내 이마를 때리는 단 하나의 빗방울이

나를 눈뜨게 하고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을 돌연 빛나게 한다

파리한 손을 내밀어 받아보는 이 한 방울의 비

내 손바닥의 생명선을 가로질러

머나먼 강까지 무한한 물을 흘려보낸다

 

이 한 바울의 비에 밤은 한없이 부드러워지고

나를 가둔 어둠도 서서히 녹아내린다

어둠의 가지 위에 깃을 접고 앉아 있던 새들도

음조를 바꾸어 노래 부르기 시작한다

 

활시위를 떠나는 저 빗방울의 가벼운 몸놀림

쉬쉿거리며 은빛 화살촉이 내 살갗을 스칠 때마다

내 발목엔 작은 날개가 돋는다

 

오 나를 반기며 나를 어루만지는

정다운 물의 자매들이여

내 낡은 외투를 너희 재잘거림으로 빗질해다오

헝클어진 젖은 머리칼에 무지개가 번득이도록 해다오

 

단 한 방울의 비에

이 밤 나는 산산이 부서진다







2.jpg

이성선고요를 열면

 

 

 

고요를 열면 무엇이 빛날까

들판의 황소 한 마리

나비로 변하여 날아간다

 

가슴 열면 무엇이 빛날까

다시 길을 놓치고 돌아가는

풀잎 끝 내 작은 발이 보인다

 

거지 같은 환상 같은

밟아도 밟히지 않는 세상

상한 한 마리 벌레로 내가 간다







3.jpg

박노해흰 모래밭

 

 

 

참 곱기도 해라

이리 보드랍고

 

해와 바람과 사람이

이렇게 알몸으로 와 뒹글게 하기까지

 

저 바윗돌

세찬 물살

 

우르르 우르르

아픈 세월 얼마였으랴







4.jpg

권경인나무

 

 

 

나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야겠다

날 사랑한다고 믿고 있는 사람에게로 아니

때로 사랑은 결정적인 순간에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걸

가르친 사람에게 가리라

가구가 되어도 좋고 장작이 되면 또 어떠리

여기 남아 거름이 되든가

어디론가 옮겨져 살게 되어도 상관없으리라

불이 되고 위안이 되고 약이 되는 일

짐이 되고 재가 되고 허공이 되는 일

나는 희망한다

그리하여 완전히 나를 잊는 것

그리하여 비로소 너를 버리는 것







5.jpg

허영자목마른 꿈으로서

 

 

 

흐르는 물소리는

덧없는 생명을 일깨우고

 

지저귀는 새울음은

허망한 변절을 일깨운다

 

사랑이여

 

이 많은

덧없고 변하는 것들 속에서

 

한 어리석음으로서

목마른 꿈으로서

 

꿈꾸노니

그대는 오직 하염없고 온전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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