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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너나없이 첫 마음을 변치 않을 일이다
게시물ID : lovestory_8843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31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9/20 09:13:05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Sj_77ahq0vo






1.jpg

이수익저녁 무렵의 시

 

 

 

자신이 살고 있는 숲을

한 번도 떠나 본 적이 없는 새는

눈 감아도 그 숲의 사계(四季)를 알고

 

자신이 살고 있는 늪을

평생 떠나 본 적이 없는 물고기는

잠을 자는 동안에도 그 늪의 조류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새는

더 큰 숲의 이야기를 알지 못하고

물고기는 더 깊은 늪의 흐름을 헤아리지 못한다

 

그러나또한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더 많이 안다고 하는 것은?

 

오늘은 하늘에

무덤을 만드는 새 한 마리

빠르게 해가 지는 쪽으로 떨어지고 있다







2.jpg

김명인저 등나무꽃 그늘 아래

 

 

 

오늘은 급식이 끝났다고밥이 모자라서

대신 컵라면을 나눠주겠다고

어느새 수북하게 쌓이는

벌건 수프 국물 번진 스티로폼 그릇 수만큼

너저분한 궁기는 이 골목에만 있는 것은 아니리라

부르면 금방 엎어질 자세로

덕지덕지 그을음을 껴입고

목을 길게 빼고 늘어선 앞 건물도 허기져있네

나는우리네 삶의 자취가 저렇게 굶주림의 기록임을

새삼스럽게 배운다빈자여

등나무꽃 그늘 아래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며

우리가 무엇을 이 지상에서

배불리 먹었다 하고 잠깐 등나무 둥치에 기대서서

먹을 내일을 걱정하고먹는 것이

슬퍼지게 하는가

등꽃 서러움은 풍성한 꽃송이 그 화려함만큼이나

덧없이 지고 있는 꽃그늘뿐이어서

다시 꽃 필 내년을 기약하지만

우리가 등나무 아랫길 사람으로 어느 후생이

윤회를 이끌지라도 무료 급식소 앞 이승

저렇게 줄지어 늘어선 행렬에 끼고 보면

다음 생의 세상

있고 싶지 않아라다음 생은

차라리 등꽃 보라나 되어 화라락 지고 싶어라







3.jpg

천양희세상 읽기

 

 

 

세상을 뜻대로 읽고 싶어

가출(家出)을 출가(出嫁)

불성(佛性)을 성불(成佛)

유수(流水)를 수유(授乳)로 읽어보다가

 

세상을 거꾸로 읽고 싶어

정부(政府)를 부정(不正)으로

선생(先生)을 생선(生鮮)으로

교육(敎育)을 육교(陸橋)로 읽어보다가

 

세상을 마음대로 읽고 싶어

가능(可能)을 능가(能加)

입산금지(入山禁止)를 지금 산에 들어감으로 바꿔 읽어보다가

 

세상을 생각대로 읽고 싶어

불이(不二)를 이불로

불행(不幸)을 행불(行不)

유일(唯一)을 일류(一流)로 착각하다가

 

삶은 삶 외에 더 읽을 것이 없어

나는 나 외에 더 읽을 것이 없어

 

각자(各者)를 자각(自覺)으로 쓰고 말았네

실상(實相)을 상실(喪失)로 쓰고 말았네







4.jpg

양성우첫 마음

 

 

 

너나없이 첫 마음을 변치 않을 일이다

짐작도 못하는 사이에 오는 것이

끝날이다

몸 없는 곳에서만 사랑이 넘친들

무슨 소용이냐?

처음 만나던 때를 잊지 않는다면

마음이 마를 틈이 없을 것이다

너무나도 가득 차기보다는 조금은 비어 있고

바라만 보아도 기쁜 사람들과

함께 사는 것은 행복이다

어느 누구도 어디로 가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길

깊은 강물처럼 소리 없이 흐를 일이다







5.jpg

유하우연의 음악

 

 

 

오솔길을 달린다

아주 우연히 듣는

상큼한 음악들

 

꽃 피는 소리민들레의 음표들

브라스 밴드 행렬로

나무를 타고 오르는 나팔꽃

손가락 사이를 빠져 나가는

바람의 종달새 울음

 

그리고내 수만의 몸들을 빠져나와

달려가는 영혼의 바람소리

 

그대가 받은 이 생()

아주 우연한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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