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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비 오는 날은 젖었다
게시물ID : lovestory_8845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29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9/23 08:40:21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znBvpo9-2AE






1.jpg

이성선나무

 

 

 

나무는 몰랐다

자신이 나무인 줄을

더욱 자기가

하늘의 우주의

아름다운 악기라는 것을

그러나 늦은 가을날

잎이 다 떨어지고

알몸으로 남은 어느 날

그는 보았다

고인 빗물에 비치는

제 모습을

떨고 있는 사람 하나

가지가 모두 현이 되어

온종일 그렇게 조용히

하늘 아래

울고 있는 자신을







2.jpg

김남조, 5월의 연가

 

 

 

눈길 주는 곳 모두

윤이 흐르고

여른여른 햇무리 같은 빛이 이는 건

그대 사랑을 하기 때문이다

버려진 듯 홀로인

사양(斜陽)의 창가에서

얼굴을 싸안고 눈물을 견디는 마음은

그대 사랑을 하기 때문이다

 

발돋움하며 자라온 나무들

땅에 드리운 그 눅진 그림자까지

초록빛 속속들이 잦아든

5

 

바람은 바람을 손짓해

바람끼리 모여 사는 바람들의 이웃처럼

홀로인 마음 외로움일래 부르고

이에 대답하며 나섰거든

여기 뜨거운 가슴을 풀자

 

외딴 곳 짙은 물빛으로

성그러이 솟아 넘치건만도

종내 보이지 않는 밤의 옹달샘같이

 

감청(紺靑)의 물빛

감추고

이처럼 섧게 불타고 있음은

내가 사랑을 하기 때문이다







3.jpg

유경환이 작은 나의 새는

 

 

 

수없이 작은 날개들 모여

숨 쉬일 터전 스스로 깁고

가슴에서 날아간 쬐그만

새 한 마리

날개 틈에 숨은 먼지를

뽑아 내 쪼아먹으며

작은 날개들에 얹혀

숨통을 뚫으며

나의 새는 의식의 바다에서

침몰을 모면할 것이다

날개 틈에 숨은 먼지로

한 삶을 살면서

나의 새의 어머니또 어머니의

그 작은 날개털의 청결을 위해

스스로의 눈을 닦고

외로운 생각을 방울로 떨어뜨려

오늘 이 한낮

비의 바다에 한 줌을 더 보탠다







4.jpg

나해철

 

 

 

비 오는 날은

젖었다

함께라면 기쁨에

따로라면 그리움에

젖었다

시간이 흐르고

비 오는 날은 젖었다

당신은 뼈아픔에

나는 슬픔에

젖었다

당신 얼굴에 흐르는 비로

멀리서도

내 얼굴 젖었다







5.jpg

박라연그 곳에 가니

 

 

 

그 곳에 가니 누군가의 밭이 있다

전주 이씨 효령대군파 종중의 소유 임야라는 팻말 아래

어디든 마음 붙이고 싶어서 타인의 마음속

한 귀퉁이를 파고들었겠지

허락은 받았을까 눈감아주겠다 했을까

남의 마음속에서도 저렇게 뿌리내릴 수 있는 힘이 있어

상추 쑥갓 당근 콩 유채꽃으로 피어 흔들리고 있다

저만큼 자랄 수 있는 힘은 무엇일까

작은 별들이 유채꽃 사이에 앉았다가 날아가고

앉았다가 날아간다

성당 골목에는 예쁜 소녀도 보이고

여든쯤 보이는 할머니도 보인다

나는 이제 저 할머니가 그랬듯이

남은 날들을 채우기 위해 살아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돌아오는 길

누군가 내게 깊은 입맞춤을 해준다

내 마음속에 일고 있는 슬픔을 모두 뽑아버리겠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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