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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다시 오래 걸어야 한다
게시물ID : lovestory_8847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
조회수 : 29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9/27 11:14:45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bQpcUCn16CY






1.jpg

김광협유자꽃 피는 마을

 

 

 

내 소년의 마을엔

유자꽃이 하이얗게 피더이다

유자꽃 꽃잎 사이로

파아란 바다가 촐랑이고

바다 위론 똑딱선이 미끄러지더이다

툇마루 위엔 유자꽃 꽃잎인 듯

백발을 인 조모님은 조을고

내 소년도 오롯 잠이 들면

보오보오 연락선의 노래조차도

갈매기들의 나래에 묻어

이 마을에 오더이다

보오보오 연락선이 한 소절 울 때마다

떨어지는 유자꽃

유자꽃 꽃잎이 울고만 싶더이다

유자꽃 꽃잎이 섦기만 하더이다







2.jpg

김달진벌레

 

 

 

고인 물 밑

해금 속에

꼬물거리는 빨간

실낱 같은 벌레를 들여다보며

머리 위

등 뒤의

나를 바라보는 어떤 큰 눈을 생각하다가

나는 그만

그 실낱같은 빨간 벌레가 된다






3.jpg

최하림어디로

 

 

 

황혼이다 어두운

황혼이 내린다 서 있기를

좋아하는 나무들은 그에게로

불어오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으리

있고 언덕 아래 오두막에서는

작은 사나이가 사립을 밀고

나와 징검다리를 건너다 말고

멈추어 선다 사나이는 한동안

물을 본다 사나이는 다시

걸음을 옮긴다 어디로?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4.jpg

오세영()이란

 

 

 

타박타박 들길을 간다

자갈밭 틈새 호올로 타오르는

들꽃 같은 것

 

절뚝절뚝 사막을 걷는다

모래바람 흐린 허공에

살폿 내비치는 별빛 같은 것

 

헤적헤적 강을 건넌다

안개물안개갈대가 서걱인다

대안(對岸)에 버려야 할 뗏목 같은 것

 

쉬엄쉬엄 고개를 오른다

(너머 어두워지는 겨울 하늘

스러지는 노을 같은 것

 

불꽃이라고 한다

이슬이라고 한다

바람에 날리는 흙먼지라 한다







5.jpg

김명인그대는 어디서 무슨 병 깊이 들어

 

 

 

길을 헤매는 동안 이곳에도 풀벌레 우니

계절은 자정에서 바뀌고 이제 밤도 깊었다

저 수많은 길 중 아득한 허공을 골라

초승달 빈 조각배 한 척 이곳까지 흘려보내며

젖은 풀잎을 스쳐 지나는 그대여 잠시 쉬시라

사람들은 제 살붙이에 묶였거나 병들었거나

지금은 엿듣는 무덤도 없어 세상 더욱 고요하리니

 

축축한 풀뿌리에 기대면

홀로 고단한 생각 가까이에 흐려 먼 불빛

살갗에 귀에 찔러 오는 얼얼한 물소리 속

내 껴안아 따듯한 정든 추억 하나 없어도

어느 처마 밑

떨지 않게 세워 둘 시린 것 지천에 널려

 

남은 길을 다 헤매더라도 살아가면서

맺히는 것들은 가슴에 남고

캄캄한 밤일수록 더욱 막막하여

길목 몇 마장마다 묻힌 그리움에도 채여 절뚝이며

지는 별에 부딪히며 다시 오래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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