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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나는 내가 비좁다
게시물ID : lovestory_8854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40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10/09 09:34:05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0uitUBr9pGE






1.jpg

박성규문신

 

 

 

플러스펜 뚜껑 끼우다가

손가락을 찔렀다

 

찔리는 순간

눈물이 찔끔 났다

 

눈물과 바꾼 자리에

빨간 단풍이 들었다






2.jpg

남해운화장지의 귀향

 

 

 

산길을 같이 가던 젊은 스님이

버려진 화장지를

가랑잎으로 덮어 주고 있다

 

왜 화장지를 묻어 주십니까

 

뒤에 오는 사람이

버린 사람을 얼마나 원망하겠소

두 사람의 허물을 덮어 주는 것이오

화장지는 줄기에서 나왔으니

생전에 이파리에게

물도 건네주고 양식도 주었을 것이오

그러니 잎으로 화장지를 덮어 주는 거외다

둘이 힘을 합쳐

뿌리에게 은혜를 갚을 것이오

 

그렇군요

인연에도 순서가 있었군요

나이 많은 내가 묻어줄 걸







3.jpg

서숙희그리움의 시

 

 

 

지등(紙燈아니라도 마음 엷게 젖습니다

베갯머리 근처에서 생각 한 잎 돋습니다

세상에 살아있는 모든 것 조금씩 야윕니다






4.jpg

남지은넝쿨장미

 

 

 

뾰족한 악몽을 밀어내고

담장에 오르는 새벽

 

나는 내가 비좁다

 

창을 열면

내 안으로 눈이 내리고

 

붉은 새가 걷는다 붉은 새가

 

떼로 날아오르면

검게 찢어지는 하늘이

 

칼들이 쏟아져내리고

아버지가 보인다

 

취한 손으로 가족들 발톱을

뽑아내는

 

모두가 찌르고 모두가 찔리고

모두가 떠나지 않고 이곳에 서 있다

 

내 안으로만 쌓이는 눈

창이 열리면

 

나는 나를 뚫는다

새가 새를 뚫는다







5.jpg

김광섭성북동 비둘기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먹을

널찍한 마당은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루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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