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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당신의 눈에 담긴 내가 녹는다
게시물ID : lovestory_8862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
조회수 : 43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10/20 11:09:50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ppS8ZfLxeD0






1.jpg

조병화오산 인터체인지

 

 

 

그럼

하는 손을짙은 안개가 잡는다

넌 남으로 천 리

난 동으로 사십 리

산을 넘는

저수지 마을

삭지 않는 시간삭은 산천을 돈다

()덴막의 여인처럼

푸른 눈 긴 다리

안개 속에 초조히

떨어져 서 있고

허허 들판

작별을 하면

말도 무용해진다

어느새 이곳

그럼

넌 남으로 천 리

난 동으로 사십 리







2.jpg

안오일, 80원의 말

 

 

 

공중전화 부스 전화기에

남아 있는 80

 

다 하지 못한

무슨 말이 남은 걸까

 

부끄러워 못한 말

자존심에 못한 말

마음 약해 못한 말

 

생각은 말이 아니라고

80원이 말한다

 

내일은 성화에게 말해야겠다

네가 좋다고친구 하자고







3.jpg

이용임안개주의보

 

 

 

먼저 당신의 코가 사라진다

물렁한 벽으로 나누어진 두 개의 검은 방에서

채 스미지 못한 내 체취가 흘러나온다

당신의 입술이 사라지자

망설임은 맨발로 배회한다 허공을

눈 가리고 뛰어가는 뒷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당신의 귀가 하나씩 흘러내린다

나의 목소리가 차가운 물방울로 고인다

당신의 심장까지 도착하지 못한 말들이

천천히 얼어붙는 사이

당신의 눈에 담긴 내가 녹는다

손발이 뭉그러지고 머리카락이 나부끼고

숨결이 아득한 윤곽이 되는 동안

당신은 뼈만 남은 얼굴이 된다

바람도 없이 삭는

당신은 검었다가 희었다가 이제 투명하다

당신의 부스러기들이 창을 가득 메운다

불투명한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발소리가 들린다 저벅

저벅







4.jpg

서안나냉장고의 어법

 

 

 

사과가 반쯤 썩었다

아픈 쪽에서 단내가 난다

썩지 않기 위해 우리는 우는 법을 배웠다

죽음의 향기로 내일은 선명할 것이다

 

어둠 속에서는 사랑이 크게 들린다

열면 환하고 닫으면 캄캄하다

다친 어깨로 자신의 어둠 쪽으로 돌아눕는 것이다

사랑도 그러하다

 

썩어가는 사과가 썩지 않는 몸 한쪽을 들여다보듯

이별은 훔친 마음을 다시 훔치는 것이다

이빨을 세게 물고

권투선수처럼 두 뺨으로 웅웅거리는 냉장고

열어도 닫아도 속은 비리다

이별도 그러하다

때린 뺨을 다시 때릴 때 젖은 두 손이 아름답다

두 눈 사이가 너무 가깝다고 생각한 탓이다







5.jpg

조재형삶은 달걀

 

 

 

귀향 열차 칸에서 산 달걀

두드려도 깨어나지 않는다

채 식지 않는 온기

뺨에 대보니 고향집 헛간으로 번져 간다

 

새벽을 열어 주던 자명종 소리

사래논 물꼬 보러 가던 삽자루의 안개길이 열린다

한 꾸러미 엮어 첫차로 떠나보낸 자식

부뚜막 시렁에 걸린 화살기도 울린다

다섯 꾸러미로는 턱도 없는 입학금

 

섬돌 아래 고인 누이의 눈물이 어린다

꼴머슴 성님과 헌계집 에미나이들 노느매기 닭서리길

꽃등처럼 밝혀 주던 멍석 달이 비친다

은하수 따라 칭얼칭얼 무명 저고리 파고들던

업둥이 자장가 소리 들린다

 

차마 깨트릴 수 없어

호주머니 깊이 품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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