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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매화는 분홍에서 핀다
게시물ID : lovestory_8902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
조회수 : 24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12/22 10:42:25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yMtk6i1EeB4






1.jpg

하청호꽃을 보며

 

 

 

꽃을 보았습니다

외진 길섶에 피어 있는

빨갛고 고운 꽃을 보았습니다

나는 눈이 부셔 가까이 가지도 못하고

먼발치에서 보았습니다

 

내가 그대에게 가까이 가지 못하듯

꽃도 먼발치에서

안타깝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나와 꽃 사이에는

설레임만 가득했습니다







2.jpg

서안나분홍

 

 

 

윤이월 매화는 혼자 보기 아까워

없는 그대 불러 같이 보는 꽃

 

생쌀 같은 그대 얼굴에

매화 한 송이 서툰 무늬로 올려놓고 싶었다

손가락 두 마디쯤 자르고

사흘만 같이 살고 싶었다

 

혼자 앓아누운 아침

어떻게 살아야 매화에 닿는가

꽃이라는 깊이 꽃이라는 질문

기름진 음식을 먹어도 배가 고팠다

 

매화는 분홍에서 핀다

분홍은 한낮의 소란을 물리친 색

점자처럼 더듬거리다 멈춰 서는 색

 

새벽 짐승처럼

네 발로 당신을 몇 번이나 옮겨 적었다

분홍이 멀다







3.jpg

서상만그 철길의 해바라기

 

 

 

눈길 한번 주지 않고 기차는 오갔다

 

철길 옆에 피었다는 이유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소음에 흔들리며

 

길의 꽁무니를 붙잡을 수 있을까

사라진 끝은 보이지 않고

세상이 궁금해

날마다 목을 뽑고

늘 정해진 풍경에

머리가 무거운 해바라기

생각을 쥐어짜면 한 사발의 기름이 나올까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왜 이곳을 떠날 수 없었을까

할머니 어머니도 다만 꽃이라는 이유로

초라한 목불같이 서 있어야 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또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무거운 모가지를 내어주고

어이없이 바닥에 누워야만 했다







4.jpg

이용임

 

 

 

겨울나의 뱀이 벗어두고 간

은빛 무늬

 

난잡한 그늘에 들어

꿈을 탐한다

고요한 무릎의 파문에

양 귀를 묻고







5.jpg

이승희익어 가는 것들은 왜 매달려 있는가

 

 

 

저 집들

골목길에 매달린 채

노랗게 익어 가는 중

노랗게 목매다는 중

 

잎이 지듯

고양이 두어 마리 툭툭 떨어져 나간 길

 

바람 불면

먼 집들의 불빛이 흔들려서

나는 한없이 느린 걸음

아직 불 켜지 않은 마음

 

불 꺼진 집 앞에서

안녕이라고 말하는 것

거기 살아갈 것들의 이름처럼

그 위태로움을 가만히 쓰다듬으며

붉어지고 싶어서

 

세든 가난에도 툭툭 불 켜지는 밤

모두 마찬가지가 되고 싶은 밤이면

나는 어디에 목매달고 살아가나

밤의 산책은

느리다

 

닿으면 썩어 갈 착한 것들

살아갈 것들을 품고 있어서 위태로운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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