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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꽃의 흉내를 내고 있다
게시물ID : lovestory_8917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4
조회수 : 24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1/12 22:36:49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jimgkH5inhU






1.jpg

이승희내가 바라보는

 

 

 

처마 밑에 버려진 캔맥주

깡통비 오는 날이면

밤새 목탁 소리로

울었다비워지고 버려져서 그렇게

맑게 울고 있다니

버려진 감자 한 알

감나무 아래에서 반쯤

썩어 곰팡이 피우다가

흙의 내부에 쓸쓸한 마음 전하더니

어느 날그 자리에서 흰 꽃을 피웠다

 

그렇게 버려진 것들의

쓸쓸함이

한 세상을 끌어가고 있다







2.jpg

손현숙바람 박물관

 

 

 

나무판과 나무판 사이 그 간극 위에

각 없는 지붕 하나 달랑 올렸다

헛것으로 채워진 헛간

문 없는 문 속으로 발 들이민다

조각조각 틈새로 스미는

빛의 잔상몸 없는 몸들이 쏟아진다

눈 감고도 환한 집

 

자명한 대답 속에 서있는 듯

무채색의 덩어리 한 채

바람은 우연히 제 몸집 부풀린다

빛과 어둠으로 얼룩진 바닥

제 목청껏 우는 울음소리에

바람은 앞뒤 없이 바람을 불러온다

 

그 바람에 하늘과 땅 비스듬히 섞일 때

꽃 한 송이 길 없이도 길을 연다

이 길 유유히 통과하는 동안이면

육신은 잿빛으로 반짝반짝 가벼워도 좋겠다

 

누구나 잠시 빌려 입는 바람의 말

평생을 이어놓은 긴 질문처럼

나는 지금 세상에 없는 이름으로

당신을 불러오는 중

백년을 걸어서 하루를 통과하는

여기앉아서 평생을 탕진해도 좋겠다







3.jpg

이인순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긴 여행을 떠나는 일이다

낮달 하나를 엿보고자 하는 간절한 동경이다

어느 저녁 어스름으로 길게 흐르는 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희미해져가는 바다를 오래 바라본 적이 있다

그때 나는낮선 바다 위로 낮게 뜬 어떤 달 하나를 동경하여

그 바닷가에 나를 풍장하려 했었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이여사람의 길은 모두 달라서

네가 가는 길과 내게 오는 길은 사뭇 달랐다







4.jpg

신광호초여름 아침

 

 

 

이른 여름 비오는 아침

서울 청계천은 소도시 길목 같이

무더위도 개울에 스며들고

길가 가로수들 싱싱함을 자랑한다

우리가 태어난 광교

내 사랑 바라보듯

이제 시작이다

초여름 아침이다

아직도 길에 나온 사람 눈에 띄지 않음은

이제 내가 제일 먼저 미뉴에트 3박자 느린 춤으로

바람결 속삭이며 지나가는 빗속을 거쳐 꾸밈없이

어린아이 사랑을 배우는 말







5.jpg

문정영새가 나비를 물고

 

 

 

새가 생강나무 위에서

노란 나비를 낚아채기 직전

나비는 그것도 모르고

꽃의 흉내를 내고 있다

 

날개가 꽃술이면

입에 묻은 꽃 내음은 마취제

다시 날 것이라는 기대로

낚아채는 것도 모른다

 

날아가는 몸짓 멈출 때까지

새는 잠시 나비를 입에 물고 있다

숨이 멈추기까지는 짧은 시간

새는 나비의 바람을 눈으로 묻는다

 

새가 나이고 나비가 당신이라면

나비는 새의 입에서 펄럭이는 눈물

점점 조여오는

스스로 날아가거나 천천히 멈출 수 없는 체위

 

그 후로 생강나무 꽃은 샛노란 생각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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