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愛誦詩抄- 옛 귀향길
게시물ID : lovestory_8925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상크리엄
추천 : 2
조회수 : 261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20/01/25 08:07:14
 사평역에서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 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 줌의 톱밥을 불빛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히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속에 적셔두고 
모듀들 아무 말도 하지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 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담배 연기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잎의 차장을 달고 
밤 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 줌의 눈물을 불빛속에 던져주었다. 


......................... 곽 재 구 ........................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