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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나는 괜찮다
게시물ID : lovestory_8931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
조회수 : 21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2/03 09:47:36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0QQ9uX-Zb9A






1.jpg

안도현생활

 

 

 

찬물에 걸레 빨다가 문득

고 계집애백석의 시에 나오는

내지인 주재소장 집에서 밥 짓고 걸레 치던

고 계집애 생각이 났다

 

나는 괜찮다

나는 괜찮다







2.jpg

이공파문

 

 

 

돌의 날개를 본 적이 있다

 

당신 생각만 해도 어둑해지던 강가

당신 생각으로 굳어져버린 돌 하나 다듬어서 물수제비 뜰 때

떠오를 듯 가라앉을 듯 더 보내지 못한 채 멎은

자리

 

미련처럼 가라앉아버린 그 자리에서

온통 당신 스치고 간 흔적밖에 없다고

둥근 날개 펴고 다시 내게로 돌아와 손등을 적시는

파문

 

돌의 날개로 젖은 손등 말려본 적 있다







3.jpg

이재무

 

 

 

징은 울고 싶다

다시 한 번 옛날을 울며

울음의 동그라미 속에

나무와 꽃사람을 가두고 싶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도 그의 울음에

주목하지 않는다 그의 울음은

이미 어제이고 충분히 낡았으므로

새 악기의 향내에 취하다 보면

한때 신명으로 몸 흔들며

목청껏 부르던 노래

왠지 시들하고 구차해진다

 

징 속에서 사람들이 나오고 있다

징 속에 들어가

징의 일부가 되어버린 몇 사람만이

광 속 어둠 안에서

퍼렇게 녹슬고 있다

 

징은 울고 싶다

쩌렁쩌렁 천년을 한결같던 솜씨

울음의 곡괭이 휘둘러

거만한저 위선의 모래기둥

흔들고 싶다







4.jpg

박기영

 

 

 

겨울은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늘을

떠돌아다니는 영혼들을 불러다

눈이 되어 내리게 한다







5.jpg

이동순슬픈 가마우지의 노래

 

 

 

어부의 배에 실려와

나는 망망한 바다 위로 내던져졌다

어부가 내 발목을 잡아매고 있다는 것도

나는 한 순간 깜빡 잊어버리고

다만 물속의 고기떼를 쫓아 두리번거린다

넓은 갈퀴로 물살 헤치며

발밑으로 달아나는 저 물고기를 향해

온 힘을 다해 자맥질한다

내 큰 부리는

곧 한 마리의 물고기를 물고 떠오른다

눈부신 햇살에 어깨 으쓱이며

나는 내가 잡은 물고기를 대뜸 삼키려 한다

그러나 가늘고 긴 내 목에는

이미 노끈이 조여져

그 고기 결코 목구멍을 넘어가지 못한다

이때 어부는 재빨리 줄을 당겨

내 목에 걸린 고기를 뽑아 바구니에 담는다

나는 또 빈털터리가 되어

막막한 바다 위로 내던져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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