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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누구나 처음은 다 그렇다
게시물ID : lovestory_8934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24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2/07 09:51:23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7mdJQ5bAwRg





1.jpg

강인한봄날

 

 

 

헬리콥터가 날아온다

한 대두 대

 

두 줄 가득 털 난 굉음을

풀어놓는다

 

시끄러운 부분만 가위로

동그랗게 오려낸다

 

물 위에 띄운다

 

청둥오리들이 부지런히 쫓아와

동그란 하늘의 털 난 꽁무닐

콕콕 쪼아댄다

 

버들개지 눈이 찔끔

놀라서 바라보는

저쪽

 

안 보이는 별들이 좌르륵 쏟아져 내리는 저쪽

물살에 은비늘이 튄다







2.jpg

이진엽아름다운 끝

 

 

 

가을산 가득히 바람이 불고 있다

클라라함께 천천히 숲길을 걸어보자

우린 오늘 아침 고해성사를 보았지

마음은 가쁘고 발걸음도 가벼워라

곱게 물든 잎새들 어깨 위로 내릴 때

클라라우리의 끝도 한 사흘만 흔들리다가

저토록 아름답게 떠나갈 수 있을까

조용히허공에서 떨어지는 엽서 몇 장들

지난 세월 가슴에 붙은 숱한 가시들도

지금 숲길에선 물살처럼 흘러내린다

클라라그래그래

잎은 땅에서 왔으니 대지로 돌아가고

우리는 빛에서 왔으니 하늘로 돌아가야지

목숨은 신비한 것

그리고 밤이 되면 맑은 비누로 손을 씻고

클라라낙엽 몇 장을

하얀 책갈피에 따뜻이 끼워 둔 채

추하지 않은 끝을 위해 기도하지 않으련







3.jpg

홍성란해우소

 

 

 

어쩌다 너를 적시고 가는 산들바람에

 

웃음 절로 입가에 번질 때 그때처럼

 

버릴 것 다 버리고 나니

홀로 환한 천지간







4.jpg

박병철누구나 처음은 다 그렇다

 

 

 

밟지 말자 꺾지 말자

생명이 아닌 게 없다

누구나 시작은 어린잎이었다

 

같이 가자 손잡고 가자

희망이 아닌 게 없다

누구나 처음엔 걷지도 못했다







5.jpg

손택수아내의 이름은 천리향

 

 

 

세상에 천리향이 있다는 것은

세상 모든 곳에 천리나 먼

거리가 있다는 거지

한 지붕 한 이불을 덮고 사는

아내와 나 사이에도

천리는 있어

등을 돌리고 잠든 아내의

고단한 숨소리를 듣는 밤

방구석에 처박혀 핀 천리향아

네가 서러운 것은

진하디 진한 향기만큼

아득한 거리를 떠오르게 하기 때문이지

얼마나 아득했으면

이토록 진한 향기를 가졌겠는가

향기가 천리를 간다는 것은

살을 부비면서도

건너갈 수 없는 거리가

어디나 있다는 거지

허나 네가 갸륵한 것은

연애 적부터 궁지에 몰리면 하던 버릇

내 숱한 거짓말에 짐짓 손가락을 걸며

겨울을 건너가는 아내 때문이지

등을 맞댄 천리 너머

꽃망울 터지는 소리를 엿듣는 밤

너 서럽고 갸륵한 천리향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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