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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마드모아젤 사강 (1)ㅡ19금 아님
게시물ID : lovestory_8944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낭만아자씨
추천 : 2
조회수 : 82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2/21 21:5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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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
   《연재》 
  아듀, 마드모아젤 사강 1 



 먼저 나와 반성문과의 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야겠다. 사실 내 문학백수의 시작은 연애편지대필이 아니라 반성문이었다. 

 중학교 3학년 때였다. 짤짤이(동전 따먹기. 상대방이 손에 숨긴 동전을 3진법이나 4진법 등으로 알아맞히는 초보 노름)를 하다 잡혀서 교무실에 꿇어 앉아 반성문을 쓰게 되었다.

 다른 3명에게는 머리통을 쥐어박으며 반성문을 다시 쓰라고 야단을 치던 학생과장 선샘이 내가 쓴 반성문을 읽고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니는 반성문 계에속 쓰머 대문호되겠다, 이누므 새끼야!”

 그리고 나만 사면(?)을 해주는 것이었다. 어떻게 썼길래? 하고 궁금해 하지 마시라. 자랑할 일이 아니기 때문에 절대로 공개 안한다. 내 죄를 전적으로 인정하고 반성했을 뿐 변명은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만 밝힌다. 

 그 사건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또래에 비해서 우월한 독서량을 자만하였으나 생래적으로 순진무구했던 나는 학생과장 선샘이 한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대문호가 되는 꿈을 가슴 속에 새기게 됐던 것이다. 

 이상했다. 운명의 장난이었을까. 그 일이 있고 나서 반성문 쓸 일이 계속 생기는 것이었다. 나는 장난이 좀 심하고 놀기를 좋아해서 그렇지 불량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금처럼 소싯적에도 비폭력 평화주의자였고 술과 담배도 군대에서 시작했다. 그런데 애들이 싸우는 걸 말리다 엮이고, 화장실에서 담배 피우는 애들이 안타까워 선도하는 중에 걸리고, 미팅이 결원 때문에 무산될 위기인 것을 박애정신을 발휘하여 자리를 채워주다 잡히고, 그랬다. 진짜로 재수가 없었고, 너무너무 억울했다. 

 그러나 나는 변명하지 않았다. 묵묵히, 대문호가 작품을 쓰듯이 정성을 기울여 반성문을 써댔다. 덕분에 글 쓰는 솜씨는 일취월장했다. 

 어떻게 해야 반성문을 잘 쓸 수 있을까? 어쩌면 단 한 번도 반성문을 써보지 않았을 모범생 출신들 앞에서 이런 글을 쓰려니 가슴이 답답하기도 하지만 이왕 시작했으니 끝까지 가보고자 한다. 

 내가 반성문의 비밀을 알아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습작하듯이, 정성을 다해 쓰다 보니 터득하게 된 것이었다.

 반성문은 말 그대로 반성을 담아야 한다. 육하원칙 이딴 거 다 필요 없고, 자신의 잘못을 무조건 인정하고, 변명하지 말아야 한다. 혐의 내용이 사실과 영 딴판이라도 그냥 인정해야 된다. 선샘들은 거의 전부가 고지식해서 한번 그렇게 믿으면 절대로 뇌회로 초기화가 안된다. 재부팅하려다간 매만 더 벌 뿐이다.

 내가 알아낸 반성문 잘 쓰는 비결은 바로 1+1 반성이다. 선샘들이 미처 간파하지 못한 더 중대한 범죄사실(?)이 있었다면 그것은 철저하게 숨기고, 현재 드러난 것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약한 것을 자수하는 형식으로 끼워 넣어서 1+1로 반성을 해줌으로써 진심으로 통렬하게 반성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예를 들면 패싸움하다 잡혔을 때는 자신이 앞장섰으니 자기만 처벌해달라고 떼를 쓰고, 미팅도 처음이 아니었다고 밝히는 것이다. 선샘들은 싸움하는 놈들과 미팅하는 놈들은 똑같이 나쁜 놈일 뿐이지 누가 앞장을 섰고, 누가 미팅을 몇 번 했는지는 이미 관심도 없는 것이다. 자수하면 광명을 찾게 되는 것은 내가 아는 한 진리였다. 

 자세히 헤아려보진 않았으나 학창시절을 통틀어 100번도 넘게 반성문을 썼지 싶은데 단 한 번도 퇴짜를 맞은 적이 없었다. 그렇게 여러 번 반성문을 쓰면서도 매번 선샘들을 감동시켰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한 일 아닌가? 어쩌면 이런 내 대기록이 기네스북 어느 귀퉁이에 등재돼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ㅡ2편에서 계속됩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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