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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마드모아젤 사강 (4) ㅡ19금 절때로 아님.
게시물ID : lovestory_8947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낭만아자씨
추천 : 2
조회수 : 56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2/24 21:3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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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
 지금의 상황에서 이런 한가한 글을 올려도 되는가 하는 고민이 있습니더. 
 빨리 코로나 사태가 해결됐음 좋겠습니더.
***
    
    《연재》
   아듀, 마드모아젤 사강 4




 알고 보니 봉필이는 정말 대단한 넘이었다. 나는 무포일고에 올 정도면 A급 꼴통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인근에서 나름대로 공부 잘하는 애들이 오는 학교여서 영 꼴통이면 오기 쉽지 않은 학교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봉필이는 중학생 때 이미 무포 전체를 평정한 넘이었다. 이넘이 무포일고에 들어온 것은 순전히 컨닝과 연필굴리기 덕분이었다고 스스로 고백했다. 진짜로 우라지게 재수가 좋은 넘이었다. 이왕 어디를 가더라도 낙방이니 제일 센 곳에서 낙방해야겠다고 작정하고ㅡ그래야 쪽이라도 덜 팔리니까ㅡ 턱도 없다면서 원서를 내주지 않으려는 담임 선샘을 따라다니면서 괴롭힌 끝에 원서를 내게 됐다는 것이었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나는 그런 넘인 줄은 까맣게 모르고 덤벼들었던 것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봉필이와 그 일당은 역으로 그렇게 센 넘에게 덤비는 나는 더 센 넘인 줄 알았다는 것이었다. 이미 다 알고 덤비는 줄 알았다고.

 그러면 나는 봉필이가 그렇게 센 놈인 줄 미리 알았더라도 덤볐을까? ……아마도 덤볐을 것이다. 마기방 싸부님을 철석같이 믿었으므로. 남자는 한번 믿으면 끝까지 믿어야 되는 것이다.

 어쨌거나 나는 삽시간에 무포에서 제일 센 봉필이가 인정하는, 간이 배 밖으로 백 리나 마실 나온 넘이 되어 있었다. 무포 각 학교에서 소위 잘 나간다는 넘들 수십명과 한꺼번에 친구가 되었다. 그넘들의 얼굴들을 보면 봉필이 인상은 더러운 것도 아니었다. 나는 험악하게 생긴 그넘들 사이에서 많이 무섭고 두려웠지만, 무포에서 제일 센 봉필이가 함부로 하지 못하는 유일한 넘으로서의 위용을 잃지는 않았다.

 더 문제는 여자애들이었다. 그넘들과 노는 여자애들은 다 팔선녀들이었다. 깡촌인 기서의 기서여중에도 팔선녀가 있어 그런 가시내들의 행태를 대강은 알고 있었지만, 무포의 팔선녀들은 여자에 대한 내 로망을 박살내기에 충분했다. 이미 연애에 관한 소설을 비롯한 수십 권의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나름대로 여자에 대한 이런저런 로망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팔선녀들은 아니어도 너무너무 아니었다.

 나는 팔선녀들을 만나는 날은 뒤로 빠지기 시작했다. 다른 여자애를 만난다는 핑계였다. 아니, 핑계가 아니었다. 나는 항상, 만날 여자애가 있었다. 없으면 당장 꼬셔서라도 만날 자신도 있었고.

 여자애들에게 말 한마디 못 붙이면서 뒤에서 덮쳐서 가슴이나 만지고 꽁지가 빠지게 도망가는 그런 넘들과 나는 차원이 달랐다(지금 같으면 콩밥을 먹고도 남을 짓거리 하는 넘들이 꽤 있었다).

 미인은 만용 넘치는 넘의 차지가 될진저!

 마기방 싸부님의 이 가르침만 따르면 여자 꼬시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쉬웠다.

 나는 책가방을 들고 가는ㅡ그때는 전부 손으로 드는 가방이었고, 남자인 내가 들기에도 무거운 가방을 여자애들이 들고 다녔고, 마음에 들면 다가가서 작업을 걸었다.   

 “니, 가방 무겁제? 내 들어주께!”

 하면 처음에는 전부

 “괜찮은데……”

 하다가 다시

 “가시나야, 나는 기사라가 여자가 무겁은 거 들고 댕기는 거 못 보거덩. 빨리 내놔라, 조기까지만 들어주께!”

 하면 현재 사귀는 머슴애가 없는 여자애라면 십중팔구는 못 이기는 척하고 가방을 준다. 천하에 인상 더러운 봉필이라도 성공할 방법인데, 날씬하고도 잘생긴 내가ㅡ어무이는 내가 차려입고 나서면 온 도로가 환하다고 입에 침이 말랐다ㅡ 살살 웃으며 기사도를 발휘해 무거운 가방을 들어주겠다는데 거절할 여자애가 어디에 있겠는가. 여기까지 읽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당신에게 똑똑히 말한다. 내 거짓말 안 한다. 그러나 나이를 수북 먹은 지금은 무거운 가방을 들고 다니는 여자들마저 잘 없더라. 아, 띠바!

 어쨌거나 여자 꼬시는 35000가지의 기술이 더 있지만 지면관계상 생략하기로 한다. 이 글을 읽는 남자들은 한 가지만 명심하라. 여자들은 모두 작은 배려에 크게 감동한다는 것을. 배려는 많은 비용과 큰 수고를 들이지 않고도 줄 수 있는 요즘말로 가성비 최고 갑의 선물이라는 것을. 

 각설하고.

 내 연애편지대필 사업은 순풍에 돛을 달았다. 대놓고 광고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ㅡ뽕브라더스의 막후실력자인 내가 거칠 것이 뭐가 있겠는가ㅡ, 내가 여자애들을 척척 꼬시는 것을 멀리서 본 넘들의 다소 과장된 소문도 창궐했던지라 연애편지대필은 예약이 마구 밀리고 있었다. 심지어 다른 학교 넘들도 줄을 서서 나를 찾아왔다. 

 그런데 그때는 왜 대필료로 돈을 받을 생각을 못했을까. 주로 빵이나 짜장면을 얻어 먹는 것으로 끝이었다. 나는 현재 사귀고 있는 여자애를 불러내곤 했는데, 그것은 그 자리의 물주에게 내 글빨의 신뢰성을 높임과 동시에 리콜을 받아주지 않겠음을 공표하기 위한 것이었다. 만약에 내가 대필해 준 편지가 소정의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그건 편지를 잘 쓰지 못해서가 아니라 네 넘이 찌질해서라는 것을 세뇌시키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말이다. 내가 사귀는 입이 딱 벌어지게 예쁜 여자애를 보고ㅡ내게 연애편지나 대필시키는 찌질한 그넘들은 꿈에서나 겨우 볼 미인일 것이었다ㅡ 그넘들의 혼이 비정상이 되게 만들어놔야 세뇌가 잘 먹혀들 것 같았다.


   ㅡ5편에서 계속됩니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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