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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마드모아젤 사강 (5) ㅡ19금 절때로 아님.
게시물ID : lovestory_8947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낭만아자씨
추천 : 2
조회수 : 55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2/25 20:2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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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
   《연재》 
  아듀, 마드모아젤 사강 5




 그럼 연애편지는 어떻게 쓰면 되느냐? 어떤 글이든 마찬가지겠으나 편지는 특히, 처음으로 보내는 연애편지는 첫줄에 잘 써야 된다.

 To. 보고 싶은 너에게

 이 따위로 상투적이고 추상적으로 쓰면 안되는 것이다. 거두절미해야 된다. 기체후 일향만강하옵시고...... 이딴 거 다 필요 없고 좋아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첫머리에 써야 되는 것이다. 제일 만만한 것이 눈이다.

 ‘눈이 커서 더욱 예쁜 너에게!’ 아니면 ‘별을 닮은 눈을 가진 너에게!‘ 이렇게 써야 된다는 것이다.

 나는 대필을 의뢰한 넘들의 이야기를 듣고 눈이 단추구멍이 아닌 여자애들에겐 전부 앞의 문구를, 눈이 너무 적다 싶은 여자애들에겐 전부 뒤의 문구를 썼다. 그렇다고 머리 빡빡 민 고삐리가 ‘빨아먹고 싶은 앵두 같은 입술을 가진 너에게!’ 아니면 ‘찔러서 터트리고 싶은 가슴을 가진 너에게!’ 이렇게 쓸 수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차라리 나는 너의 집에 있는 거울이 됐으면 좋겠어. 매일매일 아니, 수시로 너를 볼 수 있을 테니까!’ 아니면 ‘너무나 맑은 네 큰 눈속에 들어가 영원히 살고 싶어!’ 등등 제3자가 보면 손이 오글거려 무엇이라도 쥐어뜯어 버려야 속이 시원할 것 같은 문장 몇 개를 괴발개발 써제껴 첨가했다. 

 마지막으로는 ‘순실아(봉필이를 좋아했던 무포여고 팔선녀의 대장 이름을 무단으로 빌렸다), 네 가슴 한 귀퉁이에 내가 있으면 안되겠니?‘ 라는 문장을 꼭 넣었다. 그래도 넘어오지 않으면 포기하는 것이 맞다. 아니, 돈을 빌려달라는 것도 아니고, 방을 빌려달라는 것도 아니고, 단지 무한대인 가슴 한 귀퉁이에 겨우 꼽사리만 끼겠다는데도 거부한다면 그 가시내는 이미 딴 넘이 있거나, 편지 보낸 넘이 죽어도 싫은 거다. 그렇게 믿었다. 

 의뢰하는 넘의 이야기를 다 들은 나는 항상 심각한 척, 머리를 쥐어뜯는 척 하면서도 쓸 때는 견본(?)과 거의 똑 같이 써줬다. 그리고 보는 앞에서 밀봉을 하도록 만들었다. 내 사기행각(?)이 언제까지나 드러나지 않을 걸로 확신한 것은 대필을 맡긴 것도 거시기한데 그걸 또 다른 의뢰인과 내용까지 서로 주고 받지는 않을 거라 믿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작가를 꿈꾸면서도 나는, 대필을 해주면서도 편지로 무엇을 할 수 있다고 믿지 않았다.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 펜팔로 사랑하게 되는 경우는 있어도, 일방이 또 쌍방이 알고 있는 경우라면 편지로 어떻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미 호감을 가지고 있는 넘이 그럴 듯한 편지를 보낸다면 ‘아, 이 사람 글도 잘 쓰네!’ 하면서 감동하겠지만, 벌써 꼴도 보기 싫은 넘이 그럴 듯한 편지를 보내오면 ‘미친넘이 꼴값을 떨고 있네!’ 하든지 ‘어디서 베껴서 보내고 지롤이야!’ 이러기 십상이다. 잘생긴 나라면 여자애들이 말 한마디에 넘어 오겠지만, 소도둑놈 같이 생긴 봉필이는 편지로 장편소설을 써도 먹혀들지 않을 것과 똑같은 이치다. 

 생각해 보라. 이미 뭇남자들에게 둘러싸여 그 상황을 즐기고 있는 예쁘고, 세련되고, 대도시스러운 여자가 깡촌에 살면서 깡촌스럽게 생기기까지 한 넘이 아무리 편지를 잘 쓴들 넘어 오겠는가 말이다. 빨리 꿈을 깨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어느 위대한 혁명가도 그랬다. 이룰 수 없는 꿈을 꾸라. 그러나 현실을 직시하라. 현실은 편지로 여자들을 꼬실 수 있을만큼 녹록치 않은 것이다. 

 그리고 정작 나는 편지로 여자애들을 꼬신 적이 없다는 것이다. 마음에 들면 직접 부딪쳐서 꼬셨다. 물론 편지는 많이 썼다. 차이고 난 뒤에ㅡ나는 한번도 여자를 차 본 적이 없다. ㅠㅠㅡ 쓰는 ‘가슴이 아프지만 잊어주께. 내가 없어도 행복해야 돼!’ 이런 편지 말이다. 

 그러면서도 나는 조금도 내색하지 않고 봉필이를 비롯한 ‘뽕브라더스’ 넘들에게도 똑같은 편지를 써 주었다. 그리고 예외 없이 빵이나 짜장면을 사게 만들었다. 공짜는 없었다. 공짜를 바라면 나중에 성공을 못한다는 것이 내가 그넘들에게 댄 이유였다. 그넘들에게는 결코 현재 사귀고 있는 여자애를 보여주지 않았다. 여자애들에게는 불량스러운 넘들의 막후실력자가 아니라 잘생긴 데다 유쾌하고, 똑똑한 데다 생각까지 깊은 넘으로만 남고 싶었던 것이다. 어쩌다가 알게 되면 할 수 없는 일이고.  

 마지막으로 내가 한 일은 의뢰인들에게 내가 써 준 짧은 편지가 아주 잘 썼다고 믿게 만드는 것이었다. ‘문장력이란 느그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오만가지 미사여구를 장황하고 길게 늘어놓는 게 아니라, 상황이나 사물을 가장 짧고, 가장 정확하게 묘사하는 것이다. 그래야 상대에게 정확하게 전달이 된다. 내 마음을 정확하게 전달하지도 못하면서 상대가 내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건 말이 안되잖아.‘ 그러면서 독서량을 턱도 없이 과장하고, 여자들의 오묘하고 복잡한 심리에 대해서 내 나름의 정의를 설파하면 보통 세뇌가 되기 마련이었다.  

 내 편지가 성과를 얻느냐, 마느냐는 전적으로 그 여자애들의 마음이 열려 있는가, 아닌가의 문제지 내 글빨의 문제는 아니라고 나는 믿었다. 다행히 답장이 오거나 만남이 성사되거나 해서 또 편지를 써야 될 일이 생기면 그때는 거기에 맞춰서 써 줬다.
 40년 전쯤 무포 가근방에서 ‘가슴 귀퉁이에서 꼽사리 껴서 쫌 살게 해주라!’ 이런 내용의 편지를 받아 본 여성이 제법 있을 것이다. 그거, 내가 써 준 거다.


 ㅡ6편에서 계속됩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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