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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마드모아젤 사강 (9) ㅡ19금 절때로 아님.
게시물ID : lovestory_8951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낭만아자씨
추천 : 2
조회수 : 73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3/01 22:4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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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
   《연재》
  아듀, 마드모아젤 사강 9 



 화실에 뻔질나게 들락거렸던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었는데 그것은 기타를 배우기 위해서였다.

 정현이와 인사를 나누고 얼마 지나지 않은 날이었다. 전원이 쉬는 시간에 창주형이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불러 주는 것이었다. 뮤직 박스 안에서 폼 나는 헤드폰을 끼고, 기타를 연주하면서 노래도 들려주는 DJ를 꿈꾸고 있던 나는 그러지 않아도 화실 구석에 놓여져 있던 기타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누구에게라도 기타를 배우고 말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는 중이었던 것이다. 

 창주형이 특유의 미성으로 멜라니 사프카의 ‘더 새디스트 씽‘, 마리안 훼이스풀의 ‘디스 리틀 버드’며 김정호의 애잔한 노래들을 기타 반주에 맞춰 열창할 때, 나는 그만 미쳐 버리고 말았다. 그만큼 노래를 잘하는 사람을 실제로 본 적이 없었던 나는 그때 만약 치마를 입었더라면 팬티라도 벗어서 던지고 말았을 것이었다. 

 클리프 머시기의 내한공연 때 여자애들이 팬티를 벗어 던졌다는 소문이 아직까지 회자되고 있던 때였다. 나는 생각한다. 그 소문이 소문이 아닌 사실이라면, 그녀들이 가방에 넣어 간 팬티를 던졌든, 몇 겹 더 입고 갔던 팬티 중의 몇 개를 벗어 던졌든, 하나 밖에 안 입었던 팬티를 벗어 던졌든 그것이 뭐가 그렇게 중요한가. 어차피 밖에서는 속이 보이지 않게끔 만들어진 것이 치마인데. 그녀들이 날린 것은 어깃장을 부리고 싶은 쩨쩨한 남자들이 주장하는, 그녀들의 정조나 지조가 아니었다. 드러내지 못하고 억눌려 있던 남자에 대한 로망을 그렇게 분출한 것일 뿐이었다. 그녀들은 팬티를 날리므로써 주변에 있는, 여자의 로망도 제대로 모르는 찌질한 남자 군상에게 어퍼컷을 먹인 것이었다. 

 그녀들이 클리프 머시기를 두고 한 것은 짝사랑이 아니라 동경이었다. 짝사랑은 어쩌면 이루어질 가능성을 일컫는 말이지만, 동경은 별처럼 실재하지만 너무나 멀어서 가슴에만 간직해야 되는 대상에게 바치는 헌사다. 그래서 연예인들을 ‘별‘이라고 하는지 모를 일이다.  

 나도 창주형을 짝사랑하지 않고 동경했다. 연예인처럼 창주형은 너무나 먼 곳에 있었다. 남자였던 것이다. 창주형이 여자였다면 나도 당연히 짝사랑했을 것이다. 열 살쯤 차이가 나는 연상의 여인에 대한 짝사랑. 아름답지 않았을까? 

 노래 뿐만이 아니었다. 창주형은 기타 솜씨도 신기에 가까웠다. 현생 뮤즈가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하얗고, 길고, 가늘고, 예쁜 손가락으로 섬세하게 기타를 연주하는 창주형을 넋을 놓고 바라보는 여학생들은 차라리 자신이 기타가 되고 싶지는 않았을까? 나는 창주형이 창주형이 아니라 정현이었다면 기꺼이 스스로 기타가 되었을 것이다. 

 그날 나는 화실에 나오는 여학생들 대부분이 그림이 목적이 아니라 언제 있을지 모르는 창주형의 공연을 보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여학생들은 그런 것이 목적이라 해도 나는 다른 목적이 더 생기고 있었다. 창주형에게 기타를 배워 여자들의 넋을 놓게 만드는 것이었다. 

 나는 창주형에게 간절하게 기타를 배우고 싶노라고 말했고, 창주형은 기꺼이 가르쳐 주겠다고 했다. 무료로. 다른 사람들은 창주형에게 돈을 내고 그림을 배울 때, 나는 공짜로 기타를 배우게 된 것이었다. 물론 정해진 시간은 없었고, 짬짬이 틈을 내서 진행하는 가르침이고, 배움이었다. 

 내가 선입견이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화실에서 그림 그리는 남자들은 하나 같이 남성성이 나보다 한참 모자라는 남자들이었다. 정태놈은 그중에서 그나마 남자 같았다. 외관상으로는 게이 같아 보이던 창주형이 그 남자들보다는 남성성이 월등했던 나에게서 남자를 느꼈던 것인지는 모르겠으나ㅡ창주형의 성적 취향을 물어보지도 않았고, 성 정체성이 의심스러운 어떤 행동을 보지도 못했고, 스스로가 고백을 한 적도 없었다. 나중에 창주형은 여자가 분명한 여자인 형수와 결혼해서 애들까지 낳고 잘 산 것을 보면 내가 영 짐작을 잘못했던 것인지도 몰랐다ㅡ 정말 친절하게 나에게 기타를 가르쳐 주었다. 배우는 나보다 가르치는 창주형이 더 적극적이었다.

 나 또한 열심이어서 화실의 구석자리에서 소리가 나지 않게 기타에 카포를 느슨하게 끼워놓고 코드를 잡고, 줄을 직접 튕기지 않으면서 주법을 연습했다. 창주형은 나보고 재능이 있다고 칭찬을 입에 달았지만, 나 스스로는 알고 있었다. 나는 음악적 재능이 꽝이라는 것을.

 어쨌거나 빠르면 일주일이면 뗀다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한 달 만에 끊김없이 연주할 수 있게 됐을 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곧 가수라도 될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내가 살면서 그만큼 무엇에 몰입해 본 적이 또 있었을까. 아무리 타고난 재능이 없더라도 열심히 하면 기본은 할 수 있다는 것도 나는 알게 되었다.

 음악과 미술, 문학 중에 제일 재능이 덜 필요한 것이 문학이 아닐까. 시야 뭐 영감이 어느 정도는 필요하겠지만 산문이야 앞뒤가 맞게끔 문장 나열만 잘하면 되는 일이 아닌가. 누구라도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산문을 정작 나는 쓰지 않고 노는 일에ㅡ기타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는 일도 결국 노는 일이었다ㅡ 매달리고 있었다.


  ㅡ10편으로 넘어갑니대이. 
 끝까장 읽으심 복 받습니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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