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BGM] 사랑을 유리병 속에 담아둘까
게시물ID : lovestory_8961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
조회수 : 23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3/14 15:38:14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lBTULQNr33s






1.jpg

문정희사랑을 유리병 속에 담아둘까

 

 

 

사랑을

오래 보존하기 위해서는

고독이라는

유리병 속에 담아 둘까

 

사랑은 너무나도 순간적이어서

마치 미세한 향기 같아서

그대와 잠시 차를 타고 가는 동안에도

연기처럼 피어올랐다가

이내 사라지기도 한다

 

정략이 조금 개입된 결혼이

좋은 결혼이듯이

인생은 투명한 순도만으로는

오히려 부서지기 쉽듯이

사랑에도 약간의 허영과 가식이 섞여야

더욱 설레고 뜨거운 것일까

 

아낌없이 훌훌 태우되

모두 다 들여다보진 말 것

 

거기엔 뜻하지 않은 화상 같은

애증이 끼어들고

권태와 변질의 낭떠러지가

눈앞에 당도하느니

 

아름다운 사랑의 등성이에

한나절 외줄을 타고 오르다 보면

거기엔 바람만 쓸쓸히 불고

바위틈엔 에델바이스 대신

이런 난해한 악마가 기다리고 있느니

 

사랑을 유리병 속에 담아 둘까







2.jpg

고영민오지

 

 

 

하루 한 번 가는 버스를 탔다

산언덕을 넘자 거짓말처럼 마을이 있었다

굴피나무집 부엌엔

송아지가 살고

장정들은 소 대신 쟁기를 끌며

산비탈 약초밭을 일구고 있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때는

아무 것도 하지 말자고 중얼거렸다

골풀이 수북한 경사지 아래

흑염소 울음소리가

검었다

밤이 되자 산 하나가 죽고

굴피나무집에

등잔이 켜졌다







3.jpg

임채성노래하는 사람

 

 

 

앵돌아진 음표 같은

동물원 옆 미술관 길

 

도시의 소음에 맞선 뼈만 남은 한 거인이

노랜 듯속울음인 듯 허밍을 토하고 있다

 

반올림한 꿈일수록 어깨는 더 무거워져

한 음 내린 하늘 아래 허리가 굽어진다

반주도 갈채도 없는 는개 속의 저 아리아

 

삼십 촉 별은 뜬다

눅눅해진 가슴에도

 

가단조로 울려오는 무채색 저녁 앞에

어느새 조명을 밝힌 가로등이 환하다







4.jpg

이영춘길에 누워 있는 입

 

 

 

길바닥에 웬 숟가락 하나가

떨어져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무심히 밟고 간다

누군가 한 생애

담금질하던 입

많이 아프겠다

언뜻 한 솥 밥을 먹던 얼굴 하나가

찌그러진 숟가락에

겹친다







5.jpg

방민호사랑의 흔적

 

 

 

이것은

나풀거리며 떠다니는

나비

 

어느 가냘픈 어깨 위에 앉았다

내가 손가락을 살며시 뻗어 잡으려 하자

포르르 날아오르는

 

또 어느 까만 머리칼 위에 앉았다

내 한숨이 짓는 공기의 파동에

깜박이듯 날아올라

 

아득한 봄날

하얀 햇살 속으로

사라져버리는

나비

 

앉았다

날아오르고

또 어느 꽃 위에 앉아

기억의 손가락을 기다리는

 

이것은

나비

 

이 가벼운 질량

이 끈질긴 생명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