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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그늘, 너무 깊다
게시물ID : lovestory_8972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22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3/31 08:10:54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5cWQxxi3JoU






1.jpg

임영석바다

 

 

 

파도가 쳐야 바닷물이 썩지 않는다

사람이 흘려보낸 오욕(五慾)을 씻어내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세월제 가슴을 때렸으면

저렇게 퍼런 멍이 들었겠는가

 

자식이 어미 속을 썩이면

그 어미가 참고 흘리는 눈물처럼

바다도 얼마나 많은 세월눈물을 흘렸으면

소금빨이 서도록 짜다는 말인가

 

그 퍼런 가슴짠 눈물 속에 살아가는 물고기

또 얼마나 많은 세월마음을 비워왔으면

두 눈 뜬 몸을 자르는데도 피 한 방울 나지 않도록

바다는 물고기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쳤을까







2.jpg

복효근고목

 

 

 

오동은 고목이 되어갈수록

제 중심에 구멍을 기른다

오동뿐이랴 느티나무가 그렇고 대나무가 그렇다

잘 마른 텅 빈 육신의 나무는

바람을 제 구멍에 연주한다

어느 누구의 삶인들 아니랴

수많은 구멍으로 빚어진 삶의 빈 고목에

어느 날

지나는 바람 한 줄기에서 거문고 소리 들리리니

거문고 소리가 아닌들 또 어떠랴

고뇌의 피리새라도 한 마리 세 들어 새끼 칠 수 있다면

텅 빈 누구의 삶인들 향기롭지 않으랴

바람은 쉼 없이 상처를 후비고 백금칼날처럼

햇볕 뜨거워 이승의 한낮은

육탈하기 좋은 때

잘 마른 구멍하나 가꾸고 싶다







3.jpg

이영식이별연습

 

 

 

중랑천 둔치

노부부 한 쌍 자전거와 한판 벌이고 계시다

할미는 페달 위에 안다리걸기를 시도하고

삼천리호 외궁둥이 샅바를 잡은 할배는

엉중겅중 두꺼비씨름 중이시다

뒤에서 밀면 몇 바퀴 구르다가기우뚱

곧추세워놓으면 또 다시 넘어질 듯비틀

그렇게 밀고 넘어지고 에돌아

함께 한 곳을 바라보며 걸어온 길

돌아보면 풋꿈인 듯 눈에 밟혀오는데

아이들 MTB자전거는 꼬리 물고 내달린다

목 길게 빼고 구경하던 해바라기

할배 등 뒤에서 고개 꺾고 하품할 때쯤

웅크렸던 할미의 어깨가 펴지고

은빛 바큇살에 땡땡하게 힘이 실린다

할배가 슬며시 꽁지를 놓은 줄도 모른 채

차르르자전거도로 위로 날아가는 할미새

이제 되었네 그려혼자라도

넘어지지 말고 씽씽 나가시게

서툰 씨름판 곁에 맘 졸이던 호박덩굴

이파리 세워 갈채를 보내는데

샅바 놓으시고 뒷짐 진 할배의 빈 손

그늘너무 깊다







4.jpg

강현덕장마

 

 

 

바람에 누운

풀잎 위로

바쁜 물들이 지나간다

 

물 속에서

더 짙어진

달개비의 푸른 눈썹

 

세상은

화해의 손을

저리 오래 흔들고 있다







5.jpg

목필균소나기

 

 

 

언제 누가 내게

이렇게 시원한 발자국을 남겼으리

 

선 채로 거센 빗발에

온전히 젖다보면

다 풀어져버린 두루마리 같은 상념들

 

확실한 흔적

목 줄기까지 젖어오는 내 안의 그리움들

떠나려간 하루는 오히려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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