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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꽃잎이 지는 열흘 동안을 묶었다
게시물ID : lovestory_8973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45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4/01 07:41:36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Sj_77ahq0vo






1.jpg

문태준묶음

 

 

 

꽃잎이 지는 열흘 동안을 묶었다

꼭대기에 앉았다 가는 새의 우는 시간을 묶었다

쪽창으로 들어와 따사로운 빛의 남쪽을 묶었다

골짜기의 귀에 두어마디 소곤거리는 봄비를 묶었다

난과 그 옆에 난 새 촉의 시간을 함께 묶었다

나의 어지러운 꿈결은 누가 묶나

미나리처럼 흐르는 물에 흔들어 씻어 묶을 한 단







2.jpg

유치환우편국에서

 

 

 

진정 마음 외로운 날은

여기나 와서 기다리자

너 아닌 숱한 얼굴들이 드나는 유리문 밖으로

연보라빛 갯바람이 할 일 없이 지나가고

노상 파아란 하늘만이 열려 있는데






3.jpg

김용택환한 길

 

 

 

새벽 싸리비질 소리에 눈뜨다

등 가득 눈 맞으며 어머님 눈 쓸고 계시다

간밤 쓰잘데기 없는 내 생각도 한쪽으로 쓸어모으시다

환한 길 세상으로 멀리 열리다







4.jpg

김예강낮은 둥지

 

 

 

아파트 1층 화단

베란다 밖 어린 매화나무에

새가 둥지를 틀었다

꼭 아기 밥공기만 하다

 

사람 손 눈치 보지 않고

둥지 내려놓고 있는 새

 

새집 봐요 빨래 널다 말고

식구들을 부른다

아이는 엄마주거침입사생활침해예요 한다

그러고 보니 그렇다 마침 새들이 둥지에 없어서 다행이다

없는 어린 새 깃털을 어루만지기라도 하듯 노모는

하던 일 계속하다 말고 쯔쯧 혀만 차신다

 

어디 둥지 틀 데 없어서

얼마나 급해서면 그 어린 게

그 어린 게 쯔쯧쯔쯧

 

세상 물정 아랑곳없이 덜컹

살림 차린 어린 연인

빈 둥지조차 따뜻한데







5.jpg

이사라괄호 속의 생

 

 

 

가끔 삶이 마디가 된다

 

괄호 속의 생을 누가 알까

 

그것은 빈 세상이 아니고

 

우리들 속에서 튕겨져 나간 탄력들이

되돌아오지 못하는 것이고

 

경계는 마냥 가볍게 이쪽저쪽 너울거리고

 

그들이 살았던

검은 액자들이 속울음처럼 들썩이고

 

괄호 속의 생은

 

말없음표의 긴 행렬 속에서 불쑥 튀어 오르는

봉분 같아서

 

괄호 속의 생은

 

그냥 빈 세상이 아니고

 

때로는 앞뒤로 닫히는 삶이 있고

그런 저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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