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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뭉개지는 것도 방법이다
게시물ID : lovestory_8994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
조회수 : 25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5/06 08:28:22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이수익또 다른 생각

 

 

 

뭉개지는 것도 방법이다

세상을 사는 데에는

내가 각을 지움으로써 너를 편안하게

해줄 수도 있다선창에서

기름때 묻은 배끼리 서로 부딪치듯이

부딪쳐서 조금 상하고 조금 얼룩도 생기듯이

그렇게내 침이 묻은 술잔을 네가 받아 마시듯이

잔소리 그만하고 어서 술이나 마셔

취한 기분에 붙들려 소리를 버럭 내지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래서는 안 되는 시간도 참으로 소중하고

그래서는 안 되는 관계도 소중하다

시퍼렇게 가슴에 날을 세우고

찌를 듯이 정신에 각을 일으켜

스스로 타인 절대출입금지 구역을 만들어 내는 일

그리하여 이 세상을 배신하고 모반하는 일은

네게는 매우 소종한 덕목이다

안락한 일상의 유혹을 경계하고 저주하라그대

불행한 시인이여







2.jpg

서정윤사는 방법

 

 

 

내 사랑은 잠시

화르륵 타오르는 불꽃이었다

순간의 화려한 눈부심 뒤에

긴 어둠많은 꿈을 견딜지라도

그렇게 살다가 가는 것이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우리 삶을

살아가는 한 방법일 수 있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불꽃의 흔적만으로도

힘이 되는 것이 우리 삶이다







3.jpg

안용태섬진강 나들이

 

 

 

소풍간다

벽진국민학교 사십회 동기생들

졸업하고 사십년만의 나들이다

자식새끼 키운다고

남해 고속도로 들머리 산불처럼 벗겨지거나 숯이 된 가슴

번데기 된 누에처럼 반백 년 지어 놓은

고치를 풀어 한이든가 눈물이든가

쌍계사 가는 길 섬진강에 풀어 본다

늦봄꽃은 지고

꽃 진 자리가 아파 피멍든 벚꽃나무 바라보며

전라도와 경상도 아우르는

화개 장터를 피 토하듯 게워낸들

어디 한번 간 청춘 다시 오겠냐만

시샘할라치면 명줄 긴 나무는 천년을 살아도

반백년 비바람에 옥자야질호야 이기 뭐꼬

잘 익은 참외처럼 우리네 얼굴

강물 같은 깊은 주름

분칠로 지우려 성형을 지우려 낙망 말아라

저기 저 절집 삼나무처럼 우리네 아이들 사철 푸르지 않으냐

오늘은 다 벗어 두고 술이나 마시고 노래나 부르자

여즉 고생 많이 했다 아이가







4.jpg

오세영사랑

 

 

 

잠들지 못하는 건

파도다부서지며 한가지로

키워 내는 외로움

잠들지 못하는 건

바람이다꺼지면서 한가지로

타오르는 빛

잠들지 못하는 건

별이다빛나면서 한가지로

지켜내는 어두움

잠들지 못하는 건

사랑이다끝끝내 목숨을

거부하는 칼







5.jpg

김창제나사

 

 

 

내 마음에 박혀 있는 나사

조이면 조일수록

서로가 단단해지는 힘

산이 푸르름을 당기고

하늘이 구름을 당기고

서로가 서로를 지탱하면서 조이고 있네

매양 오른쪽을 겨냥하면서 당기고 있네

세월에 헐거워진

사랑을 조이고

조금 행복한 일상을 조이고

그리운 곳으로 추억을 당기네

꽃이 꽃에게

사랑이 사랑에게

수나사는 암나사에게

암호 같은 날카로운 나사산으로 비벼 간다

안개의 윤활유로 산은 매끄럽게 대지에 박히고

꽃은 붉게 나뭇가지에 박히고

내 사랑 심장에 박히고

조이면 조일수록 더 단단해지는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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