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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나 그만 달 속에 풍덩 빠져버렸네
게시물ID : lovestory_9002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4
조회수 : 26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20/05/21 07:30:09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김은영열정

 

 

 

담쟁이 새잎처럼 사랑이 줄을 탑니다

우리들 아련한 가슴이 맞닿아 저려와도

잡은 손 놓을 수 없습니다

서로를 쳐다보는 눈이 울고 있지만

볼 수가 없음을 행복이라 생각합니다

시작이라 말 한적 없으므로

끝 또한 없겠지요

다만 몇 억겁 전부터 지어졌던

인연을 따라 갈 뿐입니다

운명이 길을 내면 앞선 그 뒤를

기쁜 마음으로 가겠습니다

가는 내내 웃음 잃지 않아

행여 그가 뒤를 돌아보는 의심 않도록 할 것입니다

그 길을 다 지나

험한 길 어떻게 왔냐고 물으면

반듯한 어깨만 보고 따라 왔다 말할 겁니다







2.jpg

김소운손톱 끝에 봉숭아 물

 

 

 

손톱에 뜬 초승달 속에

둥지 튼 그리움

한데살아서는 도저히

그대에게 갈 수 없어

소한 날 내린 눈에

골똘하다

그리움의 하중 깊어

나 그만 달 속에 풍덩

빠져버렸네

 

젖은 내 몸이 우네울고 있네







3.jpg

권기호시법(詩法)

 

 

 

그 산정은 한번도 얼굴을 드러낸 일이 없다

노련한 알피니스트들도

그 발밑에서 점심이나 먹고

돌아올 뿐이다

 

그 미립자의 얼굴은 어디서 만날 수 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죽은 나의 발톱에서나

뛰는 심장에 이르기까지

움직이고 있는 그 무엇이란 것만

짐작하고 있을 뿐이다

 

더구나 그 우주의 벽은

어디쯤에서 닿을 수 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지금 보내고 있는 가장 강한 전파로도

다만 은하계와 은하계가

끝없이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만

추측할 뿐이다







4.jpg

이상국봄날 옛집에 가서

 

 

 

봄날 옛집에 갔지요

푸르디푸른 하늘 아래

머위 이파리만한 생을 펼쳐들고

제대하는 군인처럼 갔지요

어머니는 파 속 같은 그늘에서

아직 빨래를 개시며

야야 돈 아껴 쓰거라 하셨는데

나는 말벌처럼 윙윙거리며

술이 점점 맛있다고 했지요

반갑다고 온몸을 흔드는

나무들의 손을 잡고

젊어선 바빠 못 오고

이제는 너무 멀리 가서 못 온다니까

아무리 멀어도 자기는 봄만 되면 온다고

원추리꽃이 소년처럼 웃었지요







5.jpg

김은숙문학시간

 

 

 

며칠 후로 학기 중간고사가 다가오고

공부는 하지 않겠다던 일민이까지

'선생님 규장전이 뭐예요?' 하며 질문을 해오는 문학 시간

곧이어 장난처럼 해온 질문

'선생님 문학이 뭐예요?'

아 문학이 뭐냐고 물었구나

문학을 가르치는 시간

문학을 배우는 시간

갑자기 나는 그 질문이 날카롭구나

예리하게 파고들어 내 말문을 막는구나

그래 너희들과 나 이렇게 함께

우리네 삶의 모습 담긴 작품들 기웃거리며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삶의 모습을 생각해보는 것

내 살아가고 있는 모습도 한 번 되짚어 보는 것

다양한 사람살이 속 담긴 빛과 어두움설움과 즐거움

온갖 감정의 양면의 언저리나마 함께 느끼며 따라가 보고

내게 드는 느낌과 생각들 마음 한 귀퉁이에 갈무리해 보는 것

여러 모습의 사람살이 모두

진지하게 존중하는 마음으로 세상 바라보는 것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내 안의 강한 울림 들으려 하는 것

다른 이들의 삶의 애환 들여다보며

내 살아온 길 제대로 짚어보고

내 살아갈 길 마음 속 깊이 새겨보는 것

혹 그것이 문학이 아닐까 생각되는구나

아니 흡족하지 못한 내 대답이 부끄럽구나

문학이 무엇인가 다시 내게 되묻는 시간

고등학교 2학년의 문학(文學)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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