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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마드모아젤 사강 25(19금 절때로 아님)
게시물ID : lovestory_9003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낭만아자씨
추천 : 1
조회수 : 55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5/21 12:4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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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재》
 아듀, 마드모아젤 사강 25 / 낭만아자씨



 남녀공학 중학교 출신인 깡촌놈 철규가 자주하던 이야기가 있었다.

 "...... 가시나들이 배 아프다 캐봐라. 선샘들, 보지도 안하고 빨리 집에 가라 칸다. 근데 머시마들 배 아프다 캐봐라. 선샘들, 쳐다보지도 안하고 바로 '똥 싸고 온나, 임마!' 칸다. 시봉, 더러버가꼬! 여남 차별하는 기가 머꼬, 시봉!"

 그때마다 우리는 사춘기 머슴애들답게 야릇한 상상을 하며 낄낄거리고 웃었지만 '배 아픈 거' 빼고도 핑계가 무궁무진했던 나는 매번 여유롭게 조퇴를 획득해 정태놈이 있는 시간에도 '모나코'에 수시로 출입했다. 또한 저녁이면 항상 '모나코'에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심지어 시험기간에는 구석자리에 앉아 책을 꺼내놓고 공부를 하는 척도 했다.

 '모나코 백조클럽' 누나들과의 관계도 돈독해졌다. 유정이 누나와 무포여고 동기생들인 누나들은 다들 살만한 집안의 딸들이었다ㅡ그중에서 승미 누나집이 가장 부자였다. 공부쯤 안해도 살아가는데 아무런 애로사항이 없었으므로 칠공주도, 팔선녀도 아니면서 공부와의 사이가 잔학한 북한 괴뢰군과 그에 맞서는 용감한 국군 같았는지라 돈이 남아도는 집안들임에도 대부분 무포전문학교를 턱걸이로 들어갔다 나온 처녀들이었다. 원년 멤버는 9명이었으나ㅡ그래서 그녀들 스스로가 '구미호'라 불렀다 한다ㅡ 세 명이 결혼을 하고 6명이 남은 것이었다. 무늬만 아르바이트생인 누나들은ㅡ그녀들은 급여도 따로 없었고, 꼭 출근해야 되는 것도 아닌, 그렇다고 자원봉사도 아닌 복잡하고도 미묘한 근무형태였다ㅡ 서빙은 하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자신들의 사적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DJ형들이나 손님들에게 작업을 거는 것이 일과였는데, 그런데도 모나코는 장사가 잘됐다. 장비도 좋은 데다 LP 보유량까지 다른 음악다방들과는 비교도 안돼서 그런지, '모나코 백조클럽' 예쁜 누나들이 서빙을 해서인지는 모를 일이었다. 결과적으로 유정이 누나만 혼자서 바빴다.

 DJ형들하고도 친해졌다. 나는 형들에게 여러가지를 배웠다. 학교만 때려치우면 어디에서라도 DJ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당연히 '모나코'에서는 커피와 식사 등 모든 것이 무상이었다. 심지어 만나는 여자애들을 데리고 가서 마치 내가 커피를 사주는 것처럼 생색을 내기도 했다. '모나코'에서 나는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공부와는 점점 사이가 비꾸러져 도무지 관계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늦가을이었다. 

 재우형을 따라 무포고 동문회 체육대회에 갔다온 승미 누나의 예쁜 눈이 별처럼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급격히 조신해지고 있었다. 나는 단번에 알아 보았다. 승미 누나는 사랑에 빠진 것이었다. 

 "있제! 세상에 글케 멋있는 남자 있는 줄 몰랐다, 아니가. 느그도 봤으머, 오...... 숨 넘어갔다!"

 평소 같았음 분명히 '숨 넘어갔다' 가 아니라 '오줌 쌌을 끼다' 란 말을 썼을 것이었다. 승미 누나는 그만큼 달라져 있었다.

 그 남자에 대한 찬미는 끝이 없었다.

 "촌놈들 별거 있겠나 싶어가 기대도 안하고 갔는데, 세상에, 그런 남자가 다 있더라꼬!"

 "그 늘씬한 몸매로 공을 빠앙 빠앙 차는데에 내 가슴이 빠앙 빠앙 뚫리드라꼬!"

 "긴 손가락으로 머리를 처억 쓸어가 넘기는데 내, 미치는 줄 알았다니까!"

 "웃는데 이빨은 또 얼마나 예쁜지 아나! 내 그 자리에서 안 미친 기 기적이다."

 그러면서 무포에서 제일 비쌀 것이 분명한 명품 옷을 입고 가지 못한 것을 몹시 아쉬워했다. 그때 승미 누나는 방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할아버지(무포에서 손가락 안에 드는 재산의 실제 주인)에게 걸려서 지갑을 뺏기고 맨몸으로 쫓겨나 유정이 누나의 집에서 살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다른 누나들에게 빌려서 잘도 쓰고 다녔다. 나도 승미 누나에게 자주 비싼 밥을 얻어먹었다.

 그 형은 재우형 2년 선배로 무포고에서 1등을 놓치지 않았다고 했다. 무포고에서는 드물게 H대 공대로 진학했고, 지금은 굴지의 대기업에 다니고 있다고 했다.

 재우형이 알아본 바로는 아직 미혼이라는 것이었다. 승미 누나는 더욱 환장을 했다. 애인이 있고 없고는 이제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자기가 그 형을 어떻게 꼬신단 말인가.

 누나들은 회의 아닌 회의를 하고 난리가 아니었다. 나는 속으로 웃으며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결국은 나에게 주문이 올 것이었다.

 돌아가지도 않는 머리를 자기들끼리 몇 날 며칠을 굴리더니 결국 나를 거론했다. 

 "그라머 성호 절마한테 함 맡겨 보자. 절마 저거 연애박사라고 소문 났단다."

 "나도 안다마는 즈그끼리 찔라닥 거리는 거겠지 머. 아직 삥아린데......"

 병숙이 누나가 하는 말에 승미 누나가 못 믿겠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내가 나섰다. 예쁜 승미 누나를 안아보고 싶었다. 오직 그 생각밖에 없었다. 분명 또래 여자애들과는 다른 느낌일 것 같았다. 그때의 내 용돈 사정으로 볼 때는 금품(?)을 요구했어야 마땅했는데 나이가 나이인지라 그런 생각은 하지를 못했다. 

 "누나, 내가 그 형 만나게 해주께!"

 "...... 니가?"

 승미 누나는 여전히 못미더워하는 눈치였다. 내가 화려한 글빨을 갖춘 연애편지 대필전문가이며, 여자애들을 척척 꼬시는 능력자임을 인정한다 해도 고삐리가 아닌가 말이다. 내가 상대하는 애들도 전부 고삐리들이고.

 "누나, 내가 읽은 책이 몇 권인지 아나? 그 형 꼬시는 거는 일도 아니거덩."

 "니, 책이라꼬는 안 읽잖아, 임마."

 "참말로! 내 여기서나 노래 듣고, 누나들하고 논다꼬 책을 안 읽지 학교 가도 공부는 안하고 책만 읽거덩. 내 이 머리속에 남자, 여자 심리가 다 들어가 있어."

 "......"

 "내 그 형 꼬시주머 내 부탁 들어주나?"

 "먼데, 임마? 들어줄만하면 들어주께. 먼데, 말해 봐라!"

 승미 누나는 드디어 나를 믿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누나 안아보머 안되나?"

 "...... 하아, 요 존만 새끼 봐라. 누부야를 합법적으로 쭈물탕을 놓을라 카네?"

 내 어이없는 부탁에 누나의 급조된 조신함이 무너지고 있었다. 나는 이럴 때는 더 세게 나가야 된다는 것을 잘 알았다.

 "싫으머 치아뿌라꼬!" 

 돌아서는 나를 승미 누나가 잡았다.

 "그래, 이 새끼야, 안아라, 실컨 안아! 안는다꼬 딿나, 새끼야!"

 "정말이제? 내 맘대로 언제든지 안아도 되제?"

 "그래, 새끼야."

 "우와아!"

 나는 만세를 불렀다. 

 "그 대신 포옹이다, 포옹! 누부야 느낌 오게 만들머 니는 죽는다아!"

 "느낌 오는 기 먼데?" 

 "요 존만 새끼 봐라! 다 알면서 순진한 척 하는 거. 뭐긴 뭐라 새끼야, 손장난하머 죽는다꼬 새끼야!"

 "그라머 손을 안 쓰머 안는 거는 우째 안는데? 츠암 나!"

 "그거는 내가 그때 갈차줄 거니까 걱정마라, 임마!"

 그렇게 승미 누나와의 거래는 성사됐고, 나는 며칠을 머리를 싸매는 척 했다.


 ㅡ26회에 계속됩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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