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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상상마저 땅에 묶어놓고 있다
게시물ID : lovestory_9028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29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7/08 08:39:24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윤곤강외갓집

 

 

 

엄마에게 손목 잡혀

꿈에 본 외갓집 가던 날

기인 기인 여름해 허둥 지둥 저물어

가도 가도 산과 길과 물뿐

 

별떼 총총 못물에 잠기고

덤굴 속 반딧불 흩날려

여호 우는 숲 저 쪽에

흰 달 눈섭을 그릴 무렵

 

박넝쿨 덮인 초가 마당엔

집보다 더 큰 호두나무 서고

날 보고 웃는 할아버지 얼굴은

시드른 귤처럼 주름졌다







2.jpg

강은교하관(下棺)

 

 

 

웃고 있네

눈도 감고 피도 식어서

피도 식고 뼈도 삭아서

그러나

아프지 않아서 웃고 있네

 

띵띵 불어 버린 심장이나

쥐 이빨도 안 들어가는 손톱이나

무덤 속에서도 자라는 머리칼

또는

그림자 때문에

 

아직 부서지지는 않네우리는

흔들릴 테다우리는

 

누군가 홀로 모래밭으로 가서

모래나 될 걸

모래나 되어 어느 날

당신 살 밖의

또 살이나 될 걸 하지만

 

아무도 완전히 사라질 수는 없네

무덤 속이든지 꿈속이든지

쥐 이빨도 안 들어가는

손톱 속이든지

살아 있는 것은 언제나

다시 물이 되고 바람이 될 때까지

살아서

 

하늘은 아직도 하늘

햇빛은 억만년을 햇빛으로

흐르고 있네우리는

잠들지 못할 거네우리는







3.jpg

김소월무덤

 

 

 

그 누가 나를 헤내는 부르는 소리

붉으스름한 언덕여기저기

돌무더기도 움직이며달빛에

소리만 남은 노래 서러워 엉겨라

옛 조상(祖上)들의 기록(記錄)을 묻어둔 그곳

나는 두루 찾노라그곳에서

형적 없는 노래 흘러 퍼져

그림자 가득한 언덕으로 여기저기

그 누구가 나를 헤내는 부르는 소리

부르는 소리부르는 소리

내 넋을 잡아끌어 헤내는 부르는 소리







4.jpg

임강빈겨울 잔디

 

 

 

겨울 잔디를 밟는다

발밑에

낯선 소리가 따라 붙는다

 

밟힐수록 쓰러질 줄 모르던

잔디의 힘

넉넉했던 그 힘

지금은

상상마저 땅에 묶어놓고 있다

 

웃자란

나와 당신의 비애(悲哀)

또는 그렇게 자라버린

우리들의 환희가

조용히

숨죽이고 있다

 

연민의 눈을 뜨고 있다

우리가 해야만 하는

우리가 풀어야 하는

이 세상일을

겨울 잔디는

오직 암시뿐이다







5.jpg

이형기나뭇잎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나뭇잎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한 세기 전의 해적선이 바다를 누빈다

나뭇잎만큼 많은 돛을 달고

그 어떤 격랑도 지울 수 없는

벌레 먹은 항적(抗跡)

나뭇잎을 다시 들여다보면

나무가 뿌리채

그 밑바닥에 침몰해 있다

파들파들 떨리는 단말마의

손짓

잎사귀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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