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BGM] 날마다 모과나무를 본다
게시물ID : lovestory_9054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40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9/03 13:21:45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윤희상가을

 

 

 

일하는 사무실의 창 밖으로

날마다 모과나무를 본다

날마다 보는 모과나무이지만

날마다 같은 모과나무가 아니다

모과 열매는 관리인이 따다가

주인집으로 가져가고

모과나무 밑으로 낙엽이 진다

나의 눈이

떨어지는 낙엽을 밟고

하늘로 올라간다

낙엽이 계단이다

 

 

 

 

 

 

2.jpg

 

윤동주기왓장 내외

 

 

 

비 오는 날 저녁에 기왓장 내외

잃어버린 외아들 생각나선지

꼬부라진 잔등을 어루만지며

쭈룩쭈룩 구슬피 울음 웁니다

대궐 지붕 위에서 기왓장 내외

아름답든 옛날이 그리워선지

주름 잡힌 얼굴을 어루만지며

물끄러미 하늘만 쳐다봅니다

 

 

 

 

 

 

3.jpg

 

유안진가을 밤비

 

 

 

쏘나타로 쏟아지는 가을 밤비 소리

놋날로 맞고 맞아

젖고 싶네 흐물어지도록

차겁게 떨며 떨며

속죄하고 싶어지네

 

지난 봄 붉게 꽃피운 죄

지난 여름 울울창창 녹음 우거졌던 죄

푸르딩딩 덜 빠진 때 얼룩이도 탈색시켜

얼음 직전의 순수울음

인생을 울구 싶네

 

 

 

 

 

 

4.jpg

 

김혜순일몰(日沒)

 

 

 

노을 속에 머리칼을 처박고

서 있다 보면

나의 발부터 야금야금 먹어 치우는

밤의 정체를 숨죽여 바라보다 보면

긴 행렬을 짓고

개울을 가로질러 가는

물새 떼들을 보다 보면

뒤따라 슬픔이 자르듯이

가슴이 새겨지는 것을 보다 보면

얼굴엔 눈물이

생선 비늘처럼 꽂히는 것을

강물에 비춰보다 보면

나무들이 이리저리 돌아서고

들판이 한없이 접히는 것을 어지러워하다 보면

느닷없이

플래쉬를 터뜨리듯

내 뺨에 철썩 처얼썩 떨어지는

그의 손바닥을 보다 보면

내 얼굴에서 강둑에 떨어져 번득이는

비늘을 보다 보면내 눈알을 쏘아보다 보면

비상 먹은 달이

팽팽하게 떠올라오지

 

 

 

 

 

 

5.jpg

 

김명인가을의 끝

 

 

 

더 이상 시들 것 없는 벌판 속으로

바람이 몰려 간다 풍찬노숙의

쓸쓸한 풀꽃 몇 포기 아직도 지지 못해서

허옇게 갈대꽃 함께 흔들리는 강가

오늘은 우주의 끝으로

귀뚜르르 귀뚜라미 교신하는 가을의 끝머리에 선다

또 우리가 누릴 수 없어도 날들은 이렇게

흘러가고 흘러가리라

이마에 물결치는 강굽이 바라보며 눈썹 젖으면

캄캄했던 세월만 저희끼리

추억이 되고 아픔이 되고 한다

그러므로 소리 죽여 흐느끼는 여울이여

억새 가슴에 저며 서걱이는 빈 들판에 서서

이제 우리가 새삼 불러야 할 노래는 무엇인가

저기 위안 없이 가야 할

남은 길들이 마저 보인다

그러니 여기 잠시만 멈춰 서라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