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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새는 언제나 나뭇가지에 내려와 앉는다
게시물ID : lovestory_9058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
조회수 : 34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9/11 11:46:48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김종해, 텃새




하늘로 들어가는 길을 몰라

새는 언제나 나뭇가지에 내려와 앉는다

하늘로 들어가는 길을 몰라

하늘 바깥에서 노숙하는 텃새

저물녘 별들은 등불을 내거는데

세상을 등짐지고 앉아 깃털을 터는

텃새 한 마리

눈 날리는 내 꿈길 위로

새 한 마리

기우뚱 날아간다

 

 

 

 

 

 

2.jpg


유경환, 혼자 선 나무




나무 위로 바람 없이

날아오르는 꽃잎을

아이가 쳐다보고 있다


뾰족탑 위로 바람 없이

오르내려 흩어지는 구름 조각 끝

아이가 턱에 걸고 있다


날아오르는 일이

가장 하고 싶던 갈망이었음을

뉘에게도 말한 사람이 없었던 때


꽃잎보다 구름보다 높게

전봇대만큼 키 크는 꿈을

대낮 빈 마을에서 아이가 꾼다


그 아니는 지금껏 혼자인

늙지 않으려는 나

 

 

 

 

 

 

3.jpg

 

조창환, 독약 같은




먹을수록 허기지는

순금의 탄식이다


시퍼런 면도날 하나로

썩둑 그어버린

모닥불이다


수정 구슬 속의

번개 자국이다


저 무명의 캄캄한 살 속에

들이붓는


독약 같은

그리움

 

 

 

 

 

 

4.jpg

 

 

박인숙, 묘지송




세상의 수많은 무덤들아

모두 다 누구의 사랑들이니


내 가슴속에는

새끼를 치고 또 새끼를 쳐도

종내는 한 믿음에서

한 절망으로 번지는

무사마귀 무덤들로 가득한데


누구의 사랑이

이다지도 예쁜 봉분을 만들어 주었니

 

 

 

 

 

 

5.jpg

 

김신용, 그 우물을 기억함




제 몸을 찢어

그 상처로 만들어 놓은

피와 고름만 고여

이제는 황폐해져 버린, 사람과

사람 사이의, 보이지 않는

수로(水路)를 통해, 흐르는 물줄기를 고이게 한

그 고통의

돌들로 견고히 쌓은, 그 원형의

아득함으로 지금은 무너져 있는, 속을

들여다보면, 끝이

보이지 않는, 까마득한 미궁처럼

어두워, 이제는 누구도

삶의

두레박을 내리려 하지 않는, 어쩌다

지나가는 갈증이, 목을

축이려 해도, 난파된 시간들만

목구멍에 걸리던, 그 원형의

포근함이, 자연의

강간 자국처럼 변해 있는, 그 돌들을

한 단 한 단 쌓은 손길이, 자연에 대한

윤간처럼 느껴지는, 그러나 한때

바구니에 담겨 강물을 떠내려가는 아기를 안아주는

손길 같았던

그것은 피부의 따뜻함이 아니라

그 피부 깊숙이 고여 있는 울음 같았던

그 물줄기를, 몸 밖으로 흘려버려

이제 스스로 사막이 되고, 박제가 되어버린

우리 하루하루의 노동이

미래라는 무덤 속에 산 채로 매장당하고 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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