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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지나가버린 것은 모두가 다 아름다웠다
게시물ID : lovestory_9059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
조회수 : 48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9/15 10:41:20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이장희, 벌레 우는 소리




밤마다 울던 저 벌레는

오늘도 마루 밑에서 울고 있네


저녁에 빛나는 냇물같이

벌레 우는 소리는 차고도 쓸쓸하여라


밤마다 마루 밑에서 우는 벌레소리에

내 마음 한없이 이끌리나니

 

 

 

 

 

 

2.jpg

 

안도현, 가난하다는 것




가난은

가난한 사람을 울리지 않는다


가난하다는 것은

가난하지 않은 사람보다

오직 한 움큼만 덜 가졌다는 뜻이므로

늘 가슴 한쪽이 비어 있어

거기에

사랑을 채울 자리를 마련해 두었으므로


사랑하는 이들은

가난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3.jpg

 

한하운, 삶




지나가버린 것은

모두가 다 아름다웠다


여기 있는 것 남은 것은

욕이다 벌이다 문둥이다


옛날에 서서

우러러보던 하늘은

아직도 푸르기만 하다마는


아 꽃과 같던 삶과

꽃일 수 없는 삶과의

갈등 사잇길에 쩔룩거리며 섰다


잠깐이라도 이 낯선 집

추녀밑에 서서 우는 것은

욕이다 벌이다 문둥이다

 

 

 

 

 

 

4.jpg

 

김추인, 벗어 놓은 그의 생을 보았다




삶은 살의 길인게다

알게 모르게 씹히면서

슬픔처럼 부풀면서 따뜻하면서

변용되어 가던 살의 시간들

한 생애 걸어온 길 위에서

사무치게 돌아보는 살의 기억들 무참하고

남은 술잔에 서천이 붉었으리

다 늦은 저녁 때

구름장만 같은 일상도 도리 없이 붙안고 가는

늙은 살의 길이 붐볐겠다만

어느 날 무단히 다운된 PC 속 화면처럼

정지의 일순간

이쪽저쪽 생의 단추들 다급히 짚어 보지만

작동을 거부하는 살의 침묵. 차고 단단했다


눈도 입도 미처 못 다문 채 벗어 놓은 너의 생

마지막 살의 표의(表意)

네가 응시하는 그 끝간 데, 거기는 아름다우냐

 

 

 

 

 

 

5.jpg

 

신동집, 눈




아주 너를 보내고 돌아오는 길은

펑 펑 눈이 오는 밤이었다

돌아서는 모퉁이마다

내 자욱 소리는 나를 따라오고

너는 내 중심에서

눈의 것으로 환원하고 있었다


너는 아주 떠나 버렸기에

그러기에 고이 들을 수 있는

내 스스로의 자욱 소리였지만

내가 남기고 온 발자욱은

이내 묻혀 갔으리라

펑 펑 내리는 눈이

감정 속에 묻혀 갔으리라


너는 이미 나의 지평가로 떠났기에

그만이지만 그러나 너 대신

내가 떠나갔더래도 좋았을 게다

우리는 누가 먼저 떠나든, 황막히 내리는

감정 속에 살아가는 것이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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