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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더, 가을
게시물ID : lovestory_9078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선너와난후끈
추천 : 1
조회수 : 42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10/26 14:5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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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더, 가을 (엄간지, 191021)

 

그대여

오늘은 당신과 이별한지 1년이 되었습니다.

당신의 웃음소리와 즐겨 뿌리던 향수의 향기 앙증맞던 코끝과 금방이라도 흐를 듯 촉촉하던 당신의 눈은 아직 선명합니다만

모두 옛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것은

옛 일이라고 털어낼 수 있는 세월이라는 계기가 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겠지요

 

그대여

아직도 나는 가끔 그때의 나를 원망합니다.

내게 가장 소중했던 사람이

당신이

나 때문이라고

했으니까요.

 

그래서 나는 지난 1년간 참 내가 싫었습니다.

아니, 지금도 내가 썩 미덥지는 않습니다.

착하던 당신의

그 질려버린 듯한 눈을,

조금도 내가 소중하지 않은 듯 한껏 경멸을 머금은 입술이 모두

이해할 수 없지만

나 때문이라고

했으니까요

 

다만 나도 조금은 당신을 싫어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많이 아팠기 때문입니다.

어느 하나 당신이 싫지 않았던 나에게

무엇 하나 당신에게 맞춰주고 싶었던 나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던 평범한 저녁 날의

이해할 수 없는 경멸의 이유와 실망의 이유와 이별의 이유와

그 표정은

정말 많이 아팠기 때문입니다.

 

당신을 변하게 한 것은 그리고 소중했던 우리를 이토록 남루하게 한 것은

혹시, 아직도,

나였습니까?

정말, 진심으로,

나였습니까?

 

그대여

이제와 당신에게 중요한 일은 아니겠지만, 떠올려 버렸습니다.

우리 만났던 계절이 이별한 계절과 같다는 사실을.

함께 벤치에 앉아 서로가 좋아하던 커피의 맛을 물었던 그날의 바람과

홀로 지하철 계단에 앉아 한참을 제정신이 아닌 사람처럼 멍하니 있던 그날의 바람이

서로 닮았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 합니다.

 

아마 나는 계절이 반복되는 한 오늘 같은 바람이 또다시 불어오면

당신을 생각하겠지요.

 

1년, 또 1년 이 계절이 돌아올 때 마다

조금은 흐릿해지고 바래지고 변해버린 기억으로

혼자서 아파하겠지요.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이야기입니다

다만,

 

그대여

어디에서 누군가와

어떤 마음으로

어떤 사랑을 나누어도

 

그대를

진심으로 기다렸고

아프도록 간절했으며

사무치게 아파하던

 

그대가

한때는 간절히 소중해하던

사람이 있었음을

 

이 계절이 오면

술 취한 얼굴의 당신이 수줍게 손 잡아 끌던

황홀한 그 날 밤을 아직 기억하는

사람이 있음을

 

돌아오는

그대의 언젠가의 이 계절에

기억해주시길

몰래 소망하겠습니다.

 

그대여,

다시, 가을입니다.

출처 https://www.facebook.com/lifeis3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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