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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근본적으로 세계는 나에게 공포였다
게시물ID : lovestory_9115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
조회수 : 42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1/01/04 11:09:36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곽재구, 봄




다시 그리움은 일어

봄바람이 새 꽃가지를 흔들 것이다

흙바람이 일어 가슴의 큰 슬픔도

꽃잎처럼 바람에 묻힐 것이다

진달래 꽃편지 무더기 써갈긴 산언덕 너머

잊혀진 누군가의 돌무덤 가에도

이슬 맺힌 들메꽃 한 송이 피어날 것이다

웃통을 드러낸 아낙들이 강물에 머리를 감고

오월이면 머리에 꽂을 한 송이의

창포꽃을 생각할 것이다

강물 새에 섧게 드러난 징검다리를 밟고

언젠가 돌아온다던 임 생각이 깊어질 것이다

보리꽃이 만발하고

마실 가는 가시내들의 젖가슴이 부풀어

이 땅 위에 그리움의 단내가 물결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곁을 떠나가주렴 절망이여

징검다리 선들선들 밟고 오는 봄바람 속에

오늘은 잊혀진 봄 슬픔 되살아난다

바지게 가득 떨어진 꽃잎 지고

쉬엄쉬엄 돌무덤을 넘는 봄

 

 

 

 

 

 

2.jpg

 

김소월, 봄비




어룰 없이 지는 꽃은 가는 봄인데

어룰 없이 오는 비에 봄은 울어라

서럽다 이 나의 가슴속에는

보라 높은 구름 나무의 푸릇한 가지

그러나 해 늦으니 어스름인가

애달피 고운 비는 그어오지만

내 몸은 꽃자리에 주저앉아 우노라

 

 

 

 

 

 

3.jpg

 

박재삼, 나는 아직도




나는 아직도 꽃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찬란한 노래를 하고 싶습니다만

저 새처럼은

구슬을 굴릴 수가 없습니다


나는 아직도 놀빛 물드는 마음으로

빛나는 사랑을 하고 싶습니다만

저 단풍잎처럼은

아리아리 고울 수가 없습니다


나는 아직도 빈손을 드는 마음으로

부신 햇빛을 가리고 싶습니다만

저 나무처럼은

마른 채로 섰을 수가 없습니다


아, 나는 아직도 무언가를

자꾸 하고 싶을 따름

무엇이 될 수는 없습니다

 

 

 

 

 

 

4.jpg

 

윤동주, 편지




그립다고 써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

그냥 긴 세월이 지났노라고만 쓰자

긴긴 사연을 줄줄이 이어

진정 못 잊는다는 말을 말고

어쩌다 생각이 났었노라고만 쓰자


그립다고 써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

그냥 긴 세월이 지났노라고만 쓰자

긴긴 잠 못 이루는 밤이면

행여 울었다는 말을 말고

가다가 그리울 때도 있었노라고만 쓰자

 

 

 

 

 

 

5.jpg

 

최승자, 악순환




근본적으로 세계는 나에게 공포였다

나는 독 안에 든 쥐였고

독 안에 든 쥐라고 생각하는 쥐였고

그래서 그 공포가 나를 잡아먹기 전에

지레 질려 먼저 앙앙대고 위협하는 쥐였다

어쩌면 그 때문에 세계가 나를

잡아먹지 않을는지도 모른다는 기대에서


오 한 쥐의 꼬리를 문 쥐의 꼬리를 문 쥐의 꼬리를

문 쥐의 꼬리를 문 쥐의 꼬리를 문 쥐의 꼬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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