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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그렇다고 서둘고 싶진 않다
게시물ID : lovestory_9135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
조회수 : 47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21/02/16 11:19:01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도종환, 어떤 마을




사람들이 착하게 사는지 별들이 많이 떴다

개울물 맑게 흐르는 곳에 마을을 이루고

물바가지에 떠 담던 접동새 소리 별 그림자

그 물로 쌀을 씻어 밥 짓는 냄새 나면

굴뚝 가까이 내려오던

밥티처럼 따스한 별들이 뜬 마을을 지난다


사람들이 순하게 사는지 별들이 참 많이 떴다

 

 

 

 

 

 

2.jpg

 

박봉우, 휴전선의 나비




어데로 가야 하나

어데로 날아가야 하나

피흘리며 찾아온 땅

꽃도 없다

이슬도 없다

녹슨 철조망가에

나비는

바람에 날린다

남풍이냐

북풍이냐

몸부림 몸부림친다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은

고층빌딩이 아니다

그보다도 더 가난한 노래다

심장을 앓은

잔잔한 강물이다

바다이다

한 마리 나비는 날지 못하고

피투성이 된 채로

확 트인 하늘을 우선

그리워한다

 

 

 

 

 

 

3.jpg

 

오세영, 강물은 또 그렇게




강물은 흘러 흘러 어디 가는가

바람인가, 하늘인가, 꽃구름인가

하늘은 높아 높아 그리움 되고

바다는 깊어 깊어 슬픔 되는데

흰 구름 저 멀리 무지개를 하나 걸어 놓고

강물은 울어 울어 어디 예는가

빛 고운 슬픔 살포시 안아

조약돌로 가라앉는 그리움이여

들녘을 헤매던 하늬바람도

해어름 모란으로 지고 있는데

강물은 흘러 흘러 어디 가는가

지평선 넘어서 수평선으로, 수평선 넘어서 하늘 끝으로

강물은 또 그렇게 흘러가는가

길섶에 내리는 실비같이, 눈썹에 내리는 이슬같이

목숨은 또 그렇게 흘러가는가

 

 

 

 

 

 

4.jpg

 

신동엽, 서둘고 싶지 않다




내 인생을 시로 장식해 봤으면

내 인생을 사랑으로 채워 봤으면

내 인생을 혁명으로 불질러 봤으면

세월은 흐른다. 그렇다고 서둘고 싶진 않다

 

 

 

 

 

 

5.jpg

 

김현승, 고독의 끝




거기서

나는

옷을 벗는다


모든 황혼이 다시는

나를 물들이지 않는

곳에서


나는 끝나면서

나의 처음까지도 알게 된다


신은 무한히 넘치어

내 작은 눈에는 들일 수 없고

나는 너무 잘아서

신의 눈엔 끝내 보이지 않았다


무덤에 잠깐 들렀다가


내게 숨막혀

바람도 따르지 않는

곳으로 떠나면서 떠나면서


내가 할 일은

거기서 영혼의 옷마저 벗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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