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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봄눈이 오는 날 편지를 부친다
게시물ID : lovestory_9151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
조회수 : 63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1/03/23 17:13:22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정호승, 봄눈이 오는 날 편지를 부친다




용서하지 못하는 자를 위하여

봄눈이 오는 날 편지를 부친다

용서할 수 없는 자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며

사람들이 울면서 잠드는 밤

한 사람의 마음을 용서하기 위하여

마지막 잎새 하나 땅 위에 떨어지고

또 한 사람의 마음을 용서하기 위하여

또 한 사람의 들녘이 저물어 간다

용서하지 못하는 자의 어깨 위에 기대어

날마다 위로 받지 못하는 자의 눈물이여

사랑할 수 없는 자를 용서하기 위하여

봄눈이 오는 날 편지를 부친다

 

 

 

 

 

 

2.jpg

 

홍관희, 사람과 사람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

마음의 거리


사람과 사람 사이

강이 흐른다


그대와 나 사이

그리운 꽃 한 송이 피어나

그대와 나 사이

꽃향기로 묶는다


사람과 사람 사이

마음이 채운다

 

 

 

 

 

 

3.jpg

 

송찬호, 나비




나비는 순식간에

째크 나이프처럼

날개를 접었다 펼쳤다


도대체 그에게는 삶에서의 도망이란 없다

다만 꽃에서 꽃으로

유유히 흘러 다닐 뿐인데


수많은 눈이 지켜보는

환한 대낮에

나비는 꽃에서 지갑을 훔쳐내었다

 

 

 

 

 

 

4.jpg

 

박남수, 손




물상이 떨어지는 순간

휘뚝. 손은 기울며

허공에서 기댈 데가 없다


얼마나 오랜 세월을

손은 소유하고

또 놓쳐 왔을까


잠깐씩 가져 보는

허무의 체적(體積)


그래서 손은 노하면

주먹이 된다

주먹이 풀리면

손바닥을 맞부비는

따가운 기원이 된다


얼마나 오랜 세월을 손은

빈 짓만 되풀어 왔을까


손이

이윽고 확신한 것은

역시 잡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뿐이었다

 

 

 

 

 

 

5.jpg

 

김선호, 희망을 자주 발음하는 이유




희망 하고 발음을 한다

벌어진 꽃잎이 잘 여문

씨앗 몇 톨 움켜쥐듯

내 입술은 피어나는 꽃잎이 된다

끝하며 앙 다물어지는 입술과는 달리

마앙 하며 벙긋이 벌어진 입속으로도

무언가 다시 들어올 것만 같다

희망 희망하다 보면

잿빛 울타리를 벗어난 내가

장미정원에서 열린 파티 속의 주인공이 되어 있고

포물선을 그리던 주식이

수직 상승하기도 한다

희망 하고 길게 발음을 한다

판도라의 상자와

못다 한 사랑

새벽하늘의 별 하나가 내 앞을 스친다

누가 내게

"희망적이야"라고 말을 해도

내 입 끝은 6월의 모란꽃만큼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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