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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그릇이 되고 싶다
게시물ID : lovestory_9152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
조회수 : 34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1/03/26 10:52:18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조성국, 어머니의 시




손끝이 부산하다

멀리 우련 푸르러진 는개 빛의

그 너른 들녘 다 팔고 오실 적엔

혼자서 멀거니 저문 서천만 바라보시더니

화색이 밝다 한 아름의

부챗살 햇귀를 받아 든 손바닥에서

꾀꾀로 여릿한 싹이 돋고

묵정밭처럼 생산이 끝난 아파트 길제

자투리땅에 상추며 고추 호박 넌출이 파다하다

힘줄 불거진 장딴지를 드러낸 채

채마 등속을 키워 올리는 손끝은

여전히 넓고 푸른 논밭이다

건성드뭇하니 도드라진 잡풀을

가끔 솎아내는 첨삭도 하면서 퇴고를 거친

행간 자간이 완벽한 푸른 여백의

시를 여태 본 적이 없다

 

 

 

 

 

 

2.jpg

 

김시천, 그릇




그릇이 되고 싶다

마음 하나 넉넉히 담을 수 있는

투박한 모양의 질그릇이 되고 싶다

그리 오랜 옛날은 아니지만

새벽 별 맑게 흐르던 조선의 하늘

어머니 마음 닮은 정화수 물 한 그릇

그 물 한 그릇 무심히 담던

그런 그릇이 되고 싶다

누군가 간절히 그리운 날이면

그리운 모양대로 저마다 꽃이 되듯

지금 나는 그릇이 되고 싶다

뜨겁고 화려한 사랑의 불꽃이 되기보다는

그리운 내 가슴 샘물을 길어다가

그대 마른 목 적셔줄 수 있는

그저 흔한 그릇이 되고 싶다

 

 

 

 

 

 

3.jpg

 

허수경, 바다가




깊은 바다가 걸어 왔네

나는 바다를 맞아 가득 잡으려 하네

손이 없네 손을 어디엔가 두고 왔네

그 어디인가, 아는 사람 집에 두고 왔네


손이 없어서 잡지 못하고 울려고 하네

눈이 없네

눈을 어디엔가 두고 왔네

그 어디인가, 아는 사람 집에 두고 왔네


바다가 안기지 못하고 서성인다 돌아선다

가지 마라 가지 마라, 하고 싶다

혀가 없다 그 어디인가

아는 사람 집 그 집에 다 두고 왔다


글썽이고 싶네 검게 반짝이고 싶었네

그러나 아는 사람 집에 다, 다

두고 왔네

 

 

 

 

 

 

4.jpg

 

정현정, 귀




입의 문

닫을 수 있고


눈의 문

닫을 수 있지만


귀는

문 없이

산다


귀와 귀 사이

생각이란

체 하나

걸어놓고

들어오는 말들 걸러내면서 산다

 

 

 

 

 

 

5.jpg

 

이하석, 이월 바람




바람은

나의 안에서 생겨나도

여전히 너의 향기인 것


높이 구름 뒤져

무거운 것들 골라 내던져

비 오고


낮게는

눈석잇길에 새로 피어난

연한 풀을 반짝이게 한다


가까이 다가가

내 마음 흔들려 하면

멀리 외따로 소용돌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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