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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이별은 차마 못했네
게시물ID : lovestory_9157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46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1/04/04 11:50:24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배영옥, 수화




손끝에서 피어나는 저 꽃의 말들을

좀처럼 읽을 수 없다


허공에 뱉은 말들

팔랑팔랑

운명을 거부하는 말의 꽃들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금방 사라지고 말 꽃의 날개들


말을 다 뱉어내고도

꽃섬 가득

흩날리는 꽃잎들


손끝에서 사라지는 그리움의 말들

 

 

 

 

 

 

2.jpg

 

박노해, 이별은 차마 못했네




사랑은 했는데

이별은 못했네


사랑할 줄은 알았는데

헤어질 줄은 몰랐었네

내 사랑 잘 가라고

미안하다고 고마웠다고

차마 이별은 못했네

이별도 못한 내 사랑

지금 어디를 떠돌고 있는지

길을 잃고 우는 미아 별처럼

어느 허공에 깜빡이고 있는지

사랑은 했는데

이별은 못했네

사랑도 다 못했는데

이별은 차마 못하겠네

웃다가도 잊다가도

홀로 고요한 시간이면

스치듯 가슴을 베고 살아오는

가여운 내 사랑

시린 별로 내 안에 떠도는

이별 없는 내 사랑

안녕 없는 내 사랑

 

 

 

 

 

 

3.jpg

 

나태주, 바다에서 오는 버스




아침에

산 너머서 오는 버스

비린내 난다

물어보나마다 바닷가

마을에서 오는 버스다


바다 냄새 가득 싣고 오는 버스

부푼 바다 물빛

바다에서 떠오르는 해

풍선처럼 싣고 오는 버스


저녁때

산 너머로 가는 버스

땀냄새 난다

물어보나마나 바닷가

마을로 가는 버스다


하루 종일 장터에 나가

지친 아주머니 할머니들

두런두런 낮은 말소리 싣고

지는 해 붉은 노을 속으로

돌아가는 버스다


 

 

 

 

 

4.jpg

 

최두석, 소월에게




이 아늑하게 따스한 햇살 속

금잔디 위에

흰 고무신 신고 나와 놀기를

도토리 옴 돋아 눈여겨보다가

어린 떡갈나무 눈여겨보다가

바야흐로 벙그는 진달래 꽃망울에

그윽이 입맞추기를


온갖 나무들 물 마시는 소리

새잎 내미는 소리

환하게 들으며

아지랑이 가물대는 산길 따라

느긋이 사뿐히 걸어가기를

그냥 어미 잃은 멧새알 하나

이웃 멧새 둥지에 옮겨넣기를

 

 

 

 

 

 

5.jpg

 

황동규, 먼지 칸타타




세월이 가면 모든 게 먼지 탄다고 생각했으나

책도 가구고 벽에 기대 논 표구한 사진도

먼지 탄다고 생각했으나

지난 25년 간 뒹군 연구실 비우려 보름 동안

벽 가득 메운, 겹으로 메운, 때로는 세 겹으로 쌓은

책들을 버리고 털고 묶으며

시시때때로 화장실에 가 물 틀어 놓고

먼지 진득한 두 손 비비다 보면

먼지는 과거 어느 한 편이 아니라

전방위, 그래 미래로부터도 오는 것 같다

하긴 몇 년 후에 온다는 혜성의 꼬리에도 먼지가 있고

앞날 먼지 미리 켜켜이 보이는 사람도 있는데

먼지와 반복을 나르며

3층 화장실 창밖으로 훔쳐본 여름 하늘

어느 틈에 검은 구름 하늘을 덮고

이리 쏠리고 저리 쏠리는 빗줄기에

플라타너스 잎들 제정신이 아니다

일순, 캄캄한 하늘에 칼집을 내며 번개가 치고

화장실 거울에 띄운다 먼지로 빚은 테라코타 하나

그가 방긋 웃는다

우르릉

속이 보이게 빚다만 인간 하나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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