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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사랑하면 보인다, 다 보인다
게시물ID : lovestory_9157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
조회수 : 36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1/04/05 11:06:04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김수안, 불 쬐기




손님이 뜸한 토막 틈새

화톳불에 젖은 신발코를 대어봅니다


엄동추위 생선갈무리에 질척해진 시장바닥

물기젖은 얇은 장화발이 얼마나 시려우실지

저 작은 화톳불 온기가 기별이나 갈지

 

 

 

 

 

 

2.jpg

 

정일근, 쑥부쟁이 사랑




사랑하면 보인다, 다 보인다

가을 들어 쑥부쟁이 꽃과

처음 인사했을 때

드문드문 보이던 보랏빛 꽃들이

가을 내내 반가운 눈길 맞추다 보니

은현리 들길 산길에도 쑥부쟁이가 지천이다

이름 몰랐을 때 보이지도 않던 쑥부쟁이 꽃이

발길 옮길 때마다 눈 속으로 찾아와 인사를 한다

이름 알면 보이고

이름 부르다 보면 사랑하느니

사랑하는 눈길 감추지 않고 바라보면

모든 꽃송이

꽃잎 낱낱이 셀 수 있을 것처럼

뜨겁게 선명해진다

어디에 꼭꼭 숨어 피어 있어도

너를 찾아가지 못하랴

사랑하면 보인다, 숨어 있어도 보인다


 

 

 

 

 

3.jpg

 

이한직, 온실(溫室)




그 유리창(琉璃窓)너머

오월(五月)의 창궁(蒼穹)에는

나근나근한 게으름이 놓였다


저 하늘

표운(漂雲)이 끊어지는 곳

한대 비행기(飛行機) 간다


우르릉 우르릉

하잔히 폭음(爆音)을 날리며


진정

첫여름 온실(溫室) 속은

해저(海底)보다 정밀(靜謐)한 우주(宇宙)였다


엽맥(葉脈)에는

아름다운 음악(音樂)조차 담고

정오(正午)

아마릴리스는 호수(湖水)의 체온(體溫)을 가졌다


풍화(風化)한 토양(土壤)은

날마다

겸양(謙讓)한 윤리(倫理)의 꽃을 피웠지만


내 혈액(血液) 속에는

또 다른 꽃봉오리가

모르는 채 나날이 자라갔다

 

 

 

 

 

 

4.jpg

 

이달균, Solitary man




70년대 닐 다이아몬드는 고독을 노래했다

한 미국 사나이의 잃어버린 사랑을

어두운 지하 다방에서 열광하며 들었다

그때 우린 그 실연이 못내 부러웠다

한 생에서 사랑 잃고 신파조로 울면서

울어서 퉁퉁 부은 채 쏘다니고 싶었다

 

 

 

 

 

 

5.jpg

 

김종삼, 어머니




불쌍한 어머니

나의 어머니는 아들 넷을 낳았다

그것들 때문에 모진 고생만 하다가

죽었다 아우는 비명에 죽었고

형은 64세때 죽었다

나는 불치의 지병으로 여러 번 중태에 빠지곤 했다

나는 속으로 치열하게 외친다

부인터 공동 묘지를 향하여

어머니 나는 아직 살아 있다고

세상에 남길 만한

몇 줄의 글이라도 쓰고 죽는다고

그러나

아직도 못 썼다고


불쌍한 어머니

나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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