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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거지의 추억
게시물ID : lovestory_9160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골드총각
추천 : 1
조회수 : 31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1/04/09 02:2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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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우거지의 추억                글 /골드 총각

 

화자 ~  우거지 (배추)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면 속살을 보호하기 위해서 나는 몸으로 막아야 돼
비가 내려 땅을 치며 튕기는 흙을 막고, 농약도 몸으로 막지만 결국엔 내가 귀찮은가
봐, 내 머리채를 움켜잡고 내동댕이치거든, 하지만 나도 사랑받을 기회가 있어
그 여인이라면 반듯이 날 찾게 될 거야, 시장 한편에서 여인들이 눈치 보며 손은
빠르게 움직이는데 마치, 죄지은 사람의 심정이었을 거야 바쁘게 오가는 행인의 길을
막으면 안 되니까.

 

우거지가 내 이름이야, 지금은 시장바닥에 아무렇게나 굴러다니지만 내게도 애절한
시절이 있었지, 비록 허름한 손길이었지만 마음이 아름다운 여인 이었어 물론 절박한
상태이기도 했지만, 넉넉한 집은 오늘의 반찬을 걱정하지만 가난한 여인은 내년 봄을
걱정하거든 모든 식량이 바닥나는 시기라서 그때를 위해서 나를 찾는 거야.
시장에서 이 발 저 발에 차이는 나를 귀하게 보듬어 주거든, 물론 소금으로 내 온몸을
떡칠하고 겨울을 지나서 봄까지 푹 썩히는 게 문제이지만, 그래도 봄이 되면
여인의 포근한 손길을 받을 수 있지 얼음장처럼 차가운 냇가에서,
겨우내 묵었던 때와 궁둔 내를 지우기 위해서 여인의 손길을 받지만 여인의 입장에선
죽을 맛일 거야, 내 몸엔 상당히 독한 냄새가 나거든 특히 셋째들이 나를 싫어해 코를 부여잡고
도망치며 여인에게 싫은 소리를 아무렇게나 내뱉지 여인의 마음이 썩는 줄도
모르면서 그래서 셋째는 철이 없다고 하나 봐.

 

목욕을 하고 커다란 솥에 들어가면 내가 심심할까 봐 굵은 멸치를 몇 마리 던져주며
장작은 말하지 붉은 화를 내면서, 궁둔 내는 벗고 시큰한 맛은 남겨 두라고 호통을 쳐
하지만 그것이 내 맘대로 되지 않아 소금 속에서 너무나 고통스럽게 익었거든
나를 사랑한 여인처럼 말이야,
손가락으로 길게 찢어 먹으면 밥 한 공기가 금방 사라져 아주 꿀맛이지 헌데, 지금은
그 맛을 찾을 수가 없어 왜냐면 허름한 손길이 없으니까, 그래서 추억이라는
시간은 다시 올 수 없는 슬픔이라고 하나 봐.
아름다운 여인이 허름해진다는 것은 참, 처연한 거야 근데 그거 알아?
그 여인은 슬프지만 기쁘기도 하다는 것을. 쭉쭉 찢어 먹는 주둥이를 보면서 말이야

 

내가 분명히 봤어, 그 노신사의 주둥이 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말이야
분명 눈물 이었어, 추억의 음식을 몇 십 년 만에 먹는다는 그 노신사의 말.
그는 셋째 라고 했어, 그러면서 하는 말이 참, 걸작이야
이 우거지를 먹어 보는 것이 소원이었다는 거야,
참내, 우거지가 뭐라고 눈물까지 쳐 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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