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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나는 애매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게시물ID : lovestory_9168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
조회수 : 37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1/04/22 21:57:05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송재학, 앰뷸런스




앰뷸런스는 사자(死者)에게 빌린 옷을 입고 지나간다


바꾸지 못한 시트에는 잔설이 묻어난다

붉은 빛이 내 몸 뒤에서 토악질을 한 건 피 때문이었을까

앰뷸런스는 하나하나 불빛으로 바뀌는 울음의 슬로우 모션이다

폭우 사이를 뚫고 달리는 앰뷸런스 쫓아가 문 열리는 시간까지 기다린다

늦은 밤 냉장고 문을 열 때 당혹스레 쏟아지던 불빛처럼

두 손이 잠기는 늪이 내 눈알의 뒤쪽인지 알고 싶다

금방 터져 버려 퍼 담지 못할 양수 같은

산성(酸性)의 육체는 별을 기다리는가

앰뷸런스는 구겨지는 길을 지나간다

 

 

 

 

 

 

2.jpg

 

이안, 메꽃




뒤뜰 푸섶

몇 발짝 앞의 아득한

초록을 밟고

키다리 명아주 목덜미에 핀

메꽃 한 점

건너다보다


문득

저렇게

있어도 좋고

없어도 무방한

것이


내 안에 또한 아득하여


키다리 명아주 목덜미를 한번쯤

없는 듯 밝히기를

바래어 보는 것이다

 

 

 

 

 

 

3.jpg

 

조말선, 고향




벗어놓은 외투가 고향처럼 떨어져 있다

내가 빠져나간 이후에 그것은 고향이 되었다

오늘 껴입은 외투와 나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하면

한 번 이상 내가 포근하게 안긴 적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벗어놓은 외투를 찬찬히 살펴보는 것이다

내가 빠져나가자 그것은 공간이 되었다

후줄근한 중고품

더 이상 그 속에 있지 않은 사람의 언어

 

 

 

 

 

 

4.jpg

 

천양희, 실패의 힘

 




내가 살아질 때까지

아니다 내가 사라질 때까지

나는 애매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비가 그칠 때까지

철저히 혼자였으므로

나는 홀로 우월했으면 좋겠다


지상에는 나라는 아픈 신발이

아직도 걸어가고 있으면 좋겠다

오래된 실패의 힘으로

그 힘으로

 

 

 

 

 

 

5.jpg

 

김수열, 그믐




한때 너를 아프게 물어뜯고 싶은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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