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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문득 두고 온 사랑이 생각났다
게시물ID : lovestory_9168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
조회수 : 36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1/04/23 21:57:33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손택수, 먹기러기




달에 눈썹을 달아서

속눈썹을 달아서

가는 기러기떼

먹기러기떼

수묵으로 천리를

깜박인다

오르락내리락

찬 달빛

흘려보내고

흘려보내도

차는 달빛

수묵으로

속눈썹이 젖어서

 

 

 

 

 

 

2.jpg

 

도광의, 이런 낭패




오랜만에 고향에 갔다

간밤에 마신 술 탓에

새순 나오는 싸리 울타리에

그만 누런 가래 뱉아놓고 말았다

늦은 귀향길 안쓰런 마음 더해가는

고향 앞에서 나는 또 한 번 실수에

무안(無顔)해 하는데

때마침 철 늦은 눈이

내 허물을 조용히 덮어주고 있었다

 

 

 

 

 

 

3.jpg

 

김완, 봄, 소주




벚꽃잎 분분분 날리는

부곡정에 들어선다


연탄불 돼지 삼겹살 구이

상추에 마늘, 매운 고추 얹어

된장 쌈 하니

세상살이 여여(如如)하다


도가지 헐어 내온 갓지에

소주 한 잔 하니

가야 할 길들 환해진다

 

 

 

 

 

 

4.jpg

 

윤성택, 오늘의 커피




갓 내린 어둠이 진해지는 경우란

추억의 온도에서뿐이다


커피향처럼 저녁놀이 번지는 건

모든 길을 이끌고 온 오후가

한때 내가 음미한 예감이었기 때문이다


식은 그늘 속으로 어느덧 생각이 쌓이고

다 지난 일이다 싶은 별이

자꾸만 쓴맛처럼 밤하늘을 맴돈다


더이상 돌아갈 수 없다 해도 우리는

각자의 깊이에서

한 그루의 플라타너스가 되어

그 길에 번져 있을 것이다


공중에서 말라가는 낙엽 곁으로

가지를 흔들며 바람이 분다


솨르르솨르르 흩어져내리는 잎들


가을은 커피잔 둘레로 퍼지는 거품처럼

도로턱에 낙엽을 밀어 보낸다


차 한 대 지나칠 때마다

매번 인연이 그러하였으니

한 잔 하늘이 깊고 쓸쓸하다

 

 

 

 

 

 

5.jpg

 

박시하, 옥수역




사랑해

공중 역사 아래 공중에게 고백을 하려다 만다

군고구마 통에 때 늦은 불 지피는 할머니가

내가 버린 고백을 까맣게 태우고 있다

이 허망한 봄날

겨울을 견딘 묵은 사과들이

소쿠리에 담겨 서로 껴안고 있다

또 다른 출발을 꿈꾸는 걸까

아직 붉다

역사가 흔들릴 때

문득 두고 온 사랑이 생각났다

푸른 강물 위

새로 도착하는 생과

변함없이 떠나고 있는 생들이 일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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