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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달리 할 말이 없네
게시물ID : lovestory_9171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
조회수 : 38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1/04/27 22:10:15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박목월, 사월 상순(四月 上旬)




누구나

인간은

반쯤 다른 세계에

귀를 모으고 산다

멸(滅)한 것의

아른한 음성

그 발자국 소리

그리고

세상의 환한 사월 상순


누구나

인간은

반쯤 다른 세계의

물결 소리를 들으며 산다

돌아오는 파도

집결하는 소리와

모래를 핥는

돌아가는 소리


누구나

인간은

두 개의 음성을 들으며 산다

허무한 동굴의

바람소리와

그리고

세상은 환한 사월 상순

 

 

 

 

 

 

2.jpg

 

김영랑, 좁은 길가에 무덤




좁은 길가에 무덤이 하나

이슬에 젖이우며 밤을 새인다

나는 사라져 저 별이 되오리

뫼 아래 누워서 희미한 별을

 

 

 

 

 

 

3.jpg

 

윤재철, 홍대 앞 풍경




홍대 앞

까페와 여관 사이 골목길

주차해둔 차들과 쓰레기봉투와

누군가 간밤에 토해놓은 오물

그런 사이에서

개 두 마리가 붙었다


어느 집에서 새어나왔을까

애완견 잡종 두 마리

키가 층이 지는 두 마리가 힘겹게

뒤로 붙어서서

불안하게 눈을 굴리는데


아무래도 햇빛이 너무 환해

그 생식이 너무 낯설어

우리는 누가 누구에게 빚진 것인가

나의 남루는 너의 살에 빚지고

너의 살은 또 무엇에 빚진 것인가


슬그머니 골목길을 빠져나오며

문득 허기가 져

곱빼기 짜장면이 먹고 싶었다

 

 

 

 

 

 

4.jpg

 

허행, 달리 할 말이 없네




달리 할 말이 없네

방 안으로 들어온 별에게

잠시나마

내 그림자를 만들게 할 뿐


달리 할 말이 없네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바라보다가

문턱을 넘어

그 그늘 아래 주저앉을 뿐

 

 

 

 

 

 

5.jpg

 

이상화, 예지(叡智)




혼자서 깊은 밤에 별을 봄에

갓 모를 백사장(白砂場)에 모래알 하나같이

그리도 적게 세인 나인 듯하여

갑갑하고 애달프다가 눈물이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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