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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저기 깨지기 쉬운 사람이 간다
게시물ID : lovestory_9179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39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1/05/10 21:27:44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박판식, 화남 풍경




세상의 모든 물들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부력

상인은 새끼를 밴 줄도 모르고 어미 당나귀를 재촉하였다

달빛은 파랗게 빛나고

어직 깨어나지 않은 어두운 길을

온몸으로 채찍 받으며 어미는 타박타박 걸어가고 있었다

세상으로 가는 길

새끼는 눈도 뜨지 못한 채 거꾸로 누워 구름처럼 둥둥 떠가고

 

 

 

 

 

 

2.jpg

 

감태준, 서울특별시 고향구




"서울은 웃지 않을 거야 아마

울지도 않을 거야“


다시 만난 우리 고향도 마찬가지

얼굴을 맞대고 들여다보아야

서로 낯설어


마음에는 꺼끌꺼끌한 평면으로부터 일어나는

빈 달구지 하나

뿌리째 생각을 흔들며

자갈길을 지나가고


나는 한동안

나를 따라온 추억들도 한동안

서울을 더 닮은 거리에서

빈 달구지를 붙들었다

마음 집을 잃은 채


내가 그때 만난 것은

길에 와서 놀던 산이 아니고

물결 푸른 바다가 아니고

길 한옆에 쓰러져 바퀴가 헛도는 달구지

내 모르는 사람들

집과 공장들


이제 우리 고향은 놀라지 않는다

달라진 나를 보고

웃지 않고

울지도 않고


나는 어느새

같이 걷던 길마저 낯설어졌다

그침없이 걸어가는 남들 뒤에 혼자 남아

나도 남이 되면서

 

 

 

 

 

 

3.jpg

 

성윤석, 작업가자미




어물전에는 작업가자미를 작가라 부른다

머리와 지느러미, 꼬리를 자른 채 가공 공장에서

깨끗하고 맛있게 보이도록 꾸민

가자미가 작업가자미다

바다로 놀러 온 작가들과 술을 마셨다

잘 살고 예쁘기만 한 작가들이다

아름다운 작가들과 오랫동안 술을 마셨다

바다가 곁에 있어, 바다를 손에 쥔 채

쓰러지지 않았다

 

 

 

 

 

 

4.jpg

 

문동만, 소년기




새벽꿈에 깨어

어린이로서 소년으로서 울었다

어른이 되어서도

자라지 않는 아이 하나를 안고 자다가

흘러간 겨울 저녁연기 같은 것이

먹다 내려놓은 숟가락 같은 것이

돌아오지 않는 사람 하나가

되돌아와 건드리면

말미잘처럼

땅강아지처럼

작고 서러워졌다

 

 

 

 

 

 

5.jpg

 

채재순, 파손주의




저기 깨지기 쉬운 사람이 간다


명예가 무너진

재산이 파손되고

건강이 부서진


'파손주의'라고 써진 등짝을 보라


잔소리에 깨지고

뼈있는 말에 파손되고

속임 말에 넘어간


가슴에 '취급주의'가 새겨진

사람을 보라


슬픔에 갇힌

질그릇 하나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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